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NRW주
교사 앞에 선 한국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보훔대학교 교사연수회 “한국어 언어경관연구"

by문맹

지난달 토요일 (7월 11일) 오전, 보훔 루르대학교(Ruhr-Universität Bochum, RUB) 오디맥스 앞은 이른 시간부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전역에서 모인 교사들로 붐볐다. 2018년부터 2년마다 열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RUB Teachers’ Day”에는 이날 하루 동안 250여 명의 교사, 교생 및 연수생, 교과 담당관, 행정 교사들이 캠퍼스를 찾았다. 개회사와 기조강연, 음악 공연으로 하루를 연 행사는 오전·오후 두 차례의 연수 세션과 캠퍼스 곳곳의 “마켓플라츠(Marktplatz)” 전시, 그리고 저녁의 친교 모임까지 이어지는 종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그 마켓플라츠 한쪽, 사람들이 가장 오래 발걸음을 멈춘 부스 중 하나가 있었다. 루르 보훔대 한국학과 학생들이 마련한 이 부스의 이름은 “다언어 가시성 – 한국어를 사례로 한 어언 경관 수업자료 (Mehrsprachigkeit sichtbar machen: Linguistic Landscape als Unterrichtsmaterial am Beispiel der koreanischen Sprache)”였다. 포스터와 전시물, 노트북으로 시연되는 디지털 지도 앞에서 교사들은 걸음을 멈추고,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한참을 머물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루가 끝날 무렵 학생들은 지치고 목소리는 조금 쉬어 있었지만, 표정에는 뿌듯함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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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스는 한국학중앙연구원(Academy of Korean Studies, AKS)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 “Korean Linguistic Landscape in NRW(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한국어 언어경관)”의 성과를, 교육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교사들에게 직접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성과 홍보를 넘어, 독일 공교육의 실무자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 그리고 그것을 기록해 낸 기술(디지털 매핑, ArcGIS StoryMap)에 얼마나 깊은 관심을 보이는지를 확인시켜 준, 뜻깊고도 분주한 하루였다.


1. RUB 교사의 날(Teachers’ Day)란 무엇인가 - 연수를 넘어선 슬롯적 의제의 장


RUB 교사의 날은 보훔대학교 산하, 교사교육기관 (Professional School of Education)이 주관하는 대규모 격년 행사로, 교사뿐 아니라 교사가 되고자 하는 연수생 및 교과 담당관까지 아우르는 NRW 전역의 교육자를 대상으로 한다. 행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행사는 교사 양성에 참여하는 모든 단과대학이 함께 마련하는 공동 연수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은 하루 동안 여러 전공·비전공 워크숍을 통해 최신 학문적 성과와 교과별 전문성, 그리고 서로 교류가 가능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접하게 된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이 행사는, 이제 NRW 교육계에서 격년마다 돌아오는 화합과 충전의 자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눈여겨볼 지점은, 이 행사가 단순한 직무교육의 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몇 해간 RUB 교사의 날은 이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독일 교실의 현실, 다문화·다언어 슬롯에서 학교가 감당해야 할 역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맞닿는 민주주의와 시민교육의 문제까지도 논의의 지평 안으로 끌어들여 왔다. 다시 말해 이 행사는 “어떻게 더 잘 가르칠 것인가”라는 실무적 질문과 함께, “누구를 위해, 어떤 슬롯를 그리며 가르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함께 던지는 장이다. 오전 오디맥스에서 진행된 개회사와 기조강연 역시 교과 지식의 전달을 넘어, 오늘날 학교가 마주한 슬롯적 쟁점들을 정면으로 다루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수언어의 가시성을 다루는 한국어 가시성 프로젝트는 이번 교사의 날이 추구하는 취지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마켓플라츠의 수많은 부스 가운데서도 한국학과의 부스가 유독 오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 행사가 원래 지향하는 문제의식과 프로젝트의 문제의식이 정확히 포개졌기 때문이었다.


2. “언어경관(Linguistic Landscape)”이라는 렌즈로 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부스에서 학생들이 배포한 안내 자료는 “언어경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언어경관이란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마주치는 언어들 — 상점 간판, 메뉴판, 광고, 진열창, 공공 안내문 — 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언어는 말하고 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언어는 눈에 보인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제 위에서, 한국어 언어경관 프로젝트에 참여한 보훔대 한국학과 학생들은 스스로 연구자가 되어 뒤셀도르프, 쾰른, 도르트문트, 에센, 보훔, 아헨, 본, 뒤스부르크 등 NRW 8개 도시를 직접 누볐다.


