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오늘을 잘 살아보고자 한다는 건
이 온라인카지노북의 첫 글을 쓰고 벌써 한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매주 일요일을 글 발행일로 삼았지만, 기분이 워낙 오락가락 하는 탓에 꾸준히 글을 올리지 못했다. 맞다, 그냥 게으른 나에 대한 변명이다. 오늘은 그동안의 근황과 더불어 삶에 대한 생각을 한번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3월 25일 회사에서 지원하는 건강검진을 받고 왔다. 지난 글에서 다른 곳에도 암이 생겼을까봐 정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아빠의 대장암 병력 때문에 대장 내시경 결과를 가장 걱정했었다.) 잠을 한숨도 못 자고 가서 그런지 혈압이 150 넘게 나와 당황스럽긴 했지만... 아무튼 당장 갑상선만큼 큰 문제가 있는 곳은 없어 다행이었다.
4월 1일에는 갑상선암 수술을 받는 병원에서의 CT와 초음파 검사가 있었다. 피를 뽑고 엑스레이를 찍고 CT를 찍고 초음파를 다시 찍고...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지난 18일, 외래를 가니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CT 결과 나왔는데 전이된 거 없이 깨끗하니까 수술할 때 봅시다."
안도의 한숨이란 게 어떤 건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웃으며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사실 이날 외래를 잡은 건 회사에 제출할 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2개월 안정가료' 문구가 들어간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회사와의 협의 끝에 2개월의 무급 휴직을 하게 되었다. 당장 수술비는 천만원이 들 것이고 입원비며, 기타 등등 하면 돈이 더 많이 들겠지만 지금의 나는 '휴식'이 필요했다. 모은 돈을 어떻게 쓸까란 고민을 할 필요 없으니 오히려 좋지 아니한가?하고 지내고 있다. 그렇다, 요즘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인간의 수명 100세 남짓. 중간에 병마가 닥친다면 그때부턴 급격히 수명의 변동폭이 넓어진다. 최근까지도 나는 '왜 살아야 하지?'란 생각에 갇혀 있었다. 다니는 정신과에 가서도 이 생각을 얘기했었고, 선생님은 스스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의 나는 갑상선암 판정을 받기 전이었는데, 삶에 대한 의지가 적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나자 생각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죽을 수도 있다면, 이 세상을 굳이 눈치보며 살 필요가 없지 않나?'
그때부터 회사에서든, 일상 생활에서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적정선 안에서 그냥 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차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조금은 주관을 더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나를 좀 더 가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어느 날 집에서 씻고 나와 전신거울 앞에 알몸으로 서 있었는데, 내 몸이 좀 흉측해 보였다. 나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서 그렇다기 보단 그동안 배달음식을 많이 먹어 살이 찌는 바람에 몸매가 매끄럽지 못했다. 얼굴도 그동안 관리하지 않아 주름이 생긴 것도 같고 그랬다. 또 어느날은 양치하고 치아를 살피는데 충치가 너무 많았다. 그동안 흐린눈 하고 무시했던 내 몸의 변화를 갑자기 관찰하게 된 것이다. 며칠을 더 살펴보다가 아주 큰 마음을 먹고 치과를 예약했다. 그리고 160만원을 시원하게 긁었다. 하하... 마음 먹는 것까지가 힘들지 행동으로 실천하자 그 뒤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치과는 이제 한번만 더 가면 된다. 건강은 되돌리기 힘들지만 돈은 다시 모으면 되니까!
삶은 여전히 어렵다. 힘들기도 하다. 회사생활은 답이 없는 주관식 문제 같고 대인관계 앞에선 자꾸만 내가 작아진다. 그럼에도 갑상선암 판정 이후 최대한 좋게 생각하려는 내 마음가짐이 꽤 기특하다. 좀 더 '예쁜 나'로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태어난지 30년만에야 발현되는 것 같다.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터닝 포인트인가 싶기도 하고, 휴직 2개월을 앞두고 그저 신난 마음에 이러는 건가 싶기도 하다.
건강한 사람도 언젠가 죽는다. 삶은 100% 유한하다. 오늘의 건강한 내가 내일엔 암환자가 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한번 사는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이전 글들을 본 독자들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마케터이자, 작가이자, 작사가이기도 하다. 앞선 5년의 시간은 마케터의 위치에서 보내왔다. 이제 갑상선암 수술을 기점으로 작가이자 작사가의 삶을 좀 더 꿈 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은 아직 모르겠지만, 공모전 응모도 여전히 힘들고 귀찮고 그렇지만, 더 괜찮은 나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러니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