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근데 힐링 수업에서 머리 서기를 해요?

시차를 두고 온 힐링

by호사


'이게 힐링 맞아?'

수업 내내 머릿속에서는 의문이 들었다. 그날도 분명 시간표에는 도구’ 힐링‘이라고 적혀 있었다. 요가 블록, 요가링, 스트랩 같은 소도구를 이용해 몸을 푸는 힐링 수업이다. 고난도 자세에 대한 욕심도 없고, 체력이 작고 귀여워 아쉬탕가나 빈야사 대신 편안한 힐링과 하타 요가 시간을 골라 수련한다.

수업을 마친 회원들은 하나같이 푹 데친 시금치처럼 늘어져 있었다. 나 역시 그사이 한줄기 데친 시금치였다. 땀을 빼고 나니 목이 말라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시다 선생님과 마주쳤다. 매달 시간표가 바뀌니 선생님이 종종 다른 수업과 혼동하곤 한다. 혹시나 수업을 헷갈리셨나 싶어 농담 삼아 물었다.


“선생님, 오늘 수업... 힐링 맞죠?”

“그럼요. 도구 힐링!”

“아니, 근데 힐링 수업에서 머리 서기를 해요. ㅋㅋㅋ”

“그렇게 머리 서기 하면 얼마나 쉬운데요...

머리 서기 하고 나면 개운하고 힐링되잖아요. ㅋㅋㅋ”


그때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힐링은 꼭 편한 순간에만 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날 마지막 피크 포즈는 머리 서기였다. 벽과 요가 블록을 이용해 초보자도 머리 서기에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초보 시절, 머리 서기가 제일 싫었다. 머리와 양팔의 힘으로 내 몸뚱이를 거꾸로 들어 올리다가 뒤로 철퍼덕 넘어질 거 같은 공포가 있었다. 척추나 허리를 크게 다치거나,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꼴이 망신스러울까 두려웠다. 초보 주제에 까분다고 흉볼까 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는 영원히 머리 서기에 근처에도 안 갈 거고 저건 선택받은 숙련자들이나 하는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요가를 5년 넘게 하다 보니 할 수 없던 동작도 어느 날 갑자기 하게 된다.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동작이 있듯, 하기 싫어도 언젠가 하게 되는 동작이 있다. 그게 내게는 머리 서기였다. 나는 요가 블록이나 벽 없이도 머리 서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힐링이라고 맘 놓고 왔다가 지구를 들어 올려야 하는 미션을 받아 당혹스러웠을 신입 회원들은 괜찮을까? 그들은 차마 못 물어볼 것 같아서 대신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힐링이 맞았다.


분명 같은 단어인데 우리가 아는 힐링과 ’선생님의 힐링‘에는 차이가 있나? 회원들이 요가로 힐링하는 게 아니라 속된 말로 회원들 조져지는 걸 보는 선생님의 힐링 시간이었냐고 농담을 던지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같은 시간이어도 실력이 천차만별인 회원들의 요구를 다 수용해야 하는 선생님에게 나름의 고충이 있을 테니까.


요가를 아무리 좋아해도 나의 힐링은 사바아사나(송장 자세)처럼 완벽히 아무것도 안 하거나 최소한의 움직임인데 선생님의 힐링은 도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이었다. 그렇게 땀을 빼고 집으로 가는 길, 봄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기분이 살랑였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니 스르르 잠이 들었다. 평소 잠에 들기까지도 오래 걸리고 잠 들어서도 중간중간 깨는데 그날은 달게 잤다. 요가 매트 위에서 힐링하는 걸 기대했던 나는 침대 위에서 뒤늦게 힐링했다. 선생님의 힐링은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온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