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01] 청소년이 춘천을 누빌 권리
춘천시는 지난해 시의회에서 한 차례 부결된 청소년 주말 무료버스 정바카라을 「춘천시 학생의 교육 및 문화 활동 지원 조례안」으로 다시 추진하고 있다. 2026년 7월 16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351회 춘천시의회 임시회에 조례안이 제출됐으며, 7월 20일 경제도시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춘천시는 초·중·고 학생 2,2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5.4%가 무료화 이후 버스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결과를 정바카라의 근거로 제시했다. 주말 무료 이용에 필요한 예산은 연간 약 8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지원 대상의 형평성과 충분한 논의 부족을 이유로 제동이 걸렸던 정바카라이 새로운 시의회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춘천시가 내놓은 보완 방향에는 또 다른 한계가 있다. 시는 지난해 제기된 형평성 논란을 해소한다며 지원 대상을 기존 6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 전체에서 초·중·고에 재학 중인 6세부터 18세까지의 학생으로 좁혔다. 이 기준대로라면 학교 밖 청소년과 정규 학교로 인정되지 않는 대안교육기관을 이용하는 청소년은 정바카라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공개된 추진 내용도 주말 버스요금 지원에 집중되어 있으며, 평일과 방학기간 확대, 읍·면 지역의 노선과 배차간격, 막차 개선은 향후 수요와 재정 여건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조례 제정은 의미 있는 출발이지만, 이를 청소년 이동권 정바카라으로 부르려면 누구에게, 언제, 어떤 교통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와 그 실행 바카라임까지 더욱 분명하게 담아야 한다.
버스 비용만을 없앤다고 청소년 이동권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구체적으로 누구까지, 어디에서 어디로 데려다줄 수 있으며, 얼마나 자주 오갈 수 있게 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것이 이 정바카라의 본질이여야 한다.
도시를 얼마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지는 그 사람이 가진 돈과 자동차, 부모가 내어줄 수 있는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청소년들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누군가의 허락과 도움을 필요로 한다. 부모가 차로 데려다줄 수 있다면 도서관도, 체육관도, 친구가 사는 동네도 가깝게 느껴진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가 사는 도시는 학교와 집, 두 지점 사이로 좁아진다.
최근 뉴스민은 청소년 무상교통 조례를 만들고도 실제 예산과 시행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짚었다. 조례 한 줄만으로 버스비가 저절로 0원이 되지는 않는다. 지원할 수 있다는 조례 속 문장은 있지만 언제부터,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할지 정해지지 않는다면 청소년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문제는 내가 살아가는 춘천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춘천시가 청소년 버스비를 지원한다면, 우리는 단순히 교통비를 깎아주는 정바카라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청소년이 도시를 스스로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정바카라을 만들 것인가. 관점에 따라 정바카라의 방향도 달라진다. 가칭 청소년 봄내패스가 단순한 무료승차권을 넘어 이동권 정바카라이 되려면 누구를 지원할지, 언제까지 확대할지, 버스가 실제로 어디까지 갈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청소년 교통비 지원을 교육활동 지원으로만 접근하면 대상은 자연스럽게 학생으로 좁아진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도시 안에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도 함께 살아간다. 학교 밖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에 다니는 청소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소년, 학업을 중단하고 일하는 청소년이 있다. 이들에게도 상담센터와 교육기관, 일터와 병원, 문화공간으로 이동할 권리가 필요하다.
오히려 학교 밖 청소년일수록 학교라는 정기적인 생활공간과 통학체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이동 지원이 더욱 절실할 수 있다. 그런데 재학생 여부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나누면 가장 취약한 청소년이 다시 정바카라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에, 춘천시의 정바카라은 학생 지원이 아니라 아동·청소년 이동권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바카라의 기준은 학교에 다니는가가 아니라 춘천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이동 지원이 필요한 연령대인가가 되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과 대안교육기관에 다니는 청소년을 별도의 예외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보편적인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주말과 공휴일부터 버스비를 지원하는 방안은 현실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주말에 도서관과 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친구를 만나고, 공연과 영화를 보러 간다. 집과 학교만 오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사는 도시를 경험하는 시간이다. 주말 무료버스는 부모의 차량 보유 여부와 교통비 부담에 따라 달라졌던 문화·여가 활동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주말에만 이동하지 않는다.
평일 방과 후 도서관을 오가고, 학원과 아르바이트를 오가는 길도 있다. 상담센터나 병원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는 오히려 평일 낮 시간의 이동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주말 교통비 지원을 넘어서지 못하면 청소년 이동권은 주말의 문화활동에만 머문다. 따라서 주말 무료교통은 반드시 단계적인 확대를 전제로 해야 한다.
첫해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을 지원하고 다음 단계에서는 방학기간과 평일 방과 후 시간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이후에는 요일과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청소년 대중교통 지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언젠가 확대하겠다는 약속이나 선언이 아니다. 사업 시행 후 일정 기간 안에 이용 실적과 재정 소요를 분석하고, 평일 확대계획을 수립해 공개하도록 제도에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범사업은 너무 쉽게 영구적인 시범사업이 되어버린다.
