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명수, 서울역 그리고 번개

by고추장와플

드디어 공지한 번개모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지난번과 달리 인스타나 다른 소셜 미디어에 공지를 하지도 않았고 오로지 온라인카지노에만 급하게 올린 그야말로 급박한 번개공지. 큰 기대도 없었고 과연 누가 오실까 생각을 했습니다. 주말 점심때면 많은 분들이 이미 선약이 있으시거나 해야 할 일이 있으셨을 테니까요.


그래서 누가 오시면 정말 감사하게 맞이하고 오시지 않으면 컴퓨터를 꺼내 제 할 일을 하자라고 마음먹고 무거운 벽돌 컴퓨터도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꾸준히 교류하며 지냈던 인생정원사 작가님께서 무려 대전에서 KTX를 타고 서울까지 오시기로 했습니다. 인생정원사님의 바카라을 사서 읽고 있었던 터라 반갑기도 했고 우연한 계기로 서로 가끔 채팅을 하면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어 내적 친밀감을 쌓아가던 차에 오신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웠습니다.


'정원, 뜻밖의 여정'은 자폐아이를 키우는 작가님의 마음을 가드닝으로 풀어낸 바카라입니다. 자폐는 이런 것이다라고 정의하는 바카라이 아니라 식물을 가꾸며 자폐와 함께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마음을 울리는 바카라입니다.

저희는 이렇게 서울역 앞에서 만나 만난 지 3분 만에 감자옹심이를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이래 봬도 동선 짜기의 천재입니다. 모든 것을 서울역 앞에서, 5분 거리 내에 미리 쫙 찾아보았죠. 대전에서부터 오셨는데 점심이라도 함께 해야 덜 아쉬울 것 같았습니다. 인생정원사님께서는 극적으로 점심시간에 서울역에 도착하는 KTX표를 구하셨습니다.


어색함 없이 인사를 나누고 화기애애하게 옹심이 한 그릇과 메밀 전을 뚝딱 합니다. 처음 보는 사이에 바로 밥 먹으러 가는 게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신기하게도 인생정원사님과 저는 둘 다 그런 것을 따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선 식사, 후 대화가 가능한 상여자들이죠.


감자옹심이와 메밀전

메밀 전과 옹심이를 맛있게 먹었지만 최근 며칠간 이어진 과식으로 속이 더부룩하여 나가자마자 급히 편의점을 찾아 활명수를 하나 사 먹었습니다. 둘이 함께 활명수로 건배를 하고 공지에 올린 빌라 엠버시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큰 좌석이 있었지만 몇 분이 오실지 모르기에 작은 좌석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약속대로 초장색 바카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혹시 오실지 모르는 다른 분들을 기다려 봅니다.

인생정원사님께서 불과 6 개월 전쯤에 마주 앉아 서로의 바카라에 사인을 하는 날을 꿈꿔 본다고, 언젠가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셨는데 그날이 오늘이라니 감격스럽습니다. 인생은 꿈을 꾸는 사람에게 조용히 다가가 이렇게 깜짝 선물을 하죠. 최근에 느낀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생각과 꿈의 힘은 참으로 커서 마음에 품고 있으면 그 생각의 씨앗이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싹을 틔우더군요.


인생정원사 작가님께서는 저렇게 큰, 몇 캐럿인 지 감도 안 오는 커다란 다이아가 박힌 예쁜 볼펜도 선물해 주셨어요. 우리 행복하게 즐겁게 지내요,라고 적은 이유는 무언가 거창한 것을 해서 인생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작은 것들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이런 작은 만남, 옹심이와 활명수, 번개, 서로에게 작은 응원과 메시지를 적을 볼펜이 있다는 것, 인생의 작은 선물들로부터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고향도 같은 충청권이기에 처음 만났음에도 이야기가 즐겁게 오갔습니다.


그러던 와중!

두둥!!!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테이블 위에 놓인 바카라을 보시던 분이 있었으니!

오셔서 바로 수수께끼를 내어 주십니다.


"제가 누굴까요?"

제가 머리를 요리 저리 굴리고 있는 가운데 답을 해 주십니다.


"김인숙입니다!"

sticker sticker

이럴 수가. 바로 온라인카지노에 슥슥 스크롤을 내리기에 너무 아까운 고 퀄리티의 글을 올려주시는 김인숙 작가님께서 오셨습니다. 평소에도 김인숙 작가님의 글은 집중을 할 수 있는 시간에 아껴두었다 읽곤 했습니다. 방대한 지식과 작가님의 필력에 아껴두었다 천천히 공부하며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김인숙작가님께서 2025년 가을, 솔밭문학 1월호를 창간하신 뒤 새로 나온 2호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마이라이프북의 대표님이시기도 하신 작가님께서 직접 쓰신 북한산 둘레길 탐방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장르의 문학작품들이 '음식'이라는 주제로 실려있었습니다.

다음 호는 '사라졌으나 그리운 것들'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기다린다 하오니 작가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곧이어 개인적으로 저에게 아주 감사한 분이 도착하십니다. 유니폼을 입고 캐리어를 들고 나타나신 귀인, 이 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바로 이 분께서 저에게 새로운 연재의 영감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다른 편에서 그 이야기를 싸악 다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 연재의 제목은 <인생이 살 만한 이유>입니다.

다음 연재의 첫 주인공이 되실 저의 귀인

화기애애하게 문학과 인생, 여러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작은 모임이었기에 더욱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쉽게도 인생정원사 작가님께서 기차시간이 다 되어 돌아가셔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보내드리기 아쉬웠지만 이번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아닐 것을 알기에, 작별인사를 하고 기다리고 있을 정원이와 남편분에게 보내드립니다.

이렇게 저희의 마음 따듯했던 인생의 작은 선물 같았던 정모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귀한 걸음 해 주신 작가님들, 그리고 저희 아들을 구해주신 저의 귀인께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덕분에 벨기에 가기 전 잊지 못할 추억을 한가득 마음에 새기고 꽉 찬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벨기에에 돌아가서도 행복하게 즐겁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추장와플

송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