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를 만나러 가는 길

제천문화원과 중앙공원에서 시작하는 도심 문화 산바카라

제천을 여행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의림지나 청풍호 같은 자연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지만 제천의 중심부를 천천히 걸어보면 이 도시가 가진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오래된 지역의 역사가 남아 있고 시민들이 만든 작품이 전시되며, 해마다 영화와 음악이 도시 곳곳으로 흘러나오는 공간들이 조성이 되어 있다. 그 중심에 제천시민회관과 제천문화원, 그리고 바로 옆 중앙공원이 자리하고 있어서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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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9월의 제천은 평소보다 조금 특별하다. 올해로 22회를 맞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가 2026년 9월 3일부터 8일까지 제천시 일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 영화제는 45개국 189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26개 팀이 참여하는 공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안에서만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도심의 광장과 문화공간, 거리까지 영화제의 무대로 확장된다는 점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매력이다.


제천문화원이 있는 제천시민회관은 의림대로 125에 자리하고 있다. 도심을 오가는 버스와 자동차가 분주하게 지나가는 길이지만 건물 한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울창한 나무가 이어진 작은 산자락이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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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건물과 도로 바로 옆에 오래된 소나무와 짙은 녹음이 이어져 있어서 몇 걸음만 올라가도 거리의 분위기와 전혀 다른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중앙공원에는 제천 칠성봉 가운데 제6봉인 아후봉(衙後峰)이 남아 있다. 칠성봉은 제천 분지 한가운데 자리한 일곱 개의 작은 봉우리를 말하며 1872년경 제작된 제천현 지도에도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아후봉이라는 이름은 '관아 뒤에 있는 봉우리'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과거 제천 관아와 가까웠고 을미의병 당시에는 전투 지휘와 관련된 공간으로도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중앙공원을 걷는 경험은 단순히 도심 속 작은 숲을 걷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지금의 제천 중심지가 오래전에도 사람들이 모이고 행정과 생활이 이어지던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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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공원 아래에는 제천시민회관과 제천문화원이 자리하고 있다. 제천문화원은 1958년 설립된 지역 문화기관으로 문화학교와 전시, 강좌,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시민회관 내부에는 전시실과 세미나실, 문화창작실, 음악·영화감상실 등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지금 시민회관 내부를 둘러보면 문화원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행정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중앙홀에서는 '청다울 제천문화원 초대전'이 9월 1일부터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화조도와 민화, 공예, 서예와 회화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작품들이 곡선 형태의 전시공간을 따라 이어진다.


한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러도 좋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아 천천히 공간을 한 바퀴 돌아보아도 좋다. 영화제가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의 축제라면 문화원 전시는 잠시 속도를 낮춰 제천 사람들이 만들어온 문화의 결을 바라보게 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회관 전시실에서는 '2026 영화 속 나만의 스타 그리기 대회'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유치부와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 참가자들이 영화 속 인물이나 자신이 생각하는 스타를 각자의 시선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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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부터 8일까지 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작품을 감상한 뒤 안내 직원에게 스티커를 받아 의림대로 일원에 전시된 작품 가운데 마음에 드는 그림에 직접 투표할 수 있다. 영화제를 찾아온 관광객도 한 명의 관객이자 심사자가 되어볼 수 있는 셈이다.


영화는 결국 누군가가 보고 기억할 때 완성된다.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체험은 영화제와 미술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준다.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작품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 인물을 그린다면 누구를 그릴까?"라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어른에게도 자신이 오래 기억하고 있는 영화배우나 영화의 한 장면을 다시 떠올리는 작은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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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제는 제천문화극장, 제천영상미디어센터 봄, 엽연초살롱 등 제천 도심 여러 공간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제천예술의 전당과 여름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을 펼쳐진다. 영화제가 하나의 행사장 안에 머무르기보다 도시의 여러 장소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제천예술의 전당에서는 9월 4일부터 7일까지 JIMFF 스페셜 초이스도 이어진다. 4일에는 김문정 음악감독과 The M.C Orchestra가 함께하는 'Beyond the Frame', 5일에는 윤종신·옥상달빛·정인이 참여하는 'Summer Notes', 6일에는 영화음악가 고(故) 정성조의 음악을 다시 바라보는 'RE:SCORE 경계를 넘은 음악 <정성조>', 7일에는 추다혜차지스와 농예술 창작단체 누비스가 함께하는 '막(幕), 판'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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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Beyond the Frame'에서는 영화 속 장면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던 스코어와 뮤지컬 영화 음악 등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만날 수 있다. 스크린으로 보았던 음악이 실제 공간의 소리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영화제'라는 이름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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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조금 일찍 제천문화원에 도착해 전시를 보고, 시민회관을 나와 중앙공원 아후봉의 계단을 천천히 걸어본다. 다시 의림대로로 내려와 '나만의 스타 그리기 대회' 작품을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그림에 한 표를 던져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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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제천 도심의 영화제 상영장에서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제천예술의 전당이나 여름광장의 공연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그렇게 움직여보면 역사 → 공원 → 미술 → 영화 → 음악이라는 하나의 문화 산바카라 코스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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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재미도 사실 여기에 있는 듯하다. 상영시간에 맞춰 극장에 들어갔다가 영화가 끝나면 곧바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를 계기로 도시를 걷고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까지 자연스럽게 만나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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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의 오래된 소나무 아래에는 제천이라는 도시의 시간을 볼 수 있고 문화원 벽에는 지금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리고 거리 밖으로 나오면 다시 영화와 음악이 흐른다. 제천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방법은 그 도시의 시간을 걸어보는 것이다. 9월의 제천에서는 그 길에 영화와 음악까지 함께해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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