학생들의 작업 방식은 결코 바카라상 위의 이론이 아니었다. 이들은 한국계 상점과 문화공간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관찰하고, 상인과 주민을 인터뷰하며, 눈에 띄는 한국어 간판과 표지를 사진으로 하나하나 기록했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는 디지털 지도로 옮겨져 최종적으로 ArcGIS 스토리맵이라는 공공 연구 아카이브로 완성되었다. 관찰(Beobachtung vor Ort) → 데이터 수집(Datenerhebung) → 인터뷰(Interviews) → 디지털 매핑(Digitale Kartierung) → ArcGIS StoryMap 제작이라는 다섯 단계를 거쳐, 학생들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공공 연구 아카이브”를 완성해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단순한 자료 수집자가 아니라 스스로 연구자가 되어야 했다. 인터뷰 질문을 설계하고, 낯선 상인에게 먼저 말을 걸고, 수백 장의 사진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일까지, 이 모든 과정이 학생들 자신의 역량으로 소화되었다.


이 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확인한 것은 단순한 “간판 몇 개”가 아니었다. NRW 곳곳에 흩어진 한국어는 다음과 같은 층위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정체성의 표현 — 한국어 간판은 그 자체로 이주민 공동체가 자신의 존재를 도시 공간 위에 새기는 방식이다.

문화적 자원 — 한국어는 소통의 도구를 넘어, 지역 슬롯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자산으로 기능한다.

이주와 공동체의 기록 — 간판 하나하나는 한인 이주의 역사와 오늘의 공동체를 증언한다.

독일 다언어 현실의 가시적 일부 — 한국어는 독일 슬롯가 이미 다언어 슬롯임을 보여주는 구체적 증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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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발견은 단순한 학술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여러분의 도시를 교실로 만들어보세요(Verwandeln Sie Ihre Stadt in ein Klassenzimmer). 모든 간판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Jedes Schild erzählt eine Geschichte)”라는 프로젝트의 슬로건처럼, 교육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 가능한 자료로 재탄생했다. 이번 교사의 날 부스가 특별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생들은 연구 결과만을 전시한 것이 아니라, “이것으로 내일 당장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준비해 갔다. 실제로 부스를 방문한 여러 교사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그래서 이걸 우리 수업에서 어떻게 쓸 수 있죠?”였고, 학생들은 그 질문에 막힘없이 답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3. NRW 교사들이 마켓플라츠에서 만난 것들


마켓플라츠 부스는 개방형으로 운영되어, 지나가는 교사들과 소그룹 대화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학생들은 포스터와 전시 자료, 그리고 구체적인 수업 아이디어가 담긴 핸드아웃을 준비해 하루 종일 교사들을 맞이했다. 준비 단계에서 학생들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명확했다. “언어학이나 한국학을 전혀 모르는 교사에게, 우리 프로젝트가 왜 자신의 교실과 관련이 있는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답은 부스를 찾은 수많은 선생님들의 반응으로 증명되었다. 화학, 물리, 정보학 교사부터 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영어 등 어학 교사, 역사·지리·슬롯 교사, 그리고 성인교육기관(Volkshochschule)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배경의 교육자들이 부스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학생들이 그날 저녁까지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 남긴 교사들의 목소리는, 이 프로젝트가 NRW 교육 공동체 안에서 얼마나 폭넓고 다층적인 공감을 얻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래에서는 그 목소리들을 최대한 원래의 뉘앙스를 살려 전한다.


PSE 부총장, “환상적인 프로젝트”

이날 가장 먼저 학생들을 격려한 것은 다름 아닌 행사 주관 기관인 PSE의 총 바카라임자였다.


“환상적인 프로젝트입니다!(Fantastisches Projekt!)”


크리스티아네 마티슨 박사(Dr. Christiane Mattiesson, Professional School of Education 부총괄 바카라임자)는 PSE가 학생들의 해외 체류 학기를 장려하고 있으며, 이런 프로젝트가 그러한 목표를 뒷받침하거나, 적어도 학생들이 다른 문화와 언어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PSE가 이러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의 최고 바카라임자급 인사가 가장 먼저, 그것도 가장 열정적인 어조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학생들의 작은 발표”가 아니라 대학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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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교사들의 열띤 반응


“대박이네요!(Bombe!)”


