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귓속의 ‘잔소리꾼’과 탱고의 낮잠 철학

by김경훈

문헌정보학 학위를 준비한다는 것은 사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고귀한 삽질(?)과 같다.

심리학자 존 플라벨은 이를 ‘메타인지’라고 불렀다.

쉽게 말해 내 머릿속에 또 다른 ‘나’를 앉혀두고, 내가 하는 짓을 감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야, 경훈아. 너 지금 그 논문 읽으면서 딴생각했지?”라고 콕 집어 말해주는 내 안의 잔소리꾼 말이다.


대학교 본관 뒤편,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벤치다.

공기 중에는 흙내음과 함께 정오의 나른한 풀냄새가 섞여 흐른다.

눈을 감은 채 하네스를 무릎에 올리고 앉아 있는 경훈이 있다.

그의 귀에는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고, 스크린리더가 1.8배속으로 쏟아내는 ‘메타인지’ 논문의 기계음이 미세하게 새어 나온다.

그의 발치에는 리트리버 탱고가 ‘나무에 기댄 사람(休)’처럼 정말로 나무 밑동에 몸을 기대고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표정으로 낮잠을 자고 있다. 지적인 과부하와 완벽한 휴식이 교차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선명한 대구의 봄날 풍경이다.


스크린리더로 글을 읽을 때 메타인지는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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