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강

by신안골 임작가

겨울강



해거름 얇은 온기로
갈대는 잠시 굽은 등을 편다


칼바람에 허리 바싹 말랐어도
끝내 강을 놓지 않는 채

떨리는 다리에 불끈 힘을 준다


검은 강은 하얗게 질려있고

적막을 깨고 물구나무서는 오리 한 마리
그 잔물결 위로

노을이 천천히 몸을 눕힌다


강둑길
뉘엿한 빛 속을
한 노인 찬찬히 걸어간다

헐렁한 바지춤을
한 손으로 그러쥔 채

그래도 살아내야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다


겨울
노을
갈대

그리고 노인은

강물에 서로의 그림자를 겹치며

저무는 빛 속으로
함께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