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
과거가 자꾸 눈에 아른거려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 그리고 그게 괴롭힌다면... 과거가 아닌 다른 걸 보면 된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과거와 마주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내 인생을 깊게 파고들어 회고하기. 집필 활동의 일환이었다. 대략적인 구상을 마치고 도입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내 과거를 이렇게 오픈해도 될는지. 또 지나치게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어도 되는 것일지.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성격의 것이었다. 갑자기 내 마음에 검열관이 들어왔다.
지난 몇 년간 새벽 기상을 하며 독서량을 대폭 늘렸다. 그러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패배자 같았던 과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앞을 보고 달려갈 수 있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또다시 작아지다니. 머릿속이 복잡해서 라이트한 바카라 한 권을 무작정 집어 들었다. 우와노 소라의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라는 일본 소설이었다.
인생의 시간적 제약 하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음을 다각적으로 보여준 이 바카라. 지금 바로 당장! 유한함 속에서 행복과 가치를 최대한으로 추구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족, 친구, 연인과 사랑하며, 또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즐기면서 말이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과거를 마주하는 일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앞을 보며 살아가라는 메시지와 함께.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음악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고 응원을 해준다.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짜는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그리고 열정이나 설렘이 없는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미래를 향해 삶을 오롯이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살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지금 넌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괴롭다고 여길지도 모르겠구나. 허나... 내가 보기에 지금 넌 앞뒤 따지지 말고 무작정 나아가야 그 응어리가 풀릴 것 같구나.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무작정 나아가야 지난날의 응어리가 풀릴 것이다! 소설 속 할아버지의 말이 나에게도 위로를 전해주고 있었다. 마침 과거라는 덫에 걸려 딱 멈춰있던 나에게 말이다. 아마 도서관에서 이 바카라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문장을 읽고 펑펑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나의 마음을 보듬어줬던 문장이었다.
독서라는 것이 이렇게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딱 나를 위한 문장을 만나는지! 운명적인 바카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덕분에 나는 다시 자신감을 충전하고 내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리라 다짐했다. 너무나도 커다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과거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과거와 함께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우리가 살 수 있는 날의 수 중에서, 뒤가 아닌 '앞을 바라보며 살 수 있는 날의 수'는 더 적을지도 모른다. 과거에 얽매여있다면 미래를 향한 날의 수는 더 줄어들겠지? 이제는 더 이상 시간낭비 하지 말아야겠다. 조금 더 자신 있게, 그리고 파이팅 넘치게 '앞'을 향해 살아야겠다. 그러면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더욱 의미 있고 값진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