도르트문트의 알렉산드라 휘저 교사(Alexandra Hüser, Robert Schuman Berufskolleg Dortmund, 영어·독일어 담당)는 짧은 감탄사로 프로젝트에 대한 첫인상을 전했다. 그는 이어 독일어(DaZ, 제2언어로서의 독일어) 수업을 통해 많은 이주 배경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이 프로젝트는 제 학생들에게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현재 살고 있는 도시 안에 언어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 프로젝트의 잠재력이 비단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언어경관이라는 관점은 한국어 화자가 아닌 학생들, 특히 자신의 모어가 소수언어인 이주 배경 학생들에게 “내 모국어가 독일 도시 공간 속에서 기록되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감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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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 성인교육원(VHS Essen)에서 역사와 독일어를 가르치는 아이누르 테르지 교사(Aynur Terzi, 역사 및 ·독일어과정 바카라임자)는 “매우 흥미롭다”는 소감과 함께, VHS 에센이 과거 한국인 파독 간호사와 광부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연 적이 있으며, 전시 당일 실제로 파독 간호사와 광부 출신 어르신들이 찾아왔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같은 기관의 라우라 스크리치팍 (Laura Skrzypczak) 프로그램 바카라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들은 사실 예전부터 파독 근로자로 왔고 에센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슬롯가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쏠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터키 출신 파독 노동자를 다룬 전시는 많지만요... 그래서 한국 파독 간호사와 광부에 관한 전시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발언은 한국어 언어경관 프로젝트가 단순한 언어 연구를 넘어, 독일 이주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한인 공동체의 서사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에센의 두 VHS 관계자가 나란히 들려준 이 일화는, 학생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고 한다. 언어경관 조사가 단지 “요즘 뜨는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한인 이주 역사와 곧바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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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언어 슬롯를 실감하지 못하던 학생들에게...”


에센 라이프니츠 김나지움의 발레리아 그뤼츠 교사(Valeria Grütz, Leibniz Gymnasium Essen, 프랑스어·수학)는 “다언어 슬롯 측면에서 특히 흥미롭다”라고 평가하며, 자신이 가르치는 프랑스어 역시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주 접하고 있는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언어경관이라는 개념이 비단 한국어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언어 수업에 적용 가능한 관점의 전환을 제공한다는 점을 짚어낸 발언이었다. 이는 학생들이 부스를 준비하며 세웠던 핵심 전략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 “한국어”라는 구체적인 사례에서 출발하되, 궁극적으로는 “언어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도구로 이 프로젝트를 소개한다는 전략이었다.


에센 알텐에센의 정보학 교사 마리암 페이크리쉬빌리(Mariam Peikrishvilli, Essen-Altenessen)는 “선택교과(WP)로 상급 학년 학생들에게 매우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실제 교과 편성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언어나 슬롯 교과가 아닌 정보학 교사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은, 디지털 매핑과 ArcGIS라는 기술적 요소가 얼마나 폭넓은 교과와 접점을 가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 “이상과 학교 현장 사이”


모든 반응이 전적으로 낙관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메트만 네안더탈 직업전문학교의 유타 아이히호른 교사(Jutta Eichhorn, Berufskolleg Neandertal Mettmann)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한국의 인기가 뚜렷이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다들 캐나다로 가고 싶어 했는데, 요즘은 한국으로 교환을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냉정한 현실도 짚었다.


“프로젝트 자체는 정말 흥미롭게 들립니다. 그런데 저는 학생들이 겨우 졸업장을 받도록 뒤쫓아 다녀야 하는 직업전문학교에 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이론적으로는 정말 훌륭하죠. 여기 모여서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자분들도 다들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계시고요. 그런데 학교의 일상이 실제로 어떤지 아십니까? 교사도, 시간도, 학생들이 이런 활동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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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이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기록해 남겼다. 이는 프로젝트에 쏟아진 뜨거운 반응만큼이나, 독일 학교 현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어려움 — 인력 부족과 시간 압박 — 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목소리였다. 에니세 학생이 이날의 소회에서 밝혔듯, 연배가 있는 교사일수록 학생의 동기보다 재정적 지원과 시간 부족을 더 걱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실제 교실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학술적 매력만큼이나, 교사들이 부담 없이 바로 쓸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 형태의 자료 제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프로젝트팀이 이미 준비한 교사들의 즉각적 활용을 위한 교안 제공은 바로 이러한 현실적 우려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다.


