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와플을 본 곳은 휴게소였다. 동그란 모양에 촘촘하게 격자가 나 있는 것이 꼭 옛날 기와집의 한지문 같았다. 빵이라고 하기에는 생김새가 낯설었고 과자라고 하기에는 제법 컸다. 저건 무슨 맛일까. 궁금했지만 사 먹어보지는 않았다. 이름도 생김새도 생소했던 와플을 그렇게 한참 바라보다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와플을 처음 먹은 건 20대 초중반 무렵이었다. 홍대에서 2~3년을 살았던 시절, 서울 생활을 하며 처음 맛본 와플은 꽤 충격적이었다. 갓 구운 와플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바스락거리듯 부서지는 겉면과 입안에 번지는 단맛이 좋았다. 바삭한데 이렇게 달달한 음식이 있다니. 지금 생각하면 와플 하나를 두고 무슨 원시인 같은 감상이냐 싶지만, 프랜차이즈 매장도 많지 않은 지방에서 자란 내게는 좀처럼 접할 일이 없던 맛이었다. 서울에 와서야 세상에는 내가 아직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던 때였다.
그때 먹었던 와플이 유난히 맛있었던 건 어쩌면 와플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20대에 나는 홍대에 살고 있었고, 새로운 것들을 거리낌 없이 만나던 중이었다. 처음 가보는 곳이 많았고 처음 보는 사람도 많았고, 처음 먹어보는 것 역시 많았다. 앞으로 내 삶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불안하기보다 재미있었던 시절이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쉽게 신기해하고, 마음에 들면 이유를 따지기 전에 좋아할 수 있었다. 와플의 바삭한 격자 사이에는 그때의 내가 함께 구워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 와플을 사 먹는다. 특별히 배가 고파서도 아니고 꼭 단것이 당겨서도 아니다. 문득 그때의 향수를 맛보고 싶은 날이 있다.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한 조각이 입안에서 부서지고 곧이어 익숙한 단맛이 차오른다. 맛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그 맛을 먹고 있는 나는 잠시 새로워진다. 홍대 어딘가를 겁 없이 돌아다니던 스무 살의 내가 슬쩍 돌아오는 것 같다. 무엇이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던 패기 넘치는 에너지가 입안 가득 바삭함과 달달함을 머금은 채 다시 피어오른다. 내게 와플은 오래된 간식이라기보다 젊은 날의 기분을 기억하고 있는 음식에 가깝다. 처음 먹었을 때의 맛은 다시 처음이 될 수 없지만, 그 맛을 좋아했던 시절의 나는 가끔 돌아올 수 있다. 와플 한 장이면 충분하다. 아주 잠깐, 그때의 내가 된다.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