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전콘텐츠페어

콘텐츠로 열어가는 세상에서 만나는 공공캐릭터, 게임, 서브컬처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을 방문한 것은 한 달쯤 된듯하다. 이번에는 어릴 때 해보았던 게임을 생각하면서 방문했는데 유리 외벽 아래로는 정교한 코스튬 차림의 청년들과 알록달록한 에코백을 멘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한데 섞여서 방문한 것이 눈에 뜨였다. 방금 찍은 사진을 고르고 보정하는 손길들도 보이고 전시장 안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보다, 이곳에서 무엇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한 모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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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2026 대전콘텐츠페어’는 대전광역시가 주최하고 대전관광공사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DICIA)이 주관하는 행사다. 외벽의 대형 현수막에는 ‘공공캐릭터와 게임, 서브컬처가 만나는 새로운 콘텐츠 플레이그라운드’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단순한 산업 박람회가 아닌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를 지향한다는 선언이었다. 로비 입구에 걸린 슬로건 ‘상상이 일상이 되는 콘텐츠 도시 대전’은 그 선언의 방향성을 또렷이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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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Hall 3) 입구는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무대였다. 회색 털옷을 갖춰 입은 늑대 형상의 퍼슈트 캐릭터 앞으로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줄을 섰고 한 아이는 망설임 없이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 곁으로는 주황색 가발을 쓴 코스플레이어가 무심히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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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대 위의 출연자이고 누가 객석의 관람객인지 가를 필요가 없는 모습이 연출되는 현장이다. 이곳의 관객들은 단순히 전시물을 관람하러 온 수동적 소비자에 머물지 않았다. 그들은 공간의 분위기를 함께 구성하며, 스스로 콘텐츠의 일부가 되기 위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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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한편에 자리한 ‘2024~2026 지자체 공공 페스티벌 역대 수상작’ 보드는 공공캐릭터의 현주소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공공기관, 지자체, 관광·축제 분야로 나뉜 3개년의 기록 속에는 해를 넘겨 꾸준히 호명된 캐릭터들이 적지 않았다. 반짝 쓰이고 버려지는 일회성 마스코트를 넘어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지역의 고유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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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상징인 ‘꿈씨패밀리’ 부스는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1993년 대전엑스포 마스코트였던 ‘꿈돌이’ 하나로 출발한 이야기는 이제 독자적인 세계관을 갖춘 거대한 서사로 확장되었다. 과학 호기심으로 가득 찬 첫째 ‘꿈빛이’, 혜성에서 강아지가 된 반려견 ‘몽몽’, 데네브 별에서 온 외계 행성 대표 ‘네브’까지. 캐릭터마다 촘촘하게 엮인 출신과 서사 앞에서 사람들은 안내문을 천천히 읽어본 뒤에야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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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캐릭터가 관광 정바카라을 전달하는 방식도 한층 영리해졌다. 경남 산청군의 ‘산 너머 친구들 × 산청 반값 플렉스 여행’ 부스는 딱딱한 정바카라 홍보를 놀이와 인증의 언어로 치환했다. 선글라스를 낀 채 머니건을 든 캐릭터 포토존에서 관람객들은 앞다투어 사진을 찍고 SNS에 해시태그를 남겼다. 그 배경에는 남사예담촌, 대원사계곡 지리산 천왕봉 같은 관광 명소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기자단의 시선이 유독 길게 머문 곳은 울산콘텐츠코리아랩 부스였다. 서커스 천막 형태로 꾸며진 아늑한 원형 공간 안에는 GITSAM, 키즈마일 그로잉하우스, 오엠콘텐츠 등 지역 기반 기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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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콘텐츠의 시작에 U-CKL이 있습니다’라는 벽면 문구처럼, 각 지자체의 콘텐츠코리아랩이 창작자의 첫걸음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그 결실이 대전이라는 무대에서 전국 관객과 만나는 모양새였다. 티셔츠와 에코백 등 굿즈가 놓인 매대 앞은 창작자의 아이디어가 비로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변모하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전시장 내 게임 구역은 극명한 두 개의 템포로 나뉘어 재미를 만들어냈다. 인디게임 ‘30일’ 부스는 왁자지껄한 행사장 한가운데서 유독 섬처럼 고요해보기도 한다. 그 뒤에 선 참관객 역시 숨을 죽인 채 어깨너머로 인물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경쟁과 속도 대신 서사의 무게를 음미하는 게임은 플레이어와 관람자가 함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새로운 방식의 연대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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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기기 구역은 시각과 청각의 자극으로 가득했다. 빨간 테두리의 옛 오락실 캐비닛 상단에는 ‘철권’ 로고가 박혀 있었지만 그 위에는 누군가 손글씨로 삐뚤빼뚤하게 ‘메탈슬러그’라고 적은 종이를 덧붙여 두었다. 실제로 화면 안에서는 포탄과 총성이 빗발치는 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철권 기계 속의 메탈슬러그, 그리고 조작판 위에 무심하게 놓인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 공식 상품 전단지. 1990년대의 하드웨어와 2020년대의 손글씨 그리고 내년 여름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 홍보물이 한 뼘 공간 안에 포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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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서 없이도 버튼 하나로 직관적 반응을 끌어내는 고전 아케이드 게임의 빠른 호흡은,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숏폼 영상에 익숙한 세대의 소비 감각과 닮아 있었다. 그 앞에는 동전 하나로 울고 웃던 시절을 추억하는 어른들과 레트로 감성을 새롭게 마주한 청소년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게임을 직접 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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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 부스는 행정 정보가 어떻게 체험으로 변환되는지 증명했다. 4개 시·도(대전·세종·충북·충남) 공동 개최 150여 개국 1만 5천여 명 참가라는 거대한 수치는 줄글 대신 룰렛 판과 디지털 양궁 과녁 안으로 숨어들었다. 공식 마스코트 호랑이와 함께 활시위를 당긴 뒤 기념품을 받아 드는 순간, 메가 이벤트의 개요는 딱딱한 데이터가 아니라 유쾌한 경험으로 관람객의 기억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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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떠나며 아케이드 기기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낡은 캐비닛 위에 덧붙은 손글씨 종이는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짤랑거리던 동전 소리가 지나간 자리를 스마트폰 셔터음과 SNS 알림음이 채웠을 뿐인데 차례를 기다리며 화면에 몰입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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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결과물을 진열해 보여주던 전시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관객은 몸을 움직여 참여하고 자신의 일상에 캐릭터를 끌어들이며 공간의 경험을 직접 가공해 재생산하면서 살아간다. 공공과 민간, 창작자와 향유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놀이터. 대전콘텐츠페어가 보여준 것은 지역 콘텐츠가 관객과 호흡하며 자라나는 가장 건강하고 역동적인 방식의 현장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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