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트스트림의 단절

한 가스관이 유럽의 경제·안보 질서를 바꾸기까지

by사유함의 공작소
image.png발트해 가스관 부설선 / 원본 사진 · Wikimedia Commons

2026년 10월 8일, 미국과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대유럽 천연가스 공급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로이터는 양국 관계자들이 미국 투자자의 사업 참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해 온 유럽에 새로운 논쟁을 불러올 만한 소식입니다.


가스관 재가동에 관한 합의는 아직 없습니다. 독일과 폴란드는 공급 재개에 반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노르트스트림이 지난 반세기 동안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형성된 경제협력과 정치적 갈등을 집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70년, 서독은 왜 소련과 가스 계약을 맺었을까

1970년 2월 1일 서독과 소련의 기업들이 대규모 에너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서독 기업은 소련에 가스관 건설용 강관을 공급하고, 소련은 완공된 가스관을 통해 서독에 천연가스를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계약에는 강관 제조사 만네스만과 가스 공급업체 루르가스, 독일 금융기관들이 참여했습니다. 서독 금융기관은 가스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했고, 소련은 장기 가스 공급으로 대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거래를 설계했습니다. 양측은 수십 년 동안 거래를 유지할 산업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당시는 냉전이 계속되던 시기였습니다. 서독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미국의 동맹국이었고, 소련은 동유럽 슬롯주의권을 이끌었습니다. 군사적으로 대립하던 두 국가가 에너지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추진한 셈입니다.


서독의 빌리 브란트 정부는 동유럽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하는 동방정바카라을 추진했습니다. 독일과 소련의 에너지 협력은 이러한 외교적 변화와 맞물렸습니다. 독일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처와 수출시장을 확보했고, 소련은 서방의 산업기술과 외화를 얻었습니다.


소련의 정치적 계산도 작용했습니다. 브레멘대학교 역사학자 수잔네 샤텐베르크는 소련 정치국 문서를 분석해 가스 교역이 서독과의 정치적 관계를 개선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련 지도부는 천연가스 판매가 장기적인 외교관계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973년 10월부터 소련산 가스가 서독에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계약이 체결됐고 가스관이 확장됐습니다. 서독은 소련산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았으며, 소련은 유럽이라는 거대한 판매시장을 확보했습니다.


이 협력은 냉전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습니다.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이 해체된 후에는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담당했습니다. 수십 년에 걸친 거래는 양측 산업과 에너지 정바카라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1년, 발트해를 가로지른 가스관

2005년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독일 기업들은 발트해 해저를 통과하는 새로운 천연가스 수송사업에 합의했습니다. 러시아 북서부에서 출발해 독일 북부 루브민에 도착하는 노르트스트림 사업이었습니다.

2011년 11월 첫 번째 관로가 가동됐고, 이듬해 두 번째 관로가 완공됐습니다. 노르트스트림 1호선은 두 개의 관로를 통해 연간 약 550억㎥의 천연가스를 운송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망이 유럽의 에너지 수급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러시아는 주요 수출시장인 독일에 가스를 직접 판매할 수 있었고, 독일 에너지기업들은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공급시설을 확보했습니다.

image.png노르트스트림 1·2호선 지도 / 원본 지도 · Wikimedia Commons

가스관 경로에는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담겼습니다.

기존 러시아산 천연가스 상당량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을 경유해 서유럽에 도착했습니다. 경유국들은 가스 수송을 통해 통과 수수료를 확보했고,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에너지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노르트스트림은 이 국가들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와 독일을 발트해 해저에서 직접 연결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이 사업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가스 수송을 줄이면서도 독일에 직접 공급할 수 있게 되면 경유국의 경제적 수입과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는 에너지 수송망이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유럽에 가스를 판매할 수 있다면 양국 사이의 분쟁에서 가스관이 제공하던 전략적 가치가 감소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정부와 기업들은 공급망을 확대하는 사업으로 노르트스트림을 추진했습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사업의 안보적 영향을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동일한 가스관을 둘러싸고 국가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형성됐습니다.


2015년에는 노르트스트림 2호선 건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새 가스관 역시 연간 약 550억㎥를 수송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두 사업이 모두 가동된다면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접 공급하는 천연가스의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노르트스트림 2호선에 반대했습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 확대를 우려했고, 사업에 관여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추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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