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과학 원리에 대해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람객의 반응이다. 특히 감탄이 터져 나오거나, 웃음소리가 나는 등 호응이 큰 순간들을 잡아내려고 노력한다. 듣는 사람의 집중도에 따라 해설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시도로 얻게 된 노하우 중 하나는 일상과 가까운 예시를 드는 것이다. 편광 효과를 이용한 선글라스, X선을 이용한 공항 탐지대 같은 것들. 익숙한 일상에서 낯선 깨달음을 말할 때 어른이든, 아이든 눈을 빛낸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인가 보다.
생생한 예시를 들려고 하다 보니 주변에서도 과학 원리를 찾기 위해 종종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적외선 센서다. 적외선 센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람이 다가오면 움직이는 일부 에스컬레이터나 자동문, 방범 장치 등도 이런 원리를 활용한다. 뜨겁든, 차갑든 온도가 있다면 무엇이든 적외선을 내뿜고, 그걸 이용하면 무언가에 닿지 않아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직접 닿지 않아도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이렇게만 보면 무슨 판타지 소설 속 마법을 묘사한 것만 같다. 그러나 그게 얼음장 같은 한기, 또는 뜨겁거나 미지근한 온기라고 한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뻗어간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들, 이를테면 사랑과 우정, 질투 같은 감정들과 의무, 계약 같은 규칙들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민감하게 주고받는 것은 아무래도 감정이다.
최근에 나를 가장 크게 움직이게 한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근무하는 곳에 체험학습 온 학생 중 하나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학생은 손을 떨고 있었다. 그러나 직원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일은 아주 흔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의 떨림이 별로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나는 친절한 미소를 띠고 사무적으로 답했다. 한번 더 찾아보겠지만 학생이 다녔던 곳을 잘 찾아보라고, 그래도 없으면 중앙 안내데스크에 이름과 주소를 적고 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게 끝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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