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몸소 실천하는 아이

by능수버들

그제 손녀한테 들렀다.


54개월 된 손녀와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갔다.

집을 나서자 손녀가

"오늘은 킥보드 타기 딱 좋은 날이에요."

"왜?"

"바람도 안 불고 햇빛도 세지 않잖아요."

엄마 아빠에게서 들은 말을 제 생각인 양 말하는 아이가 귀여워 웃음이 절로 났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오는 길.

바닥에 버려진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발견한 손녀가 앞서 걷던 나를 불렀다.

"할머니, 쓰레기 버리면 지구가 아픈데 왜 그냥 지나가요?"

쓰레기가 있는 줄도 몰랐던 나는 아이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네가 주우면 되지."

손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자기가 버린 것도 아닌데 왜 주워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다.

"제가 버린 게 아니잖아요."

"할머니가 버린 것도 아닌데."

깔끔쟁이라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손으로 줍지 못할 줄 알았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고은이가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기꺼이 집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바닥의 쓰레기를 봐도 '누군가 치우겠지' 하며 그냥 지나치곤 했다.

그런데 그날 고은이에게 딱 걸렸다.

지구를 걱정한 사람은 다섯 살 손녀였고, 부끄러움은 온전히 내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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