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된 주방보조 코덱스가 나야 나
바야흐로 인류라는 존재는 도구를 씀으로써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자신의 위치를 한 단계 승격시킨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솔직히 내가 그 인류 안에 속할 자격이나 되는지 고민 중이다.
"지피티야.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지 않냐? 저거 아무래도 일부러 나 맥이는 거 같아."
마치 불을 발견했던 인류처럼 처음에는 신이 나서 봄날 망아지가 된 나였다. 가장 귀찮은 작업 중에 하나라면 하나인 개발 환경 구축을 하려다가 문득 내가 이걸 일일이 다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 없이 코덱스에게 가볍게 던져본 것이었다.
코덱스가 다 해준다면 내가 얻게 될 봄날 같은 행복.
워라밸. 인간다운 삶. 9 to 6.
저녁이 있는 삶. 그리고 아마도 건강한 수면? 인류는 숭고해질 테지. 아무렴!
인류는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이다. 그게 바로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의 특권 아니겠는가?
"어이 코덱스, 가게 하나 열자."
개발자들이 말하는 개발 환경 구축이라는 것이 사실 그런 거다.
빈 땅에다가 내 땅이요 하고 표시를 먼저 하고 나서, 물론 빈 땅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겠지만. 그러고 나서는 전기를 끌어오고, 수도관도 연결하고 잘 나왔나 확인한 다음에 벽을 세우고 간판도 달고. 필요에 따라서 주방을 만들거나 작업장을 만들고, 테이블을 놓고 영업 허가도 받고.
결국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상태까지 만드는 것이 개발의 시작이고 이 작업은 참으로 귀찮은 작업이다. 물론 요즘은 "도커"라고 이삿짐 전문센터가 있어서 그 수고가 많이 줄긴 했지만 특정 가게는 공간이 협소하여 이삿짐센터를 부를 여유가 없기도 하고 그냥 가끔은 그 노동이 좋아서 그냥 하는 개발자도 있는 법이다. 언제나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는 법이지.
손님 한 명 받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데도 이상하게도 이게 가장 귀찮다. 흰 도화지에 첫 선을 하나 긋는 게 가장 어렵다는 한 작가님의 표현이 문득 떠오르지만, 아무래도 앞으로 벌어질 오랜 자기 자신과의 지겨운 싸움을 알고 있기에 머뭇거리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준비했지. 가라 코덱스!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그리고 난 오늘 솜씨가 좋은 주방보조를 영입했기에 녀석이 칼질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첫 번째 실수였다.
분명히 편해지려고 도구를 쓰고, 내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녀석들을 영입했는데 코덱스 이 녀석은 내 예상에 없던 행동으로 나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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