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야 보이는 것들

by행부


하루에 커피를 몇 잔 정도 드시나요?

저는 평균 1.48잔입니다. 가계부를 썼더니 이런 것도 알 수 있더라고요.


문제는 속에 탈이 나는 바람에, 나흘 동안 한 잔도 마시지 못한 거였어요.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며 하루를 그려보는 나만의 리츄얼을 잃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왜 늘 곁에 있는 건 사라지고 나서야 선명해지는지...

그 낯선 상실은 저를 7년 전 그날로 데려갔습니다.


안 쓰던 바카라상 서랍과 입지 않는 바지 주머니까지 털어 모은 돈 1,200원.

먹고 싶던 김밥 한 줄 대신, 땅콩 샌드를 집어야만 했던 그날.

짐만 되던 동전이 그날은 얼마나 소중하던지요.


200원이 모자라 버스를 타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두 시간을 걸으며 200원이 두 시간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배웠지요.


그 이후로 당연함을 느낄 때마다 잠시 멈추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손에 들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며 잠시 생각해 봤어요.


지구 반대편에서 원두를 재배하는 농부들,

먼바다를 건너온 화물선 선원들,

얼음을 채우고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 사장님까지.

이 모든 과정을 내가 한다면, 아직 커피나무도 못 심었을 텐데...


그 잠깐의 머묾은 늦게 나오는 커피 때문에 올라오던 불평의 자리를 무르게 했습니다.


상실과 결핍은 참 쓰리고 냉정하지만, 그만큼 정직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다시 보여주니까요.

작고, 반짝이지만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을요.


어쩌면 감사는 풍요로울 때보다,
비워졌을 때 더 선명해지는지 모릅니다.


나흘 만에 다시 마신 커피. 한 모금 마시는데 배시시 웃음이 났습니다. 이 좋은 걸 매일 아무 생각 없이 마셨다니 하면서요.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은 가장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 G.K. 체스터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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