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래
아주 힘든 결정을 했다. 지난해부터 열심히 준비해 제작하던 시리즈 하나의 시즌 종료를 지시해야 했다.
종종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모이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먹고살아 운이 좋다고 한다. 이왕 하는 일, 즐겁고 재밌게 좋아하는 거 하면서 돈 버니까. 여기엔 역설이 있다. 돈을 번다는 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재미있는 일이 돈을 벌어야 하는 순간으로 이어질 때 배로 큰 괴로움을 느낀다. 좋아하는 일이, 돈을 벌어야만 하는 일로 변모할 때 (실은 변모가 아니라 본질이지만) 알면서도 당혹감을 느낀다.
즐겁고 신나고 뜨겁고 행복하지만, 어떤 일련의 성과들이 나지 않을 때 - 그건 수치이기도 하고 돈이기도 하다 - 또는 외부적인 이유가 있을 때 우리는 즐거움을 뒤로하고 냉정한 판단 앞에 서야 한다. 그 좌절감이나 무력감, 또 억울함, 원망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감정들을 알기 때문에 요 며칠간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떻게 전달하냐… 도 중요하므로.
동료는 크게 울었다. 실은 나도 말을 전하면서 살짝 울었지만, 그는 생각보다 크게 울었다. 어느 정도 일정 부분은 본인이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우리 둘 다.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나는 저렇게 ’나의 것‘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는데. 그만큼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나? 그건 아닌데. 어쨌든 그보다 덜 뜨거웠던 것 같다. 부럽고 조금 질투도 났다. 한 번쯤은 저렇게 뜨겁게 태우고 울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었는데 어째 점점 퇴화하네.
그는 다행히 잘 회복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자기마저 태우진 않았다. 차갑게 식은 재들을 흩트리고 다시 그러모으는 듯했다. 그의 장점대로, 그는 또 배울 점을 정리하고 성장함을 기록했다. 요 며칠 행복일기를 썼다던 귀여운 사람.
-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에요. 팀장님도 껴주세요. 올해 제일 잘한 일에라도.
새삼 또 돌이켜 보면, 진짜로 내게도 제일 잘한 일 중 하나였다. 내게도 큰 도전이었고 하는 내내 두려움과 자바카라과 미안함과 낮은 자기 확신에 시달렸으니까. 그럼에도 그런 결정을 내렸고, 그걸 기꺼이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았고, 믿어주었고, 했고, 해냈다. 수치와 돈 따위 뭐가 중요하냐. 상호 간에 두터워진 믿음과 존경과 고마움과 미안함과 사랑과 사람이 성과지 뭐. 사실 이런 감성적인 것 외에도 정말로 얻고 배운 게 많다. 최근 일 전체적으로 분별 안 되는 짜증과 스트레스로 꽤 힘들었는데 일순간에 모두 해소가 되었다. 얼른 그가 유퀴즈에 스타피디로 나가 나를 샤라웃 해주길 바란다. ㅋㅋ
*이 내용은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았지만 나중에 스타피디가 되면 훌륭한 추억거리이자 증거자료가 될 것이므로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그렇다고 이걸 보여주기엔 좀 부끄럽거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