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은퇴자의 일상 71. 입시생 학부모가 느끼는 감정: 대학보다 더 소중한 것!
#1 딸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토요일마다 댄스 학원에 간다. 나름 진심이다. 주변에선 고1이 댄스 학원 갈 시간이 있냐고 말한다. 그렇다. 시간이 없다. 주말 밖에 시간이 없다.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서면 밤 10시가 넘어야 돌아온다. 꽃다운 나이, 고등학생들에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애타게 공부하지 않았던 내 학창 시절을 생각하니 더 안쓰럽다.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오후 2시간 동안은 신나게 춤추고 땀 흘리며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다행히 끝나고 나면 꼭 한마디 하는 딸의 말에 마음이 놓이고 흐뭇한 미소가 나온다.
"아빠! 내가 제일 늙어서 그런지 댄스 하는데 힘들어. 체력이 달려~"
#2 누가 그랬을까? 누가 바나나를 요렇게 장난스레 걸었을까? 식탁 한 쪽에 걸려 있는 바나나를 보고 와이프랑 한참 웃었다. 범인은 고3 아들이었다. 중학생 된 뒤로 점점 무뚝뚝해지는 아들! 올해 고3이라 절정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들아~ 넌 이렇게 장난기 많은 아이였단다. 공부하느라 힘들 텐데... 그래... 잠시 나마 이런 여유를 찾아서 다행이구나'
아마 와이프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서로 얼굴을 보며 말을 하진 않았지만, 웃음의 의미는 같은 듯 보였다.
#3 야간 자율 학습이 없던 어느 날, 고3 아들이 일찍 집에 왔다. 엄마랑 아빠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 뒤에 감추고 있던 꽃 화분을 내밀며, 무뚝뚝한 저음으로 한마디 던진다. "엄마, 아빠 어버이날 축하해~"
'그래 아들아, 공부하느라 힘들 텐데... 잊지 않고 엄마, 아빠 챙겨줘서 고마워~ 그렇지, 넌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아이였어.'
꽃을 들고나오며 와이프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씩 웃었다. 와이프도 나도 아마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창가로 눈부신 햇살이 비친 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데, 며칠 전 받았던 꽃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 놓쳤던 꽃 화분 사진을 찍으면서 난 다시 한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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