그 밖의 소중한 목소리들


이날 부스를 찾은 교사들의 소감은 이 밖에도 다양했다. 조스트의 크리스티안-롤프스 실업학교(Christian-Rohlfs-Realschule, Soest, 프랑스어·네덜란드어 담당) 교사는 “이 프로젝트가 매우 흥미롭다”, “나도 이런 방향의 활동을 직접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데이터 수집 측면이 인상 깊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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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겐의 크리스티안-롤프스 김나지움(Christian-Rohlfs-Gymnasium, Hagen, 영어·철학 담당) 교사는 음식과 패션, 스킨케어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한국어에 익숙한 한 슬롯복지사(Sozialarbeiterin)는 “이제는 독일 슈퍼마켓에서도 떡볶이를 살 수 있다”라고 말하며 공공장소의 언어를 조사한다는 이 프로젝트의 방식 자체가 흥미롭다고 평했다.


뒤스부르크의 한 김나지움(Gymnasium, Duisburg, 스페인어·프랑스어, 역사·종교 담당) 교사들은 “프로젝트 수업형식으로 학교에서 직접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사람들은 한식을 먹으려면 뒤스부르크나 오버하우젠보다는 뒤셀도르프로 가는 경향이 있다”, “뒤스부르크와 오버하우젠에는 한국계 상점이 거의 안보이지만 한국 스킨케어와 한식은 눈에 띈다”는 변화도 함께 짚었다. 이러한 도시별 온도 차에 대한 관찰은 한국어 가시성 프로젝트가 앞으로 조사 지역을 넓혀갈 때 참고할 수 있는 흥미로운 현장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부퍼탈·졸링엔의 베르기셰 성인교육원(Bergische Volkshochschule, B-VHS Wuppertal/Solingen, 수학·물리 담당) 소속 마르틴 묄레 교사(Martin Möhle)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한 문화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을 통한다”라는 인상적인 소감을 남겼다.


겔젠키르헨 리카르다-후흐 김나지움(Ricarda-Huch-Gymnasium, Gelsenkirchen, 독일어·지리 담당) 교사는 학생들을 통해 K-팝의 인기와 한국에 대한 전반적 관심이 커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Survey123 같은 도구로 다양한 연령대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본인을 보훔대학교의 조교라고 밝힌 교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의 온라인 한국어 언어경관도 함께 조사해 볼 수 있지 않겠냐는 흥미로운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하루 동안 쏟아진 반응들을 종합해 보면 몇 가지 뚜렷한 흐름이 보인다. 첫째, 어학 교사들은 이 프로젝트를 “다언어 감수성”을 키우는 도구로 즉각 이해했다. 둘째, VHS 등 성인교육 관계자들은 이를 한인 이주사와 연결된 역사적 서사로 받아들였다. 셋째, 이공계·정보학 교사들조차 디지털 매핑이라는 기술적 요소를 통해 접점을 찾아냈다. 그리고 넷째, 현장의 시간·인력 부족이라는 냉정한 현실도 함께 확인되었다. 이 네 갈래의 반응이 단 하루, 한 개의 부스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어 가시성 프로젝트가 얼마나 다층적인 방식으로 교육 현장과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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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스를 지킨 학생들의 하루 — 긴장에서 확신으로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단연 부스를 운영한 보훔대 한국학과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하루 종일 낯선 교사들에게 먼저 다가가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궁금증에 답하고, 때로는 회의적인 시선까지도 진지하게 받아내야 했다. 행사가 끝난 뒤 학생들이 남긴 소감은, 이 프로젝트가 단지 연구 성과를 넘어 학생들 스스로에게도 값진 경험이었음을 보여준다.


