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 병원에서 이렇게 많은 검사를 받게 되었을까?
서울대 김현아 의사가 쓴《가짜 환자 -2026》라는 바카라을 읽다가 아래 두 문장에서 눈이 멈췄다.
그리고 의사들은 진료수입과 연동된 혹독한 인센티브에 의거해서 급여를 받게되었습니다. 고가의 검사, 시술을 많이 하는 의사와 환자만 열심히 보는 의사의 수입격차는 크게 벌어집니다.
가짜 환자 - 192 페이지
의사도 온라인 게임인이고 병원도 조직이니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인센티브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성과의 기준이 무엇일까? 환자를 더 잘 낫게 한 것일까? 불필요한 약을 줄였다는 것일까? 수술하지 않고도 회복하도록 도왔다는 것일까? 아니면 검사를 더 많이 하고, 고가의 시술과 수술을 더 많이 했다는 것일까?
회사원이 물건을 많이 팔아 인센티브를 받는 것은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의료는 다르다. 물건은 많이 팔수록 매출이 늘지만, 의료는 많이 할수록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료량과 진료수입이 늘어날수록 의사의 인센티브가 늘어나는 구조라면 의사의 양심을 넘어 불필요한 과잉의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검사를 받게 되었을까?
얼마 전 지인이 배탈로 병원을 찾았다가 엑스레이에, 피검사, 변검사까지 하고 비급여 영양제도 맞으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내가 이 정도 검사를 받을 만큼 아픈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병원에서는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과거에는 지금보다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몸을 살펴 진단하는 문진과 진찰의 비중이 컸다. 의료기술이 발전해 가면서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비롯한 다양한 검사들이 진료 현장에 들어왔다. 덕분에 과거에는 찾아내기 어려웠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궁금하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검사를 받게 되었을까? 병원에 가면 여러 검사를 먼저 받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의사를 만나는 과정이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 물론 필요한 검사는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검사가 정말 필요한지는 또 다른 문제다. 환자 역시 검사를 많이 받을수록 꼼꼼하게 진료받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최신 장비로 이것저것 검사해주는 병원을 좋은 병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의료는 많이 받는 게 좋기만 한 서비스가 아니다.
검사는 해보는 게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엑스레이 한 장에도 적은 양이지만 방사선에 노출되고, 혈액검사를 위한 채혈에도 통증과 멍 같은 부담이 따른다. CT나 내시경처럼 검사가 커질수록 몸이 감수해야 할 부담과 위험도 커진다. 필요한 검사라면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그 검사가 정말 필요한지 환자는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상당 부분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료에서는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 의사의 양심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판단에 검사를 많이 할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인센티브가 함께 걸려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환자는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판단하는 사람은 검사로 수익을 얻는다. 바로 이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인터넷에는 “과잉진료가 의심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환자와 보호자의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과잉진료는 단순히 환자들의 막연한 의심만은 아니다.
국내 의료윤리 연구에서도 이 문제는 지적돼 왔다.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진료수입에 따른 성과급이 과잉진료를 유인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수익이 아니라 진료의 질을 목표로 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내 의료계에서 시행 중인 금전적 인센티브 제도의 윤리적 쟁점들」 논문
보건복지부는 그간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으로부터 꾸준하게 문제로 지적되어 온 의료현장의 부당·위법한 사항들에 대해 2026년 6월부터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을 별도로 가동한다고 밝혔다.
의료법 시행령 제32조는 (1)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 (2) 비도덕적 진료행위, (3) 불필요한 검사, 투약, 수술 등 지나친 진료행위 등을 의료인의 품위손상 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의무 위반으로 판단되는 경우 복지부장관은 1년 이하의 범위에서 면허자격 정지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짜진료·과잉처방 집중 조사, 비정상 진료 엄정 대응 나선다 < 전체 < 보도자료 < 알림 : 힘이 되는 평생 친구, 보건복지부
때로 가장 좋은 진료는 아무것도 더 하지 않는 것이다.
“이 검사는 안 하셔도 됩니다.”
“이 약은 이제 줄여도 됩니다.”
“아직 수술하지 않아도 됩니다.”
환자에게는 반가운 말이다.
한 의사가 불필요한 수술 한 건을 막았다고 생각해보자. 환자는 비용과 통증, 마취와 합병증의 위험을 피했다. 아주 훌륭한 진료를 한 것이다. 그런데 수술실적은? 0건이다.
반대로 검사하면 검사료가 발생하고, 시술하면 시술료가 발생하고, 수술하면 수술료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행위별수가제를 근간으로 하며, 의료서비스별로 가격을 정해 사용량과 가격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한다. 포괄수가제와 정액수가제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하이라 그러니 묻게 된다. 하지 않아도 될 것을 하지 않은 의사의 성과는 무엇으로 측정할까.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인센티브다.
인간은 양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눈앞에 놓인 보상에 강하게 반응한다. 의사라고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의사의 양심을 묻기 전에, 그 앞에 어떤 인센티브가 놓여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당신의 의사는 양심을 따르고 있나?
인센티브를 따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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