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어 인생의 중반전에 접어들며 깨닫게 되는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세상은 결코 내 계획대로 다정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돌아보면 이삼십 대의 우리는 세상을 참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엑셀 파일에 인생의 타임라인을 촘촘히 적어 내려가 몇 살에는 내로라하는 기업에 들어가고 몇 살에는 자산을 얼만큼 모으고 어디에 살겠다는 식의 완벽한 계획을 세웠죠.
그렇게 만든 나만의 계획이란 온실 속에서 아무런 변수도, 흔들림 없는 평온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곧 '성공'이자 '안정'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런 줄 알았죠.
하지만 냉혹한 자본주의 시장과 슬롯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밤새워 준비했던 완벽한 기획서는 상사의 변덕이나 방향의 급변으로 쓰레기통으로 향하기도 하고,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대기업들도 대외 악재 한 번에 휘청이는 모습을 목격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밀려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며 이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뭘 예측하지 못했던 걸까.' 하고 말이죠.
세계적인 사상가 나심 탈레브는 우리의 이런 오랜 착각을 뒤흔드는 한 단어를 던집니다. 바로 '안티프래질'입니다. 그는 세상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노력 자체가 부질없다고 말합니다.
대신, 불확실성과 충격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유리잔처럼 깨지기 쉬운 존재인지, 아니면 풍파를 맞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존재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오늘은 스트레스를 자양분 삼아 이전보다 성장하는 능력. 인생의 수많은 풍파를 기회로 바꾸는 진짜 고수들의 생존 방식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나심 탈레브는 충격을 받았을 때의 반응에 따라 세상의 모든 존재를 세 부류로 나눕니다. 유리잔처럼 쉽게 깨지는 프래질,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버티는 로버스트 그리고 자극을 받을수록 더 강해지는 안티프래질까지 이렇게 세 가지 유형이죠.
우리 주변을 들여다보면 이 차이는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겉보기엔 가장 안정적이고 단단해 보이는 대기업 온라인 게임인의 삶을 생각해 볼까요? 이들의 커리어는 조직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안에서 흔들림 없이 탄탄해 보입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그 울타리가 패러다임의 변화로 무너지거나 본인의 커리어가 떨어지는 순간, 시장에서 홀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은 생각보다 취약합니다. 작은 충격에도 산산조각이 나는 유리잔과 다르지 않죠.
반면, 매일 아침 거리로 나서는 택시 기사나 동네 미용실 원장님들은 어떨까요. 이들은 매일매일 날씨에 따라, 손님의 변덕에 따라, 불황의 깊이에 따라 자잘한 매출의 흔들림을 온몸으로 맞이합니다.
매달 들어오는 고정 수입은 없지만, 매일 작은 실패와 조정을 거치며 시장에서 살아남는 맷집을 본능적으로 키워냅니다. 충격과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몸의 근육이 크는 원리이자 안티프래질의 본질입니다.
이 개념을 삶의 궤적과 자산 관리에 적용할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 바로 '바벨 전략'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역기 모양처럼 중간은 과감하게 비워내고 양극단에 무게를 두는 지혜입니다.
제 주변에 자산을 지키고 키워낸 진짜 고수들의 포트폴리오는 대개 이렇습니다. 그들은 삶의 뼈대를 이루는 자산의 90%는 절대로 깨지지 않는 극도로 안전한 곳에 묻어둡니다.
국가적인 경제 위기가 올 때, 내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지 않도록 안전마진을 완벽하게 확보해 두는 거죠. 하방 위험을 예방하는 셈입니다.
나머지 10%의 여유 자금은 실패해도 내 인생에 아무런 타격이 없지만, 예기치 못한 시대의 흐름을 탔을 때 수십 배의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 자산, 예를 들면 비트코인이나 스타트업 지분 등에 던져둡니다.
가장 위험한 건 늘 어설픈 중간 지대입니다. '남들이 좋다니까 대출 왕창 끌어 넣은 테마주'나 '확신 없는 중위험·중수익 상품' 같은 것들 말입니다.
평소에는 적당히 수익을 내주는 것 같지만, 예상치 못한 대형 폭풍이 몰아치면 가장 먼저 계좌가 녹아내리는 전형적인 유리잔 구조입니다.
안티프래질 한 사람은 하방을 단단히 막아둔 덕분에 어떤 위기 속에서도 마음 편히 살아남고, 시장이 미쳐 날뛸 때 열려 있는 상방의 기회를 온전히 거머툽니다.
인생을 안티프래질 하게 만든다는 것은, 결국 '실패의 비용이 적은 작은 시도'를 내 일상에 끊임없이 심어두는 일과 같습니다.
우리가 온라인 게임을 다니면서 작게 무언가를 시작하는 비즈니스가 좋은 예가 되겠죠. 만약 전 재산을 털어 수억 원의 빚을 내 겉만 번듯해 보이는 카페를 차린다고 가정해 볼게요. 만약 이 사업이 실패하는 순간 인생이 침몰하는 프래질의 구렁텅이로 들어가게 됩니다.
반면, 매일 밤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서 글을 쓰거나 혹은 유튜브 영상을 올리거나, 소액으로 글로벌 우량 지수를 사 모으는 일은 실패해도 사실 잃을 게 없습니다. 돈 한 푼 잃지 않는 '값싼 실패'일뿐이죠.
하지만 그 무수한 시도 중 단 하나라도 대중의 마음에 닿아 궤도에 오르는 순간, 내 인생의 상방을 완전히 열어주는 거대한 선택권이 됩니다.
세상의 거친 바람을 굳이 통제하려 애쓰며 불안해하지 마세요. 불어오는 바람을 원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람이 불면 꺼져버리는 촛불이 아니라, 바람이 불수록 더 거세게 타오르는 모닥불 같은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삶에서 과도한 부채와 소모적인 관계처럼 나를 '깨지기 쉽게' 만드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 보세요.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실패들은 기분 좋게 수집해 나가세요. 세상의 모든 풍파는, 결국 당신이라는 불길을 더 크게 키워줄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