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평생 친구처럼 지내는 방법

by자향자

처음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던 떨림, 온 신경이 그 사람에게만 쏠려 밤잠을 설치던 뜨거운 감정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 불꽃같은 ‘사랑’의 유통기한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삶의 파도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집을 넓혀가고, 나이를 먹어가다 보면 어느새 그 뜨겁던 자리에 묵직한 ‘가족애’ 혹은 ‘의리’라는 녀석이 대신 들어앉게 되죠.



많은 이들이 설렘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결혼 생활이 지루해졌다거나 관계가 식었다고 슬퍼합니다. 하지만 진짜 결혼 생활의 묘미는 그 불꽃이 꺼진 숯불 위에서 은은하게 구워지는 ‘우정’에서 시작됩니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눈가에 주름이 조금씩 늘어나도, 거실에 마주 앉아 별것도 아닌 일로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는 일상의 관계.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오해하고 손가락질해도, 내 편에 서서 함께 욕해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단짝 친구’를 얻는 것. 그것이 결혼이라는 긴 마라톤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변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대화가 단절되고, 한 공간에 있는 것조차 어색해 서먹하게 지내는 부부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나이 들면 다 친구처럼 사는 거지"라는 말은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 저절로 주어지는 축복이 아닙니다.



연애 시절의 사랑보다 훨씬 더 밀도 높은 노력과 태도가 쌓여야만, 비로소 ‘평생의 단짝’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뜨거운 사랑의 시기를 지나, 인생의 가장 좋은 친구로 거듭난 부부들은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요?



첫째, 그들은 해결사가 아닌 대나무숲이 되어준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배우자가 힘든 일을 털어놓을 때 자꾸만 ‘조언’을 하거나 ‘해결바카라’을 제시하려 합니다.



특히 온라인 게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일수록 이성적인 판단으로 상대를 가르치려 들기 쉽죠. 하지만 친구 사이의 대화에 정답은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건 내 마음에 100% 공감해 주는 단 한 사람의 온전한 ‘경청’입니다.



어느 부부는 퇴근 후 식탁에 마주 앉을 때 지키는 철칙이 있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온라인 게임 상사 때문에 속상했던 일을 속사포처럼 쏟아냈습니다. 예전 같으면 남편은 "당신이 그때 그렇게 대처했어야지"라며 냉철한 피드백을 주었겠지만, 어느새부턴가 방식을 바꿨죠. 그저 아내의 눈을 맞추며 "진짜 속상했겠네. 그 상사 너무했다"라며 맞장구를 쳐주었습니다.



대화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처럼 단 10분을 얘기하더라도 내 마음이 온전히 닿아있다는 ‘질적인 만족감’입니다. 내 편의 따뜻한 공감 한 마디면, 하루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집니다.



둘째, 함께 웃는 시간을 만든다.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중요한 건 싸움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회복하느냐’이죠. 평생 친구처럼 지내는 부부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유머’입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코드가 같다는 것은, 관계의 완충지대가 그만큼 단단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0년 넘게 신혼처럼 사는 한 맞벌이 부부는 주말마다 아주 유치한 장난을 치곤 합니다. 서로의 흑역사 사진을 보며 놀리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어이없는 삼행시 대결을 펼치기도 하죠.



얼마 전 사소한 말다툼으로 집안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을 때, 남편이 뜬금없이 아내가 좋아하는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며 먼저 백기 투항을 했습니다.



아내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터졌고, 그 웃음 한 방에 팽팽했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려버렸습니다. 같이 자주 웃는 부부는 마음의 근육이 유연해서, 웬만한 갈등의 파도는 웃음으로 쉽게 넘겨버립니다.



셋째, '적당한 거리’가 주는 편안함을 인정하자.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24시간 내내 붙어 있거나 모든 비밀을 공유하려 들면 숨 막히기 마련입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울타리 안에 살고 있지만, 엄연히 서로 다른 독립된 인격체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배우자에게 각자의 공간을 허락하고, 혼자만의 취미를 존중해 줄 때 관계는 오히려 더 건강해집니다.



남편은 주말마다 새벽같이 일어나 홀로 긴 거리를 달리는 러닝이 유일한 해방구이고, 아내는 조용한 카페에서 혼자 바카라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을 사랑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주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난 것이죠. 아내는 주말 새벽 러닝을 떠나는 남편에게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라며 배웅하고, 남편은 아내만의 자유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흔쾌히 놀이터로 향합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다시 만났을 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훨씬 더 풍성해집니다.



나이 들어 베개 밑 송사를 나눌 사람도, 지루한 병원 대기실에서 내 손을 잡아줄 사람도 결국은 내 곁의 배우자뿐입니다.



평생을 함께할 나만의 단짝 친구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늘 퇴근길에 "오늘 고생 많았어"라고 건네는 다정한 눈빛, 상대의 엉뚱한 농담에 귀엽게 응해 주는 여유, 그리고 그 사람만의 온전한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배려 속에서 매일 조금씩 자라납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배우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세요. 그리고 늘 하던 살림 얘기, 아이 교육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친구에게 하듯 툭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 좋아하는 노래 있어?" 하고 말입니다. 당신의 인생에 가장 완벽한 우정은, 바로 그 10분의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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