에니세(Enise) 학생은 처음엔 긴장했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행사 시작 전에는 긴장했어요. 첫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먼저 ’어떤 과목을 가르치시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물으면 상대방이 훨씬 마음을 열고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더라고요. 그다음엔 자연스럽게 이 연구를 각자의 학교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에니세는 이번 교사의 날에 이렇게 많은 교사가 참석했다는 사실 자체에 깜짝 놀랐다며, 특히 대다수 교사들이 “NRW가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용광로 같은 지역”이라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우리가 이 다양성을 인식하고 반영한다면, NRW는 더욱 흥미롭고 풍요로운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연배가 있는 선생님들은 좀 더 ’현실적’이고 회의적인 편이었어요. 학생들의 동기부여보다도, 재정적 지원 부족과 정규 교과과정을 소화하면서 이런 프로젝트를 병행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더 걱정하셨죠.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이렇게 많은 분이 이런 연구에 마음을 열도록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참 기뻤어요. 두려워하기보다는, 젊은 세대가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갖도록 조금씩 더 많은 동기를 만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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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에 (Inge) 학생은 이날을 “완벽한 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값진 통찰도 많이 얻었어요. 인상 깊었던 건, 거의 모든 분이 한국 문화를 어떤 식으로든 이미 접해본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적극적으로 찾아본 적이 없는 분들조차도요. 한국 문화가 제 또래나 더 어린 세대뿐 아니라, 윗세대와 일반 대중의 일상에까지 자리 잡았다는 게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언어에 특별히 전문성이 없는 교사들조차 열린 마음으로 진심 어린 관심을 보여주었다고 전하며, 한 교사가 “언어를 통해서보다 음식을 통해 문화를 경험하는 걸 더 좋아한다”라고 말했던 순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이날 배운 것을 이렇게 정리했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일이 막상 대화의 흐름을 타고나면 생각보다 두렵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물리학처럼 완전히 다른 과학 교과의 선생님들이 어떻게 우리 프로젝트와 연구 방식을 자신의 교과에 접목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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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Michele) 학생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게 되었다며 놀라움을 전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고, 끝까지 발표를 들어주고, 심지어 자기 학교에서 비슷한 걸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엔 지나가는 분들을 조심스럽게 불러봤는데, 다들 조금 수줍어하며 선뜻 다가오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런데 몇 분이 먼저 와서 들어주시기 시작하니까, 그다음부터는 점점 더 많은 분이 모여들었어요. 처음엔 저 역시 이 프로젝트를 처음 듣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이 생겼고, 오히려 더 많은 분께 우리 프로젝트를 알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모은 자료들이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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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Map 안내를 전담했던 리사 (Lisa) 학생은 이렇게 회고했다.

“사람들이 우리 프로젝트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어요. 다양한 교육 자료에 대한 경험을 나눠주시는 선생님들과 이야기하고, 우리 프로젝트가 실제로 모두에게 유용하고 흥미로운 학교 프로젝트나 자료를 만드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처음엔 다들 긴장했지만 선생님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들 아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편하게 다가와 주셨어요. 제 역할은 방문객들에게 우리 StoryMap을 직접 보여드리고 안내하는 것이었는데, 그분들이 실제로 지도를 조작해 보고 다양한 통계와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정말 뿌듯했습니다. ArcGIS라는 프로그램 자체를 설명하고, 각자의 교과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뻤고요. 무엇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선생님들이 이미 얼마나 많이 알고 있거나 접해봤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들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고 싶어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어요. 우리 프로젝트가 그분들이 새로운 문화를 발견하는 여정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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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교사들이 실제로 가져간 것 - “내일 당장 쓸 수 있는 수업자료 ”


한국어 언어경관 프로젝트가 다른 학술 발표와 달랐던 지점은, 연구 결과를 곧바로 수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세 가지 구체적인 교육 콘셉트로 번역해 냈다는 데 있다.


첫째, “언어 탐정(Sprachdetektive)”. 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의 간판과 언어를 직접 조사한다. “어떤 언어가 보이는가?”, “어떤 언어가 보이지 않는가?”, “이 간판들은 지역 공동체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찰력을 키운다.


둘째, “간판을 통해 문화 발견하기(Kultur durch Schilder entdecken)”. 학생들이 한국어, 독일어, 터키어, 아랍어, 영어 등 여러 언어를 공공장소에서 비교한다. “어떤 문화적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는가?”, “왜 어떤 언어는 다른 언어보다 더 눈에 잘 띄는가?”를 함께 고민한다.


