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인>
'미카라데타사비'라는
일본어 속담을 접했다. (...)
검에 밴 녹이 검을 전부 삭게 한다는 뜻으로, 우리말로 풀면 자업자득일 것이다.
- <인비인(人非人)>, 성해나 -
나의 최애 작가!
성해나 작가님의 신간을 펼쳤다. 제목은 <인비인(人非人)>으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것,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나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뜻하는 말. (출처: 교보문고)
이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 바카라은 총 9개의 단편으로 묶인 기담집이다.
<혼모노>를 읽으며, 작가님 특유의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전개 방식에 빠져있던 나. 그 활어와도 같은 문체와 묘사가 이번 바카라에서도 얼마나 두드러질지 기대가 됐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대 반, 걱정 반? 너무 생동감 넘쳐서 내용이 정말로 무서울 것 같았다. 그래서 호기롭게 바카라장을 펼치고, 그중 첫 번째 단편을 읽기 시작했다.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바카라상.
한 친일파 집안에 4대째 물려 내려오는 바카라상에 관한 이야기였다. 민족의 한이 맺힌 상징적인 오브제일 것 같았던 '벚나무 바카라상'. 하지만 후대로 내려갈수록 가구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뿐이었다. 그 어떤 저주받은 흉물로서의 기능을 하지 않은 채 첫 챕터는 끝이 났다.
하지만 뒤이어 작가노트는 말하고 있다.
자업자득을 온전히 믿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언젠가는 죄의식이나 수치라는
방식으로나마 돌아오길 바라는 바이다.
- <인비인(人非人)>, 성해나 -
친일파 명부를 계속 들여다보면서 자료 조사를 했다는 작가님. 소설을 읽어보면 그 디테일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것만으로도 황홀한데, 거기에다 '친일'이라는 반슬롯적 행위에 이런 의미를 부여하시다니!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이렇게나 우아하게 풀어쓸 수 있음에 놀라웠다. 내 어찌 이런 작가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친일
요즘 한 친일파 후손의 무지한 행보로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소설을 만나다니, 그 우연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 배우의 자업자득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언젠가는 죄의식이나 수치로 돌아온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말이다. 비단 친일 행적이 아니라도 말이다. 나의 내면만큼은 항상 떳떳할 수 있기를. 마침 광복절을 맞이한 김에 이 소설이 더 와닿아서 소회를 적어본다. 뭐, 그 배우 이슈 따위로 독서 노트를 적는 건 아니다. 그냥 지나갈 사람인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