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ésiré de Lille
지금까지 많은 글을 쓰면서 벨기에에 사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게도 와플에 관한 이야기를 쓰지 않았기에 오늘은 와플에 관한 이야기와 저희 동네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무려 123년이나 된 와플가게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와플은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흔히 먹는 간식으로 여러분들에게도 잘 알려진 달달한 디저트의 한 종류입니다. 주로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에서 먹지만 남부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묻더군요. 벨기에에 살면 매일 와플을 먹느냐고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간식포지션으로 치자면 호떡 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호떡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대중적인 간식이기는 해도 매일 먹는 것이 아닌 것처럼 벨기에에서는 와플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집집마다 와플 굽는 기계 하나씩은 대부분 갖추고 있습니다(물론 저희 집에도 있고요). 아들 생일이 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반 친구들의 수 대로 와플을 구워 학교에 보내거든요.
벨기에 인들에게 와플은 굉장히 친숙한 음식입니다. 13세기부터 문헌에 와플이 등장한다고 하는데요, 와플은 네덜란드어인 weven(직물을 짜다, 엮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와플의 사각형 격자무늬가 마치 직물을 짜는 것과 비슷한 모양이어서였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벨기에에는 와플의 종류도 굉장히 많습니다. 일단 와플의 종류는 딱딱한 와플과 부드러운 와플로 나누어집니다.
딱딱한 와플은 쿠키의 식감으로 와플과자나 웨하스 종류(웨하스 또한 와플의 종류로 Wafel 이 일본에 소개되어 일본식 발음이 굳어진 것)입니다. 주로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제품으로 판매합니다.
다음으로는 여러분들이 벨기에 와플 하면 흔히 떠올리시는 부드러운 와플이 있습니다.
크게 네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브뤼셀식 와플( 바삭바삭하고 아주 가벼운 식감)
리에주식 와플(꾸덕하고 쫄깃하며 별사탕이 들어있음)
스트롭와플(Stroop이라 쓰지만 스트롭이라 읽습니다. oo는 장모음 ㅗ 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주로 먹는 와플로 안에 캐러멜이 들어있음)
라끄멍 와플(Lacquemant/와플을 얇게 만들어 가운데 설탕시럽을 넣고 오렌지 꽃 향을 가미한 와플)
이 외에도 과일을 안에 넣는다던가 바닐라 크림을 넣거나, 초콜릿을 입힌 아주 다양한 종류의 와플이 있습니다.
제가 소개할 곳은 1902년부터 와플을 만들어 오고 있는 제 최애 와플집, Désiré de Lille입니다. 창업자의 이름, Désiré을 따서 만들었는데 그는 프랑스 북부의 릴/Lille이라는 곳에서 제빵기술을 배웠습니다. 모르시는 분 들이 많으시겠지만 네덜란드와 벨기에 북부가 비슷한 문화권이었던 것처럼, 프랑스 북부의 Lille도 플랑드르의 일부, 같은 문화권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국경이라는 개념이 굳어지기 전, 프랑스 북부의 릴 지역의 사람들은 네덜란드어의 방언의 일종인 플랑드르어를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이 지역의 노인들 중에는 아직도 플랑드르어를 사용하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제빵을 배운 후 Désiré는 네덜란드, 프랑스와 벨기에의 동네잔치의 일종인 Kermis를 돌며 와플을 팔았는데 바로 제가 거주하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위에서 제가 따듯한 와플의 마지막 종류로 소개한 라끄망 와플(Lacquemant Wafel)을 개발해 판매했습니다.
참고로 Kermis는 원래 12-13세기부터 종교적인 행사의 일부로 시작을 했으나 점차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식, 놀이기구, 벼룩시장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가미한 축제로 커졌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지역에서는 오순절 기간에 이러한 행사를 진행하였고 앤트워프 지역의 이러한 축제는 Sinksenfoor (씽써포르)라고 합니다. 놀이공원 하나를 시에다 이전해 놓은 것처럼, 바이킹, 롤러코스터, 디스코 팡팡등 각종 놀이기구들이 지금까지도 이 기간에 운영됩니다.
아무튼 흥청망청 돈을 쓰고 신나게 놀고먹는 이런 축제에서 Désiré는 Lacquemant 와플을 개발하여 대박을 칩니다.
이 와플집은 그야말로 디저트의 천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처음 라끄망와플을 개발한 Désiré의 손자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라끄망와플보다는 브뤼셀식 와플을 먹으러 이곳으로 갑니다. 와플 이외에도 다양한 벨기에의 디저트를 이곳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꾸덕하고 아주 달달한 별사탕이 씹히는 리에주식 와플이 인기이지만 저는 구름을 삼킨 것 같은 바삭바삭하고 아주 가벼운 식감의 브뤼셀식 와플을 애정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하여 다양한 국가에서 온 여러 지인들과 손님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브뤼셀식 와플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 와플을 모두가 극찬했습니다. 겉바 속촉의 정석, 먹었는데 안 먹은 것 같은 보드라우면서도 바삭바삭한 와플입니다. 누군가는 앉아서 10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가격이 15000원가량이라 앉아서 10개를 먹었다가는 거지가 되겠지요. 쉬워 보이지만 막상 이렇게 바삭바삭 만들려고 하니 잘 안되더라고요. 아마도 이 집의 대를 이은 비밀 레시피 조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안타깝게도 이 와플은 서빙된 후 앉은자리에서 바로 먹어야 가장 맛있어서 사 갈 수가 없습니다. 이 천상의 맛을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소개해 줄 수 없어서 아쉽기만 합니다. 브뤼셀에 있는 다른 곳에서도 브뤼셀 와플을 먹어보았지만 모두 이곳의 맛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저는 먹잘알이고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며 거기에 진심입니다. 여러 군데를 시도해 보았지만 여전히 벨기에에 온 18년 내내 제 최애인 곳, Désiré de Lille을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 드렸는데요 혹시 앤트워프에 방문할 일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가 보시길 바랍니다. 벨기에의 명실상부 최고 와플맛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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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벨기에 와플 이야기를 전해드린 고추장와플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