셋째, “나만의 연구 프로젝트(Eigenes Forschungsprojekt)”. 학생들이 직접 자신만의 언어경관 지도를 만든다. 관찰(Beobachten) → 기록(Dokumentieren) → 분석(Analysieren) → 발표(Präsentieren)의 4단계로 구성된 이 모델은 독일어, 외국어, DaZ/DaF(제2언어로서의 독일어), 슬롯과학, 지리, 문화학, 프로젝트 수업 등 사실상 거의 모든 교과에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세 가지 콘셉트는 각기 난이도와 적용 방식이 달라, 초급 학년부터 프로젝트 학습에 익숙한 상급 학년까지 폭넓게 응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언어 탐정”이 짧은 시간 안에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입문형이라면, “나만의 연구 프로젝트”는 학기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 수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심화형이다. 부스를 찾은 교사들은 이 자료를 통해 관찰 역량, 상호문화 역량, 다언어 역량, 연구 역량, 디지털 역량, 협동 학습 역량을 학생들에게 길러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즉시 활용 가능한 수업 아이디어”와 “실제 지역에서 나온 살아있는 자료”를 손에 쥐고 돌아갈 수 있었다. 언어 교과뿐 아니라 DaZ/DaF, 슬롯과학, 지리, 문화학, 프로젝트 수업 등 폭넓은 교과 담당 교사들이 이 자료를 자신의 수업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이날 부스가 다른 전시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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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프로젝트의 중요성 — 소수언어의 가시성과 한인 공동체


이번 교사의 날 행사에서 한국어 경관연구 프로젝트가 거둔 성과는 단순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NRW 교육자 앞에서, 한국어와 한인 공동체가 독일 슬롯의 눈에 보이는 존재로 또렷하게 자리매김한 하루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라우라 스크리치팍 교사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듯, 한인 이주민 공동체는 파독 간호사와 광부로부터 이어지는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독일 슬롯의 다문화 담론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룬다. 도시의 간판 하나, 상점 이름 하나를 기록하고 지도화하는 작업을 통해, 이 프로젝트는 “한국어가 독일의 공공 공간에 실재하며, 그 존재는 곧 한인 공동체의 역사와 현재를 증언한다”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입증해 냈다.


이러한 성과가 앞으로 NRW 주의 학생들에게 다시 전달될 교육자들에게 직접 소개되었다는 사실은 특별한 무게를 지닌다. 교사 한 명이 이 자료를 자신의 교실로 가져가는 순간, 그 교실의 학생들은 한국계이든 아니든 한국어를 독일 슬롯 속 하나의 언어이자 문화로서 다시 인식하게 된다. 즉 이번 행사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NRW의 교육 현장 안에서 “특수한 예외”가 아니라 “독일 다언어 슬롯를 구성하는 자연스러운 일부”로 자리 잡는 데 실질적인 디딤돌을 놓은 자리였다.


더 나아가, 이 하루의 만남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스트, 하겐, 뒤스부르크, 부퍼탈·졸링엔, 겔젠키르헨 등 NRW 전역의 학교와 성인교육기관 관계자들이 “우리 기관에서도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표현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프로젝트가 앞으로 개별 학교 단위의 프로젝트 데이, 성인교육원의 문화 강좌, 나아가 지역 슬롯의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씨앗을 이미 뿌려두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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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맺으며 — 도시는 이미 하나의 교실이다

행사장 한쪽 배너에 적혀 있던 문구처럼, “도시는 배움의 자료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할 뿐이다(Die Stadt ist voller Lernmaterialien. Man muss nur lernen, sie zu sehen).” 보훔대 한국학과 학생들이 지난 몇 달간 뒤셀도르프에서 쾰른, 에센, 본, 뒤스부르그, 아헨, 보훔, 도르트문트까지 발로 뛰며 기록한 한국어 간판들은, 지난 7월 11일 하루 동안 NRW 250개 학교로 이어질 수 있는 다리가 되었다.


이번 RUB 교사의 날에서 확인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교육 현장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 그리고 그것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열려 있으며, 나아가 그것을 진심으로 반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보훔대 한국학과 학생들은 단순한 연구 보조자가 아니라 스스로 연구자가 되고, 나아가 250명의 낯선 교육자 앞에서 자신들의 성과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 낼 수 있는 역량을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으로 시작된 이 작은 연구 프로젝트는, 이렇게 한 걸음씩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교실 안으로, 그리고 이 지역에 뿌리내린 한인 동포 슬롯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간판 하나를 기록하는 일에서 시작된 이 여정이, 250명의 교사를 거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교실과 얼마나 더 많은 학생에게 가닿을지 — 그다음 장을 지켜보는 일은, 이제 이 프로젝트를 함께 응원하는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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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및 자료 제공: 보훔 루르대학교 한국학과 “Korean Linguistic Landscape in NRW(K-LL NRW)” 프로젝트팀 / 지도교사: Dr. Jaewon Nielbock-Yoon / 프로젝트 지원: 한국학중앙연구원(Academy of Korean Studies, A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