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외출하다가 택배 상자를 들여놓고 나갔다.
스티로폼에 물건이 담겨 있었다. 동생이 해마다 이맘때 쯤 배를 한 상자 보내오기에 이번에도 과일인가 보다 했다. 택배에서 온 문자에도 품명이 과일이라고 적혀 있었기에 그렇게 믿고 의아한 생각을 하면서 빙 둘러쳐진 투명 테이프를 걷어 냈다. 아이고, 역시나 과일이 아니었다. 자연산 돌멍게 한 망태에 세발낙지 열 꾸러미, 그리고 새우 50마리였다. 오빠 같은 막냇동생이 보내온 것이다.
9월 초, 목포에서 지인 아들 결혼식이 있었을 때 동생도 참석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소맥도 한 잔 곁들였다. 일정이 빠듯했던 동생은 과로한지라 소맥 서너 잔에 거나하게 취했다. 마음 전달을 잘하는 동생은 술기운을 빌려 우리 얘기를 했다. 옆 동료에게 소곤소곤 전하는 말인지라 나는 부러 못 들은 척했지만 다 들렸다.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귀는 열려 있어서.
“자형(..)참 안타까워요. 뒷수발하는 누나도 안쓰럽고 짠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요.”
동생의 말을 듣고 있던 지인은 그저 멀뚱히 동생을 바라볼 뿐이었지만, 그 말을 귀로 듣는 나는 만감이 서렸다. 동생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걱정을 끼치고 있다는 것에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남편이 쓰러진 이후만 하더라도 동생에게 받은 게 무궁무진하다. 병원비에 보태라고 준 금일봉과 수시로 보내온 택배, 응원하고 격려하는 카톡 등등. 오늘도 두 사람 에너지를 내라고 해산물을 보내왔다. 남편이 특히 바닷 것을 좋아하니 마음을 썼을 터였다.
택배 상자를 열자마자 신선도를 지키기 위해 재빠르게 요리를 했다. 사실 요리랄 것도 없지만. 돌멍게는 껍질을 벗겨 알맹이를 꺼내고, 낙지는 살짝 데치고, 새우는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다. 그렇게 싱싱한 것들로 한상 거하게 차려냈다. 식탁에 앉은 남편은 처남 잘 둬 호강한다면서 한동안 말을 잃었다. 며칠 후에 만날 텐데 이런 걸 다 보냈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