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주'를 소재로 한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드디어라는 것은 꽤 오랫동안 마음만 먹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한 결심이지만 사실 한숨부터 나온다. 과학, 특히 우주나 천체 쪽은 그저 좋아서 고가의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고, 사진도 찍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반면 나는 그저 토성의 고리가, 목성의 눈이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자꾸만 자신감을 잃게 된다.
생각해 보면 전문가랄지, 어떤 분야에 몰입하는 사람을 동경해 왔으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호기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한창 와인에 꽂혀있을 때에는 나름 바카라도 사서 보고 했는데 결국 끝까지 파고들지는 못했다. 기타 연주도, 클래식도 모두 입문 단계에서 어영부영 그만두었다. 전문가가 되는 일에 거듭 실패하면서 한 가지 겨우 깨달은 것이 있는데 '호기심만으론 지속 가능한 원동력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랬다. 그래서 호기심이 막 생기던 일에서 애써 눈을 돌린 적도 있었다. 그 일을 지속할 수 없다면, 애초에 하지를 말자는 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약인지 이제는 조금 다른 생각도 있다. 얕은 호감도 오래 지속되면 그건 깊은 이해와는 또 다른 애정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나는 우주를 정말 오래 좋아해 왔다. 핸드폰 배경화면은 늘 밤하늘이거나 천체의 모습이었고, 아이들의 이름도 우주에서 따와서 지었다. 몇 년째 타투를 할까 말까 고민 중인데, 딱 하나를 새긴다면 토성 모양을 변형한 그림을 새기고 싶다고 결심한 상태다. 2022년 다누리호가 달 궤도 진입에 성공했을 때에는 달, 우주와 관련된 음악들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듣고 다녔다. 지금은 천체 상영관을 운영하는 일을 맡았지만 요구되는 것 이상으로 우주 소식을 살피고 있다. 태양계를 오래 들여다보고, 더 먼 별들을 공부한다.
공부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NASA에서 공개하는 사진들도 종종 들여다본다. NASA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보통 짤막한 설명과 함께 별 사진들이 공개되는데, 오늘은 이런 사진이 눈에 띄었다.
행성상성운 사진이었다. Sh2-188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새우 성운(Shrimp Nebula)’이라는 별칭이 더 정감 간다. 처음 행성상성운이 관측됐을 때에는 둥글고 흐릿한 모습이 행성 같아 그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행성과는 상관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어떤 별이 외곽층을 방출해 내고 자신은 백색왜성이 된 흔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이 먼 미래에 나아갈지도 모르는 형태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의미는 잠시 접어두고 그냥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아름다웠다. 마음이 우주로 둥실 떠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새우를 최근에 좋아하게 된 첫째 아이가, 그 이전에는 내게 새우 껍질을 까서 넣어주던 할머니가 떠올랐다. 우주는 여전히 내게 너무나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라서, 간혹 알게 되는 단면에 아주 잘 아는 기억들이 자꾸 따라온다.
별과 그 흔적, 우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의지에 대해 글과 사진으로 읽는다. 그러다 다시 광활한 우주 자체를 그저 그림처럼 바라본다.
우주를 멀리, 혹은 가까이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것 모두 우주를 사랑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써 나갈 이야기에도 그런 사랑들이 담길 것이다. 우주와, 사람들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