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남았다
“ 이모가 하늘나라 가서 구름이 지나가?”
요즘은 영정사진도 디지털이라 배경으로 하얀 구름이 지나간다
G가 준 밥을 싹싹 다 먹었다 한 톨도 남기지 않고
흰 국화 앞에 놓인 병아리 만쥬
덩그러니 주인을 잃은 갈 곳 없는 병아리만쥬를 본다
홍시가 어제 병실에 앉아있는 G를 보고
“ 많이 아팠겠다. 얼마나 아팠을까?”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같이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무르기도 하고, 등이나 팔을 쓰다듬기도 했다.
“이모 나아서 놀러 가요”라고 했지만 그 말에 나와 G는 대답할 수 없었다.
통증이 심한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이제는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케이크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던 드라이브도 같이 할 수가 없어서
간호사만 바삐 재촉했다. 진통제 조절 좀 잘해주라고
어제가 마지막인 줄 알았으면 더 오래 있다 올걸
아침 G의 아버지 연락에 잠깐이라도 다녀올걸
어제 홍시를 보고 애써 웃던 모습이 맴돌아
아직도 어딘가에서 미소 짓고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네가 하고 싶어 했던
스파이더맨 보기, 전시장 가기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중학생 꼬꼬마 시절부터 함께 했던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눈물조차 흘릴 수가 없다.
여름방학에 G의 강원도 할머니 댁에 친구들끼리 놀러 갔던 일
통영으로 다 같이 놀러 가 배도 타고 바다 보며 회도 잔뜩 먹었던 일
아름답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너와 키득거리며
미피 전시회를 가고, 인형, 피규어 따위를 잔뜩 사던 일
환기미술관에 앉아 오랫동안 거닐고, 한참 동안 앉아있던 일
네가 아프다고 진단받은 날 힘내야 한다고
장어를 같이 구워먹으며 펑펑 울던 일
1주일 정도 여명이 남았다고 이야기하기 전 날
좋아하던 보리굴비 먹겠다며 행주산성 가게에 오픈런하고,
공원에서 그네도 타며 사진도 찍었었는데
다음날 VIP 병실에 누워있는 너를 보고
니 덕분에 비싼 병실 구경을 다한다며 일부러 실없는 소리를 해댔다.
그 이후로 너는 3주를 더 살고 하늘에 갔다
3주가 3개월, 30년이 될 것 같았는데
너는 하루아침에 가버렸다
마지막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집을 한번 못 가고
차가운 병실 흰 침대에 누워 그렇게 한 달을 버티고 갔다.
어제도 꿈을 꾸었다.
너의 마지막 순간을
밤새 통증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한순간 멎어버린 너의 동공, 숨
그러다 난 잠을 깨고 현실을 마주한다.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너를 생각한다.
다음 생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돌멩이로, 잡초로, 나비로, 그 무언가로
-슬피 울며 떠나지 마
아무 소용이 없는 눈물일랑
이런 생각을 해
다시 만날 날 위한 기다림을
이별은 아프지만
우리는 무엇이 될까
우린 다시 만나리
이문세. 다시 만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