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프로필 사진을 찍었네?
내 온라인카지노 필명은 '글쓰는 요가수행자'이다. 그러니까 애초에 거기 '선생님' 따위는 없었다. 그 이름을 떠올리게 된 독서모임에서였다. 모임에서 진행자는 나에게 물었다.
"미진님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글 쓰고 요가하면서 살고 싶어요."
내가 웃었던 이유는 그게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막 2살이 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였고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없었다. 아이의 밥시간, 낮잠 시간에 모든 스케줄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던진 말이었다.
글 쓰고 요가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육아휴직을 3년이나 꼬박 썼지만 아이는 이제 4살이 되었을 뿐, 나는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신랑이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수업을 마치고 아이를 남편에게 맡긴 뒤 요가를 하러 갔다. 복직 뒤에 몸이 다시 굳어버렸지만 나는 요가를 해야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개인 브랜딩을 할 때, 선생님들을 보통 00쌤이라는 이름을 선택한다.
뭐 하는 어떤 샘. 이렇게.
그런데 나는 애초에 그런 게 없었다. 아니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그 해를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을 그만두게 되었다.
지난 1년 제주에 살면서 나는 직업을 '엄마'라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백수'인데 나에게는 떨어질 수 없는 '엄마'라는 직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명상을 하고 바카라을 읽고 요가를 했다.
요가를 15년이나 했지만 여전히 요가에 자신감이 없었다. 작년부터 일주일에 한 번 티칭을 이어오고 있지만 할 때마다 떨리고 아슬아슬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사람들이 나의 요가 수업을 좋아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다.
나는 요가를 잘 가르치고 있구나!
그렇게 느낀 지 얼마 안돼서 내가 가장 요가수업을 하고 싶었던 곳에서 요가 지도자를 뽑는다는 공고가 떴다. 그곳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요가, 명상, 글쓰기를 함께하는 수업을 열고 싶다는 지원서였다.
새벽에 지원서를 보내놓고 설마 설마 했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놀러 간다는 마음으로 면접 장소에 들어섰다.
사진으로만 보던 바로 그 공간이었다. 여기에서 내가 수업을 한다고? 마치 꿈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커뮤니티 센터에서 수업을 할 때는 스피커도 없어서 무거운 스피커를 들고 다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게 갖추어진, 가만히 있어도 명상이 되는 공간이었다.
"그러면 주 1회로 시작해 볼까요?"
그렇게 구두로 수업을 시작하자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업은 5월. 수업 시작 전에 여러 가지로 자료를 보내야 하는데 그중에 하나 '프로필 사진'이 필요했다. 언젠가 요가 프로필을 찍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지금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제주도에서
그것도 야외에서 찍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혼자 삼각대를 놓고 찍은 자신은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았다. 그렇게 사진작가님에게 연락을 했고 바로 어제 제주도 들판 한가운데에서 요가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어떻게 했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눈이 부셨고 햇볕이 정말 강렬했다. 눈을 감았지만 눈꺼풀 안쪽에서 붉은빛과 노란빛과 주황빛이 보였다.
조금이라도 평온함이 사진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아침 명상과 모닝페이지를 규칙적으로 쓰고 있다. 그 말은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파도치는 바다에서 파도 위에 올라탔다는 뜻이다. 그렇게 흘러가기 시작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저항하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이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나는 내가 요가지도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야. 내가 요가 선생님이라는 것을 받아들여본다. 그리고 더 진지한 마음으로 공부해 보기로 한다.
완벽해진 뒤에 가르치는 걸 시작하려고 한다면 나는 영영 가르치는 사람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요가를 가르쳐보려고 한다.
특히 마음이 가는 사람들은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다.
몸이 아파서,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 그럼에도 또 매트에 와서 앉아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부디 매트 위를 사랑하기를 자신의 몸을 아주 조금씩 찾아오는 변화에 기쁨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Unsplash의 Dane We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