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것은 "감동"이다.

졌잘싸로 전 세계인에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 무명 국가 카보베르데.

by곽한솔


이번 주 가장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국가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카보베르데'가 아닐까 싶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을 통해 처음 들어본 국가일 테다. 최약체로 분류됐었는데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무려 우승후보 스페인과 무승부를 거두었다. 이어서 월드컵 단골 우루과이와 2대 2 무승부를, 지금은 약체지만 월드컵 16강에 오른 적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지지 않으며 무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다크호스가 즐비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경쟁을 뚫고 선발된 국가인지라 솔직히 어느 정도의 저력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조별리그 통과라는 결과가 물론 첫 출전한 국가의 입장에서 대단했지만 아주 놀랍지는 않았다. 그리고 딱 여기까지가 끝임을 모두가 예상했을 것이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펼쳐진 토너먼트에서는 원사이드 한 경기로 탈락할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졌잘싸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한다. 최전성기가 아닐 수는 있어도 세계 축구 역사상 GOAT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연장까지 끌고 간 점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카보베르데 부비스타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기자단에 박수를 받았다. 패장의 감독이 기자단에 박수를 받았다는 얘기를 이전에 들어본 적이 있었나 싶다. 우리나라보다도 더 낮은 리그에서 주로 뛰는 선수들과 이를 지휘한 감독이 이번 월드컵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강한 투지를 발휘했기에, 비록 졌지만 아무리 박수를 보내도 아깝지가 않을 정도로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조금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일본 대표팀도 이번 대회에서 졌지만 박수를 받았다. 아시아 팀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3대 0으로 이기는 장면은 마치 만화를 보는 듯했다. 우리는 아프리카 국가에 지면서 탈락했기에 더 대비가 된 듯했다. 우승까지도 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은 강한 팀이었는데, 16강에도 오르지 못한 결과만 놓고 보면 사실 실패한 월드컵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원한 우승후보 강호 브라질을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하고 후반전 종료 직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졌잘싸를 보여줬다. 일본은 사실 주전 선수 몇몇이 부상으로 낙마한 최정예의 전력이 아님에도 저력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은 배경 없이 실력으로 그 자리에 올라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또한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나라도 1994년 미국월드컵 때, 최약체였음에도 스페인과 2대 2로 비겼다. 독일을 상대로는 사실 이길 수도 있을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나 골결정력과 골키퍼의 아쉬운 모습으로 졌다. 그렇지만 그 독일과의 경기에서 3대 2라는 스코어를 기록한 것 역시 대단한 것이었다.






잘 싸워서 이기면 그건 뭐 레전드다. 가장 친숙한 사례로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그랬다. EPL에서는 몇 년 전 레스터시티가 맨시티, 맨유, 첼시, 아스널, 리버풀 등을 제치고 우승한 사례가 있다.


물론 결과가 나오면 더 금상첨화지만,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강팀을 상대로도 투지를 보여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더 이상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지만 박수를 받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4등을 기록해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혹은 그보다 못한 등수를 기록했더라도 그 환경 및 여건에서 대단한 열정과 투지를 보여준 선수에 감동을 느끼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찜찜하게 이겨서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것보다, 감동을 주는 '졌잘싸'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국민의 사랑과 응원을 한 몸에 받는 국가대표팀이라면 이것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싸잘졌'이 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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