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어머니의 이름, 영화 <햄넷>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은 수백 년간 인류의 영혼을 울려온 불멸의 걸작이지만, 이 위대한 텍스트가 한 소년의 죽음에서 잉태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매기 오파렐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햄넷>은, 천재 작가의 거대한 그늘에 가려져 있던 그의 아내 '애그니스'와 11살의 나이로 흑사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아들 '햄넷'의 이야기를 스크린 위로 찬찬히 불러냅니다.
<노매드랜드>를 통해 상실 이후의 삶을 대자연의 풍경 속에 시적으로 담아냈던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16세기 영국 스트랫퍼드의 거친 숲과 들판을 인물들의 내면과 유려하게 교직합니다. 영화는 위대한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폴 메스칼)의 탄생 신화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대신, 숲 속을 누비며 약초를 캐고 자연의 숨결을 읽어내던 야생적이고 영적인 여인 애그니스(제시 버클리)가,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아이를 잃고 텅 빈 세상을 어떻게 견뎌내는가에 카메라의 온기를 맞춥니다. 앞서 제31회 크리틱스 초이스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제시 버클리의 연기는 말 그대로 압도적입니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참척의 고통 속에서도 남겨진 이들을 위해 삶의 뼈대를 다시 세우는 어머니의 얼굴은, 그 자체로 숭고한 자연의 일부처럼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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