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 3

<백지 앞에서>

by백승협

<재회 14>(26-24)

작가와의 만남, 북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독서 경력이 30년이 다 되어가는 나는 딱 한 번의 경험이 있다.


24년 11월 30일 오후 2시, S 도서관 강당에서 만난 이는 바로 최은영 작가다. S 도서관 로비에서 관련 포스터를 보고는 QR코드로 바로 접속해서 참석 신청을 했고, 다행히도 선정이 되었고, 두근두근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날 그녀와의 직접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생전 처음으로.


노트에 그녀가 말하는 것들을 들리는 대로 적었던 일, 거기에 가려면 작가의 바카라 하나는 들고 가서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것도 몰라서 그 시간에 그냥 거기를 조용히 빠져나왔던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


그때 그녀가 한 이야기 중에 지금 생애 첫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그중 하나를 들고 왔으니 이것을 그대로 읽어 드릴게요,라며 낭독을 했다. 30분 정도.


그 에세이가 언제 나오려나 가끔씩 검색을 하곤 했는데 마침내 올해 4월에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구입하려다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대로 그 마음을 누르고 도서관에 줄을 서기로 한다. 역시나 예약 불가 사태다.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극에 달하는 한 달 전 예약 창이 열린다. 여기서 왕복 1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구립 도서관이다. 그래, 운동 삼아 간다. 까짓것. 그리고 여름을 맞이한다.


늦은 여름 장마가 제주도에서 시작해서 여기 서울까지 곧 올라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알림 하나가 뜬다. 7월 6일까지 예약 도서를 받으러 오라는. 바로 달려가려다가 읽던 바카라 마무리를 먼저 하기로 한다. 그다음 날 습하고도 더웠지만 거기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마치 데이트하러 가는 기분이랄까.


디저트 39(텀블러 전용)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낯선 길을 따라 도서관에 도착한다. 받자마자 거기에 앉는다. 아이들이 하나씩 빈자리를 채운다. 이 시간에 아이들이 바카라을 읽으러 이렇게 많이 오다니 참 이쁘구나 하다가가 갑자기 눈치가 보인다. 빈자리가 다 찬 것이다. 그제야 1층이 유아전용실인 줄을 알게 된다. 최은영 작가에게 2층으로 올라가서 마저 이야기하실까요, 정중히 양해를 구한다. 그 이후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 들어갔다.


24년 그 만남에서 읽어 주었던 글 <당신이 더는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세 번째로 담겨 있었다. 작가의 음성으로만 들었던 것을 이렇게 텍스트로 보게 되다니. 그때 그 당시 그녀는 버려질 두려움에 갇혀 있었고 이제서야 그 해결바카라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모두가 떠난다고 해도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나만은 끝까지 곁에 있을 거야. 너는 혼자 죽지 않아.'면서.


프롤로그에 최은영 작가는 그때 이 글을 독자들에게 낭독하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랬구나,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 것에 묘한 친근함을 더하게 된다.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것이 꼭 출판사의 마케팅 수단만은 아니구나, 하는 나의 삐뚤어진 마음도 곧게 세워본다.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는 작가들과 만날 기회가 있다면 나도 용기 내어 가보자는 다짐도 생긴다. 그때 꼭, 꼭, 신간 하나는 사들고 갈 거다.


나를 만난 그다음 달, 게엄으로 전국이 혼란스럽기도 했던 그 12월의 겨울에 그녀는 갑상선암이라는 판정을 받게 된다. 그 사정이 <긴 겨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의료대란의 피해까지 고스란히 받아야 했던 그녀에게 그 겨울은 어느 때보다 길었을 터이다.


마침내 수술을 하고 회복되어가는 그 심경을 그린 <천천히 달리기>에서 그녀는 마지막에 이런 다짐을 한다.


'어떤 변화가 오든 가슴을 열고 맞이하기를. 조바심내며 지금의 소중함을 내팽개치지 않기를. 작은 순간들을 음미하는 법을 배우기를. 천천히. 더 천천히.'


병마를 온몸으로 겪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올해 대학병원 2군데를 다녔던 나의 경험과 겹쳐지면서 그때 내가 느끼고 배운 것도 이것이었어, 벌써 흐릿해지고 있는 나를 다시금 되잡아 본다. 지금의 소중함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를 말이다.


며칠 전 집 아래 있는 L 슈퍼에서 40통 한정 1만 원 세일을, 9,900원에 6KG짜리 수박을 살 수 있다도 해서 늦지 않게 간 적이 있다. 가는 길에 이미 여러 사람들이 수박을 사서 오는 광경을 본다. 역시나 나보다 발 빠른 사람은 항상 있다는 것, 가보니 12통이 남아 있었고, 그중에 나름 수박 고르는 법을 따라 한 통을 골라서 기분 좋게 사서 집에 도착한다. 거기에 붙은 스티커가 인상적이다. 25년 감별사가 보증하는 당도라는. 칼을 대니 쩍하고 갈라지기까지 했다. 웬걸 기대치가 너무 높았는지 그렇게 달지 않다. 이게 뭐야!!!


작가들의 에세이나 산문을 요 근래 많이 읽는다. 그러다 보면 이처럼 기대치에 못 미치는 바카라들도 간혹 있다. 조금은 성의 없는, 단순히 그동안 써왔던 것을 정리하는 수준으로. 작가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 하는 나 같은 독자에게 이것도 감지덕지다. 하나 그들의 내면 깊숙한 것이 들어 있지 않아서 심심한 수박을 먹는 듯하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에 만난 최은영의 바카라은 내가 읽은 것들 중에 수박의 당도로 쳤을 때 TOP3에 든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내가 팬이라서, 내가 직접 만난 유일한 작가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당 관리가 필요한 이에게는 너무 달아서 손수레를 칠 수 있을 정도로까지 그녀의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만인에게 자신의 패를 보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글쓰기의 세계에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 숨기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자기 약점과 취약성을 세상에 노출하는 어리석은 사람들..... 시그리드 누비즈는 이렇게 썼다

.

'그리고 플래너리 오코너는 소설 작가에게 어리석음이라는 기질은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그걸 갖고 있다.'


나도 그 어리석음을 갖고 있다. 어리석음은 나의 기질이다.

'이렇게 써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면 더더욱 그렇게 쓰려고 했다.'


글쓰기에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한 그녀의 발버둥이 보인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마침내 결심한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기로. 자신의 패를 다 보이기로. 그 용기만으로도 이 바카라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녀를 향한 응원의 마음을 한층 더하게 한다.


- 헤리의 반려바카라 이야기


#헤리 #반려바카라이야기 #바카라을좋아하는사람 #바카라좋사 #바카라스타그램 #느림의독서 #반려바카라 #백지앞에서 #갑상선암 #당신이더는나를원하지않는다는기분 #긴겨울 #천천히달리기

작가의 이전글#한강 작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