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남는 것

번데기와 변태

by미지의 세계

쉬는 날이면 아이들과 과학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곳을 간다. 보통 그런 곳은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설계되어 있고 날씨와 상관없이 쾌적하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놀면서 간혹 교양 지식 같은, 알찬 내용도 챙길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다. 다만 그런 곳은 지금 사는 시골에는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차를 1시간 이상 타고 이동할 때가 많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해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아이들이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보람은, 어느 날 밤 첫째의 말 한마디에 와장창 깨졌다.


"동네 맘 카페 가는 게 더 좋아. 멀리 가는 것보다 더 좋아."


시골에 딱 하나 있는 공공형 키즈카페(동네 사람들은 맘카페라고 부르는 곳)에서 노는 게 더 좋다는 것이다. 그곳은 운전을 싫어하는 남편이 매주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곳이자, 어린이집에서도 1주일에 한 번씩 들르는 곳이었다. 거기에 가서 아이들과 놀면 나 역시 편하겠지만, 그렇게 그곳만 거듭 가면 지겨울까 봐 일부러 멀리, 멀리 다녔었다. 충격에 몇 번이고 다시 되물어도 답은 같았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의미했나 싶었다. 그나마 둘째는 "난 놀러 다니는 게 좋아!"라며 내 팔을 잡고 흔들었지만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험의 중요도가 다른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든 적이 있다. 사실 다 큰 어른 입장에서 보면 만 3살, 2살 때의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 내가 기저귀를 마침내 뗐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그때 부모님과는 주로 어디를 놀러 다녔고, 무슨 장난감을 좋아했는지. 알지도 못하지만 굳이 기억하지 못해도 지금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 아마 그렇기에 사람들은 어린 영유아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에게 '굳이 그럴 필요 없다'거나, '그건 부모 만족일 뿐'이라며 다소 무심한 말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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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리랜서 방송인, 현직 남매 엄마이자 과학해설사.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해요. 매일 검열하고 싸우면서 문장을 써요. 그래도 결국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글쓰기를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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