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파주에 있는 ‘샬롬의 집’에서 이주 노동자를 위한 한글 교실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내가 지원했을 때에는 최고급 쓰기만 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다행히 한글을 어느 정도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글 쓰기를 가르치게 되었다.
학생은 4명이다. 미얀마에서 온 친구 1명, 베트남에서 온 친구 3명이다. 다들 한글을 어느 정도는 말하고 알아듣는다. 베트남에서 온 친구들은 중고등학생이라 한국 사람처럼 듣고 말한다. 부모님이 공장에서 일하고 계신다. 아버지가 10년 이상을 일한 E-7 (전문/숙련) 비자라 가족을 데려올 수 있었단다. 한국에 온 지 1년이 안 된 아이들이지만 한국어를 정말 잘한다.
미얀마에서 온 친구와 베트남에서 온 친구는 파주 근처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일주일에 5일 일한단다. 모두 E-9 (비전문) 비자인데 둘 다 한국에 온 지 1년이 안 되었다. 그러나 한국말을 꽤 잘한다. 미얀마에서 온 친구는 미얀마에서 한국어 능력 시험공부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최고 등급을 받은 것 같았다.
파주의 공장에 올 정도이면 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거의 최상위급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어 능력 시험에 통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80% 이상은 농촌으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도시의 공장에 올 정도이면 굉장히 잘한다는 얘기이다.
김숨 작가의 장편 소설 ‘딸기 이론’은 그런 대부분의 이주 노동자, 농촌으로 간 20대 여성 노동자의 삶을 그린다. 미얀마 양곤 빈민가에서 온 여자 주인공 샤빼는 농촌 시골의 딸기 밭에서 일한다. 그곳에서 필리핀에서 온 여자들과 함께 일한다. 한때 함께 일했지만 지금은 떠나버린 캄보디아에서 온 여자애를 그리워하고 있다.
소설은 온통 딸기 이야기뿐이다. ‘나는 딸기에 매달려 있어. 딸기에서 딸기로 점프하며 나는 문득 깨달아. 딸기가 날 둘로 쪼개놓았다는 걸. 딸기를 알기 전의 나와 딸기를 알고 난 뒤의 나로. 틀림없는 건 딸기 말고는 내가 매달릴 데가 없다는 거야. 매달리자마자 딸기로부터 버림받은 신세지만. 딸기를 바구니에 넣지 않고 가지면 버림받지 않으려나.’ 주인공의 인생은 온통 딸기에 달려 있다. 법적으로 샤빼는 딸기밭을 벗어날 수 없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소설이 여럿 있다. 이 소설이 다른 것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편지 형식으로 쓰였다는 거다. 여자 주인공은 자신이 그리워하는 캄보디아 여자 보파에게 편지를 쓴다. 딸기밭에서 일하는 어려움, 딸기밭의 한국인 사모님, 필리핀 여자애의 지저분한 행태,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여성 이주 노동자의 비참한 삶, 남자를 사귀다가 버림받고 임신 중절 수술을 하는 여자, 그리고 사장님에게 대항한 이야기 등등. 딸기밭 사모님은 한국말을 잘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대꾸도 잘하고 말을 잘 안 들어서 한국말을 못 하고 온순한 동남아 여자들만 좋아한단다.
편지 형식이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의 깊은 감정과 상념이 잘 드러난다. 또한 그리워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형식이기 때문에 외로움과 애정이 깊게 깔려 있다. 단점은 서사식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지루하기 쉽다. 그러나 딸기를 상징화, 의인화한 문장들 때문에 이야기는 문장을 읽을 때 긴장이 된다.
‘나는 딸기에서 왔어. 딸기를 넘어, 딸기를 넘어, 딸기 위로, 딸기를 지나, 딸기를 지나, 딸기를 뚫고...... 딸기 따는 여자애들은 딸기를 따며 떠나온 곳으로부터 딸기딸기 멀어지고 있어. 딸기를 따며 딸기만큼 딸기딸기딸기......’
문장이 참 형이상학적이다. 이주 노동자의 언어를 그리고 있지만 언어를 근본으로부터 다시 쓰고 있다. 이주 노동자의 익숙하지 않은 한글 사용을 표방함으로써 한글의 근본 사용법을 흔든다. 김숨의 장편 소설 ‘딸기 이론’은 이주 노동자의 힘든 삶을 그리고 있지만 그것에 근거하며 새로운 문학적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성취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