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하정우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이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습니다.
뭐 나가는 건 자유니까요. 대통령의 복심으로 아마도 픽을 받은 것일 테지요.
근데 그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도 자유입니다.
저는 국가적 과제인 AI 활성화를 위해 청와대로 픽업된 사람이 갑자기 현실 정치로 나가는 게 좀 이해가 되지 않고요.
명분도 설득력도 떨어진다고 봅니다.
민주당에 인재 많은데 굳이... 출신지가 저기라고 갑자기 차출하는 건 좀 쌩뚱맞지요.
근데 뭐 각자 호오는 다를테니까. 그냥 제 의견은 그렇다는 겁니다.
아무튼 저는 기자 페이스북 친구가 거의 1000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데요.
그 중에 한 타사 선배가 글을 올렸더라고요. 현직 청와대 출입인데
하정우 수석은 선거에 나갈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인재라는 야마의 내용이었습니다.
전 사실 전혀 동의가 되지 않았는데 뭐 개인 의견이니 그러려니 하는데요.
그러면서 그 선배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기자들을 좀 몰아가시는 듯한 발언도 남기셨더라고요. 정치논리에 빠진 사람들처럼.
좀 황당하긴했습니다.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하는건가? 그냥 청와대 참모나 민주당에 잘보일려고 SNS에 거짓말을 올리는 건가? 좀 헷갈리더라고요.
개인의 의견은 존중합니다만, 굳이 가깝게 지내지는 않는 것으로..
아무튼 저는 이렇게 출입처에 경도된 기자를 많이 봐왔습니다.
특징이 있습니다.
보통 좀 중요하고 힘든 출입처일수록 출입처와 하나가 된, 물아일체의 경지를 보이는 기자가 많습니다.
정치부 정당팀이나 청와대팀, 슬롯부 법조팀 정도가 되겠네요.
출입하는 정당을 우리당이라고 부른다거나 검찰 입장에서 경찰 등을 무시하거나 하는 그런 기자를 정말 수도없이 봐왔습니다.
사실 이해도 갑니다. 저런 출입처일수록 등록 기자가 많고, 취재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출입처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민주당은 특히 우리편 네편 가르는 문화가 강해서 기자들도 그 안에서 내편으로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 취재가 쉬워지고, 먹고 살수 있게 됩니다.
검찰도 마찬가지죠. 엘리트주의로 똘똘 뭉친 그들에게 소위 얘기되는 기자로 인지를 내려야 한번이라도 검사들이 전화를 더 받게 됩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과 시간이 지나가면서 저들 출입처에는 점차 취재원을 대변하는 기자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생존을 위해 기자들이 노력해왔다는 뜻도 되겠네요.
엄청난 타사와의 경쟁을 거치면서 나름의 인지도를 쌓은 그런 기자들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만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당이나 법조 내부의 내밀한 이야기는 출입기자가 아니면 잘 모릅니다. 다른 기자들도 그렇고요.
국민들은 더욱 더 그렇겠지요.
그런데 자꾸 출입처에 좋은 기사, 출입처의 입장만 반영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야 더 제보도 많이 오고 사람도 많이 사귈 수 있겠지요.
"저 기자는 우리편이야. 믿고 소통해도 되는 사람이야" 하는 인식이 뿌리내리면
출입처에서 빠꼼이로 인정받을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면 또 기자생활이 재미있어 지기도 합니다.
나한테만 정보가 몰리게 되니 타사 기자들도 쩔쩔매고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대한민국이 내 손안에서 돌아가는, 대한민국 유명인들과 내가 함께 정바카라을 끌어가는 것 같은 그런 착각까지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그럴 수록 현실 혹은 다수의 의견과는 멀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보는 눈과 시각이 좁혀지고, 편협한 사고가 싹트게 됩니다.
다른 의견은 무시하게 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마련입니다.
다른 출입처 기자들이 물어보면 "아 선배 그건 선배가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요..." 이렇게 시작하며
장황하게 내부 얘기를 늘어놓습니다. 물론 대단하지요 그것도 자신의 시간을 투입해서 취재원을 만나서 들은 정보일 테니까요.
근데 우리가 묻는 건 그런게 아닙니다. 기사 방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좀더 객관적으로 보고, 비판할건 비판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계속 취재원과 만나서 얘기하고 밥먹고 하다보니, 그들의 얘기만 듣다보니 사고회로가 그쪽으로 굳어버린 겁니다.
저는 이런 출입처 경도 현상을 보면 마치 늘어나는 나무덤불에 몸이 둘러쌓인 인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됩니다.
몸이 풍화되어 나무가 되어가는데 그걸 전혀 모르고 웃고 있는 거지요.
나의 주관과 사고가 점점 한쪽으로 잠식되어 가는데 그걸 모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한 출입처를 장악한다는 것은 위험한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출입처에 경도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할말은 하고, 비판할건 하면서 싸우고 해야 합니다. 그것이 기자입니다.
그렇지 않고 출입처 홍보만하고 하면 그냥 공보실 혹은 홍보팀 직원이지요.
예전에 교육부를 출입할 때였습니다.
저는 5년차 정도 기자였는데 당시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출입기자단과 오찬이 있었습니다.
저와 다른 젊은 기자들이 질문을 준비해갔는데 좀 민감한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손들고 질문을 하려니까 갑자기 기자 간사라는 사람이 이러더라고요.
"좋은 날에 어디 버릇없이 그런 질문을 하는거야!" 라고요.
오히려 부총리가 민망해 하며 제 질문에 답을 해줬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교육부만 수년을 출입한 그런 기자였습니다.
사실 기자가 아니라 브로커지요. 기자 같지도 않은 그런 기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근데 굳이 나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아무튼 혹시 이 글을 보시는 기자분들 중에
자신이 출입처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좋은 기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쯤 돌아보실 필요도 있겠습니다.
너무 출입처에 경도돼 있는 건 아닌지 말이지요.
본인은 모릅니다. 그저 열심히 하고, 내가 출입처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주변 기자나 제 3자가 보면 우려스러울 수 있습니다.
모든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다수 대중이 수용할 만한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야 합니다.
자신이 맡은 출입처에 애정을 갖는 건 너무나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스스로 기자가 아니게 되어 버립니다.
그 중심을 지키며 기자생활 해나가는 게 참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