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병원의 역사를 정리하는 일

어린이병원 20년사 작업 후기

by홍밀밀

겨울과 봄에 작업했던 어린이병원 20년사 바카라이 나왔다. 이 바카라에서 나는 통사와 인터뷰 기획기사 집필을 맡았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 잡이 그렇듯 기관의 역사를 정리하는 일은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신나게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하지만 홈페이지 연혁에 한 줄로 적혀 있는 기록을 하나씩 자료와 대조하고 관계자를 인터뷰하며 그 안의 맥락을 찾아가다 보면, 이전까지는 그저 하나의 고유명사였던 공간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번 작업도 그랬다.


아이들은 주사 한 번 놓을 때도 여러 사람이 함께 붙잡고 달래야 하는 만큼, 아이를 진료하는 데는 성인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손길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수가가 충분히 바카라정돼 있지 않고 저출생까지 겹치면서 전국의 어린이병원이 만성적인 적자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여기에 소아 진료과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더해져서 인력 부족도 심각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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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경제적 논리나 효율성보다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의료진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졌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토록 중요한 필수 의료가 누군가의 헌신에 기대어 유지되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다.


작업을 하면서 소아의료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린이병원에는 중증희귀난치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는 병원의 역할을 흔히 ‘완치’에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료진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애쓰고 있었다. 중증 소아 환자와 가족이 보내는 하루하루가 완치를 위해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함께 작업을 했던 PM 다인님이 정말 고생 많았다. 작업물과 함께 편지를 보내주셨는데 마음이 뭉클. 일을 하면서 결국 남는 것은 함께 일했던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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