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살기 싫다."
아침 일찍 눈을 뜬 뒤 마주한 롱블랙의 한 구절이 가슴에 박혔다. 누군가 내 마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명쾌하게 정의해 준 기분이었다. 그동안 느꼈던 막연한 답답함의 실체는 바로 '더 나은 삶'을 향한 지독한 갈증이었다. 나는 지금, 이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의 근육을 쓰고 있다.
습관은 이 갈증을 채우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다. 무작정 더 누워 있기보다 수면의 질을 선택하며 몸을 일으키고 다시 롱블랙과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며 양질의 텍스트를 내 안으로 수혈하기 시작했다. 아침의 읽기 습관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를 넘어, 내가 원하는 '근사한 나날'로 나를 데려다줄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식욕이 수면욕을 이긴 아침, 냉장고에 늘 상비된 알배추로 국을 끓였다. 굴소스와 치킨스톡의 감칠맛이 도는 따뜻한 알배춧국처럼, 내 삶도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나 충분한 포만감을 주는 것들로 채워가고 싶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자 밖에서도 기분 좋은 에너지가 응답해 왔다. 댄스필름페스티벌 기획 참여 제안. 수어라는 나의 언어가 무용과 북토크로 확장될 기회다. 누군가와의 관계나 감정의 찌꺼기에 연연하기보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밖으로 나갈 때 경험치는 쌓인다.
올해의 목표는 '생각은 짧게, 행동은 바로'다. 비록 뒤늦게 발견해 마감되어 버린 촬영 지원 공고였지만, 주저하지 않고 DM을 보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원하기 전과 후의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다. 망설임을 최소화하고 일단 부딪혀 보는 태도, 몸을 사리던 지난날의 나를 탈피하는 유일한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비록 오늘은 '무계획의 날'로 흘러 잠으로 시간을 채우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내일의 회의를 위한 체력 안배라 생각하면 충분히 값진 휴식이다. 만보를 걷고 롯데마트를 다녀오며 소소하게 채운 오늘의 이동이 나의 글감이 되고 콘텐츠가 된다.
내일은 화이트 셔츠의 핏을 확인하고, 도서관에서 바카라을 읽으며 다시금 문장의 숲을 거닐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해진 지금, 나는 더 이상 갈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목마름이 나를 계속해서 깨어있게 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를 밀어내고 있으니까.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