해마를 키우는 이족보행의 리터러시
대구 경북대학교 캠퍼스의 신록은 보이스오버의 속도만큼이나 활기차게 피어오른다.
문헌정보학 연구자로서 논문과 데이터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뇌의 인덱싱 기능이 과부하에 걸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하네스를 챙겨 들고 탱고와 함께 교정을 걷는다.
일리노이대학교 클레이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이 단순한 보행 행위가 내 뇌의 데이터베이스인 '해마'를 물리적으로 확장시킨다.
해마의 업데이트와 BDNF라는 시스템 자원
클레이먼 교수팀은 55~80세 남녀를 대상으로 주 3회, 하루 40분씩 산바카라하게 했다.
반년 후, 산바카라 그룹의 해마 크기는 평균 2% 남짓 커졌다.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고 분류하는 뇌의 핵심 서버다.
걷는 동안 체내에서 분비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가 기억력 증강의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한다.
보이스오버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연구자에게 해마의 용량 확장은 곧 연구 효율의 증대로 이어진다.
길을 걸으며 몸을 움직이는 행위는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뇌라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일종의 시스템 업데이트다.
걷기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강력한 정보 처리 기술이다.
[감각 사진]
오후 4시의 경북대학교 본관 앞 잔디 광장이다.
화면 중앙에는 하네스를 잡고 씩씩하게 걷는 한 남자와 그의 발걸음에 맞춰 꼬리를 살랑이는 안내견 탱고가 있다.
발바닥에 닿는 보도블록의 거친 질감과 잔디밭에서 올라오는 싱그러운 풀 비린내가 공기 중에 섞여 있다.
남자의 귀에는 보이스오버가 흐르는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고, 그 너머로 학생들의 활기찬 대화 소리가 입체적인 음향(Spatial Audio)처럼 들려온다.
탱고의 하네스에서 전해지는 묵직하고 따뜻한 진동이 남자의 손바닥을 타고 뇌로 전달되어 안정된 보행 알고리즘을 완성한다.
다리의 형태가 결정하는 수동 보행의 미학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의 맥기어 교수는 '수동 보행'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발견했다.
이족보행의 균형은 뇌의 정교한 연산뿐만 아니라 다리의 '형태'와 중력의 조화에서 발생한다.
동력 장치 없는 보행기가 경사면을 뚜벅뚜벅 내려오는 광경은, 이족보행이 얼마나 효율적인 에너지 리터러시인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보행에 최적화된 각선미를 가짐으로써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북극권까지 정보를 확장했다.
보행은 인류가 지구라는 거대한 도서관을 누빌 수 있게 해준 최초의 이동 수단이다.
시각장애인인 나에게 걷기는 물리적 공간을 청각과 촉각의 데이터로 재구성하는 탐험이다.
탱고와 내가 맞추는 발걸음은 뇌 신경 회로의 명령이라기보다, 우리 두 생명체의 골격과 신뢰가 만들어내는 진자운동에 가깝다.
결론: 기행문을 쓰는 두 다리의 서사
옛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기행문은 결국 두 다리가 쓴 예술 작품이다.
인문대학 연구실의 보보는 걷기를 '존재의 지평을 넓히는 철학적 수행'이라 부른다.
슬롯과학대학의 내가 보행을 해마의 확장이라는 데이터로 분석할 때, 보보는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우연한 인연과 사유의 조각들을 인격이라는 아카이브에 적층한다.
인간은 걸을 때 비로소 가장 인간다운 인덱싱을 수행한다.
해마가 2% 커지는 기적은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가 아니라, 탱고와 함께 캠퍼스의 바람을 맞으며 걷는 그 경사로 위에서 일어난다.
나는 오늘도 내 튼튼한 두 다리와 탱고의 네 발에 감사하며, 미래의 나에게 전송할 새로운 기억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걷는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아름다운 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