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공기는 결혼식 시즌다운 설렘과 연구실의 눅눅한 데이터 냄새가 섞여 있다.
나는 곧 보보와 부부라는 이름의 새로운 아카이브를 생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오늘 읽은 맥널티 교수의 논문은 예비 신랑인 나의 영혼을 잠시 로그아웃하게 만든다.
통계에 따르면 연애결혼 커플의 이혼율이 중매결혼보다 더 높다.
뜨겁게 사랑해서 결합한 이들이 왜 더 빨리 ‘시스템 종료’를 선택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고도 잔인하다.
빨리 달궈진 쇠가 빨리 식는 법이다.
맹목적인 사랑은 인간관계의 수많은 변수와 시스템 오류를 무시한 채 일단 ‘실행’ 버튼부터 누른다.
반면 중매결혼은 조건과 변수를 하나하나 검토하며 천천히 온도를 올린다.
시련이라는 버그가 발생했을 때, 천천히 달궈진 관계는 쉽게 식지 않는 법이다.
첫눈에 반했다는 커플의 이혼율이 더 높은 이유도 같다.
그들은 잠재의식 속의 호감에 눈이 멀어, 상대방의 치명적인 결함이라는 ‘악성 코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맥널티 교수는 0.3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배우자의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의식적인 설문조사에서는 모두가 “행복하다”고 답했지만, 0.3
초 만에 튀어나온 무의식의 데이터는 정직했다.
무의식 수준에서 배우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품고 있는 부부는 결국 관계가 틀어졌다.
사랑은 눈을 멀게 하지만, 0.3초의 무의식은 몽골 시력보다 정확하게 미래를 인덱싱한다
나는 나의 34kg짜리 유기적 GPS, 탱고의 하네스를 잡고 걷으며 이 ‘무의식적 호감’에 대해 생각한다.
탱고와 나의 관계도 일종의 중매결혼이다.
우리는 첫눈에 반해 불꽃이 튄 사이가 아니다.
고된 훈련과 수많은 길 찾기 오류를 거치며, 하네스를 통해 서로의 근육 박동을 읽어내는 ‘천천히 달궈진’ 사이다.
녀석이 갑자기 멈춰 설 때, 그것이 장애물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엉덩이를 긁고 싶어서인지를 나는 이제 무의식적으로 안다.
이것이 바로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찰떡궁합의 알고리즘이다.
연구실 구석에서 스크린리더가 뱉어내는 논문들은 “결혼한 자여, 한쪽 눈을 감고 살아라”라는 풀러의 충고로 끝을 맺는다.
시각장애인인 나에게 이 충고는 참으로 위트 있는 블랙코미디다.
나는 이미 물리적으로 두 눈을 감고 세상을 읽고 있지 않은가? 보보의 사소한 결함은 내 스크린리더의 오타처럼 가볍게 무시하고, 오직 그녀의 따뜻한 목소리와 다정한 마음이라는 ‘핵심 데이터’에만 집중하면 된다.
혁신적인 발견이 보수적인 기초 위에서 탄생하듯, 혁신적인 결혼 생활도 서로의 결점을 보수적으로 인내하는 힘에서 시작된다.
나는 오늘도 탱고의 하네스를 꽉 잡고, 보보라는 거인의 어깨 위로 올라가 더 넓은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한다.
0.3초의 무의식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든, 천천히 달궈진 우리의 온도는 쉽게 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