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짐작

건강검진은 귀찮아

byIro

건강검진은 2년마다 해야 하는 귀찮은 일들 중 하나다. 금식을 하고 배가 고픈 것도, 아침 일찍 일어나 검사를 하러 가는 것도, 피검사를 할 때 따끔한 것도 다 별로다. '뭐 보나 마나 정상이겠지. 귀찮은데 안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래도 요새는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배고픔도 제법 익숙해졌고, 검사하던 곳도 익숙하고, 무서운 내시경 검사도 뺐다. 무료함을 달래려 밀리의 서재로 독서도 했지만 역시나 기다리는 시간은 참 지루했다. '끝나고 뭐 먹지?'라는 생각을 하며 호명되는 곳으로 기계적으로 돌아다녔다.


평소처럼 이어지는 검사 도중 갑자기 나를 툭툭 건드린 한마디가 있었다.

"허리둘레가 저번에 비해 8cm 늘었습니다."

나이 드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또 다른 검사를 위해 이동하다 보니 금세 잊혔다.


문진을 하는 곳에서 의사 선생님이 묻는다.

"저번에 대장암 의심 소견이었는데 우리 병원에서 추가 검사는 안 하셨네요?"

"네, 다른 병원에서 했는데 정상이래요."

"네, 다른 건 괜찮고 허리둘레가 좀 늘었는데, 40대고... 뭐 좋네요."라고 하신다. 별 얘기도 없는데 왜 이런 건 하나 싶다.


이번엔 시력검사다. "왼쪽 눈부터 가리고 읽어보세요." 하는데 하나도 안 보인다. 분명 큰 글씨인 것 같은데 안 보이는 게 맞나 싶지만 글씨를 더 키워도 여전하다. 흐릿함 안에서 겨우 숫자를 추리해 냈다. 오른쪽은 0.4, 왼쪽은 1.5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미처 물어볼 새도 없이 다음 검사실로 이동했다. '요새 바카라 쓴다고 컴퓨터를 너무 많이 했나?'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써야 하나?' 불안한 마음에 GPT에게 물어도 봤지만 결국 돌아오는 대답은 안과에 가보라는 말이다. 토큰을 아끼려는 건지, 요즘 부쩍 AI가 대충 답하는 느낌이 든다.


그다음은 패치형 심전도 모니터링이다. 가끔씩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어서 신청했는데, 요즘엔 또 멀쩡하다. 오히려 감기 이후 낫지 않고 있는 기침이 더 문제다. 공기가 차갑지도 않은데 목이 간질간질하고, 말하다가도 이유 없이 기침이 나온다. 그래도 다행히 폐기능검사는 정상이란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건강 검진이 귀찮았던 것도 젊어서 가능한 거 아니었을까?'


40대가 되고부터는 이전과 다르게 아픈 곳들이 하나씩 늘어간다. 어깨는 기본적으로 항상 아프고, 감기도 빨리 낫지 않으며, 뼈도 마디마디 쑤시는 게 기본 상태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며칠 안되고, 한 달에 며칠은 머리가 아프거나 피곤한 날들인 것 같다.


지하철 역에서 계단 난간을 붙들고 한 칸 한 칸 내려가시는 할머니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이 든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조금 알 것도 같다. 몸은 점점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고장 나는 곳도 많아질 것이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많고, 간단한 일도 주변에 물어야 하겠지. 걸음도 느려져 민첩한 사람들 사이에서 슬로 모션처럼 움직이는 느낌일까?


20대 때에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나이 듦, 40대가 되니 얼마나 힘들까 상상해 보게 된다. 몸 이곳저곳이 아픈 것도 나이 듦에 점차 적응해 가라는 뜻일까? 옛날 어르신들이 "젊음 자체가 예쁜 거야"라고 했던 말이 새삼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지금 이 시간도 몇 년 뒤 돌아보면 젊었던 한 때, 아쉬운 시절로 남겠지.

지금 더 감사해하고 지금 더 즐기자.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