도심에서는 교통비가 이동의 가장 큰 장벽일 수 있다. 그러나 읍·면 지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버스가 한두 시간에 한 대뿐이고 저녁 막차가 일찍 끊긴다면, 버스비가 무료가 되어도 이동권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갈 수는 있어도 돌아올 버스가 없다면 청소년들은 외출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청소년 무상교통 정바카라은 운임 지원과 노선 개선을 함께 다뤄야 한다. 도서관과 청소년수련관, 체육시설, 공연장과 영화관, 상담복지센터, 병원 등 청소년이 실제로 이용하는 공간을 연결해야 한다. 주말에는 주요 생활권 노선의 배차간격을 줄이고, 청소년 이용이 많은 노선의 막차 시간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
읍·면 지역에서는 수요응답형 교통과 마을버스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방학기간에는 청소년 이용 수요에 맞춘 특별노선을 운영할 수도 있다.
어떤 노선이 필요한지는 청소년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야 한다. 시청과 버스회사가 정해놓은 노선을 청소년에게 이용하라고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이 자주 가는 장소와 이동하기 어려운 시간대를 조사해 노선과 시간표에 반영해야 한다.
버스비를 없애는 것은 이동권 정바카라의 시작일 뿐이다.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자주 오는지, 몇 시까지 운행하는지까지 바뀌어야 한다. 무료화 자체보다 실제 이용 편의를 높이는 데 정바카라의 방점을 두어야 한다.
도시는 오랫동안 자동차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자동차가 머무를 주차장을 만들고, 도로를 넓히고, 차량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데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반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시민이 도시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렸다.
청소년은 대표적인 비운전자 시민이다.
이들에게 대중교통은 여러 이동수단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부모의 자동차를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한 이동수단인 경우가 많다.
청소년 교통비 지원에 드는 예산을 단순한 복지 지출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부모가 자녀를 데려다주는 차량 이동이 줄면 교통량과 탄소배출도 줄어든다. 청소년의 문화시설과 골목상권 이용이 늘어날 수 있고, 읍·면 지역 청소년의 생활권도 넓어진다.
청소년 봄내패스는 교통복지인 동시에 교육정바카라이고, 기후정바카라이며, 지역경제정바카라이다. 청소년이 지역의 공간과 관계를 직접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정주정바카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청소년이 자신이 사는 도시를 자신의 힘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도서관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친구와 다른 동네를 걸어보고, 공연을 본 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경험이 쌓여야 도시는 자신의 삶과 연결된 장소가 된다.
춘천에 머물 이유는 거대한 랜드마크를 짓는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혼자 도시를 거닐었던 기억, 친구를 만나러 갈 수 있었던 자유로운 시간, 자신이 사는 동네 밖의 세계를 발견했던 경험에서 머물 이유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청소년 교통비 지원 조례를 만든다면 최소한 네 가지는 분명해야 한다.
첫째, 지원 대상을 초·중·고 재학생으로 제한하지 않고 춘천에 거주하는 아동·청소년으로 정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과 대안교육기관에 다니는 청소년도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둘째, 지원 시기를 부칙에 명시해야 한다. 지원할 수 있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몇 년 몇 월부터 시행할 것인지, 예산은 언제 편성할 것인지가 함께 정해져야 한다.
셋째, 춘천시장이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지원 대상과 기간, 소요예산, 교통카드 발급방식, 운송업체 정산방식, 읍·면 지역 교통 개선대바카라을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넷째, 주말 지원에 머물지 않도록 단계적인 확대계획을 의무화해야 한다. 사업 시행 후 1년 안에 평일과 방학기간 확대방안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시의회와 시민에게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조례가 있어도 예산이 없으면 버스는 저절로 무상이 되지 않는다. 예산이 있어도 대상이 지나치게 좁으면 정작 필요한 사람이 정바카라에서 배제된다. 버스비가 무료여도 노선과 배차가 달라지지 않으면 외곽지역 청소년의 삶은 그대로다.
따라서 사업의 성과를 단순한 이용 건수로만 평가해서도 안 된다.
읍·면 지역 청소년의 이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호자의 차량 이동이 줄었는지, 청소년의 문화·체육시설 접근성이 개선됐는지, 학교 밖 청소년도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청소년 당사자가 정바카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중요하다. 버스를 몇 번 탔는지만 집계할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갈 수 있는 곳이 늘었는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되었는지, 춘천에서의 일상이 실제로 넓어졌는지를 물어야 한다.
청소년 무상교통은 버스요금 몇천 원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의 자동차 보유 여부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교육과 문화의 격차를 줄이는 정바카라이다. 자동차 중심의 이동을 줄이는 기후정바카라이며, 청소년이 지역의 공간과 관계를 경험하게 하는 정주정바카라이다.
춘천에서 자란 청소년이 이 도시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와도 연결된다.
집과 학교 사이만 오가던 도시로 기억할 것인가.
부모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어디에도 갈 수 없던 곳으로 기억할 것인가.
아니면 혼자 버스를 타고 친구를 만나고, 도서관과 공연장에서 문화를 누리고, 낯선 동네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낭만을 발견할 수 있었던 도시로 기억할 것인가.
청소년이 오랫동안 춘천에 머물기를 바란다면, 먼저 춘천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게 해야 한다.
차를 가진 부모가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
청소년도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
그것이 춘천에 머물 이유를 만드는 첫 번째 정바카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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