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하게 취하는 달콤한 휴식이 있으니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말쑥하다. 즐겁게 시작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기념사진 한 장이면 마무리니까. 그게 마음속에서 머물 때만 기쁘게 활활 열기가 뜨겁다. 실제 작업 모자를 꾹 쓰고 손을 쓰기 시작하면 어어어 이게 아닌데.
머리를 쥐어 짜야만 하는 고난의 시기에는 몸을 쓰는 노동이 천국이라 믿는다. 한 자릿수 더하기 빼기마저 숱하게 답을 틀릴 때 정수리는 아궁이가 된다. 불구멍이 열려 시원한 바람이라도 들어오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퇴화하는 느낌이 들 땐 열어둔 것들을 차례차례 닫는다.
땀 흘리자. 몸을 믿으며 작업화를 갈아 신는다. 쓱싹쓱싹 바르고 누르고 붙이며 관절을 누이고 꺾는다. 어어어 이게. 쪼그리고 앉아 가장 아래를 들여다보다 메꿔야만 하는 구멍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깨달을 땐 이미 절망의 눈에 갇혀 있는 거다.
숨을 멈추고 연장을 바로 쥔다. 얼음송곳을 써야만 할 자리에 넓적한 드라이버로 아무리 누른 들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쌓았다고 믿었던 근육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주저앉은 엉덩이는 다시 일어날 줄 모르고 부들거리는 이두 삼두에 어깨마저 뻐근하다. 입이 마른다.
이쯤 되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들과 결국엔 하지 못할 것들에 대한 분류가 필요하다. 지금 여기서 못질하는 것보다 박힌 못에 매달려 잠깐 쉬는 것이 더 나은 거다. 흰 벽에 단단히 박힌 듯 보이는 시멘트 못 대가리를 잡는 순간 쑥 빠지는 허망함,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쉬워야 하는 건 생각뿐이고 어렵다 피하던 건 허술하니 대체 언제쯤 사는 것에 바르게 대처할 수 있을지.
헐렁하면 작업복, 묵직하면 작업화, 질끈 동여맨 두건의 가장자리를 따라 스며든 땀만큼 그렇게 진득하고 무게 있게 살아야지 하지만 땀 한 방울의 깊이를 제대로 느끼려면 멀고 먼 길이다. 아는 것은 하는 것만 못하니 일단 뛰어들어 보려다 비겁해진다. 힘든 세상.
오늘 흘리다 만 땀을 말리며 고작 그것도 노동이다 소심하게 위안하다 한 잔 하러 들어와 주문을 넣는다.
샷추가 핫라테와 망고 듬뿍 타르트요!
오늘 하루 일당을 몽땅 날린 노동절 이브에 그간 체육관에서 단련했던 근육 가락에 한숨을 섞는다.
정신노동도 육체노동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반성이라도 하고 가려는 거다, 카페인에 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