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포드 타바코 바닐라

by김경훈

[향수 설명]

타바코 바닐라는 톰 포드가 영국의 프라이빗 신사 구락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향수이다.

최고급 시가에서 나는 묵직한 담뱃잎 냄새와 달콤한 바닐라 코코아가 기묘하게 섞여 있다.

향수 이름 그대로 담배와 바닐라라는 직관적이고 강력한 두 가지 향이 지배적이며 톰 포드 특유의 퇴폐적이면서도 우아한 성숙함을 보여준다.



[노트 구성]


탑 노트는 타바코 잎과 스파이시 노트이다.

처음에는 꽤 알싸하고 매캐한 마른 담뱃잎의 향이 강하게 치고 올라온다.

불을 붙인 담배의 매운 연기가 아니라 잘 말린 최고급 시가에서 나는 쌉싸름하고 깊은 향기이다.


미들 노트는 통카빈 바닐라 카지노 타바코 블라썸이다.

알싸한 매운맛이 살짝 걷히면 아주 끈적하고 묵직한 바닐라와 달콤한 카지노 향이 밀려온다.

마치 시가를 피우는 중후한 신사가 아주 달콤한 핫초코를 마시고 있는 듯한 부드러운 반전을 선사한다.


베이스 노트는 말린 과일과 우디 노트이다.

잔향은 건조한 나무 냄새와 쫀득하게 말린 과일의 단내가 섞여 피부에 아주 따뜻하고 진득하게 들러붙는다.

지속력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길다.



[전체적인 리뷰]

단맛과 쓴맛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어른의 디저트 같은 향기이다.

앞서 만났던 킬리안 백 투 블랙의 꿀과 담배 조합이 끈적한 유혹의 향기였다면 타바코 바닐라는 조금 더 점잖고 여유로운 영국의 신사를 떠올리게 한다.

묵직한 무게감 때문에 더운 날씨에는 숨이 막힐 수 있지만 서늘한 밤이나 찬 바람이 불 때 뿌리면 이보다 든든하고 매력적일 수 없다.



[런던의 신사 구락부에서 건네는 진득한 위로]


보보와의 성대한 사월 결혼식을 무사히 치르고 대구의 신혼집에서 맞이하는 평화로운 저녁이다.

예식의 소란스러움과 축하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김경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차분하게 원고 작업을 시작하려는 찰나 묵직한 오크목 문을 열고 한 영국 신사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톰 포드의 타바코 바닐라이다.

이 신사는 가벼운 농담이나 경박한 수다 대신 품속에서 최고급 시가 한 개비와 따뜻한 핫초코 한 잔을 무심하게 건네며 옆자리에 묵묵히 앉는다.


첫 만남에서 느껴지는 향기는 꽤나 건조하고 알싸하다.

잘 말린 담뱃잎과 향신료가 뒤섞인 쌉싸름한 냄새는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하며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잡아준다.

킬리안 백 투 블랙이 달콤한 꿀로 이성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이 친구는 영국 신사 특유의 절제된 매너로 깍듯이 선을 지키는 듯하다.

하지만 그 엄격함도 잠시 이내 아주 짙고 부드러운 바닐라와 카지노 향이 공간을 덮기 시작한다.


오래된 짙은 갈색 가죽 소파 위로 쌉싸름한 시가 연기가 무겁게 맴도는 가운데 고풍스러운 찻잔에 담긴 진한 바닐라 코코아에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안락한 풍경.


이 부드러운 반전은 아주 치명적이다.

겉으로는 빈틈없어 보이던 신사가 사실은 아주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며 여유를 부릴 줄 아는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차갑고 이성적인 정보 리터러시 교육 모델을 구상하다가도 이 달큰하고 묵직한 향기를 맡으면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푹신한 가죽 소파에 몸을 기대고 싶어 진다.


이 향기가 선사하는 묵직한 위로는 참으로 든든하다.

쉽게 날아가지 않는 지독한 지속력 덕분에 밤이 깊도록 그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다.

복잡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온전한 나만의 휴식 시간이 필요할 때 이 점잖고 달콤한 신사의 에스코트는 완벽한 안식처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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