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손녀한테 들렀다.
54개월 된 손녀와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갔다.
집을 나서자 손녀가
"오늘은 킥보드 타기 딱 좋은 날이에요."
"왜?"
"바람도 안 불고 햇빛도 세지 않잖아요."
엄마 아빠에게서 들은 말을 제 생각인 양 말하는 아이가 귀여워 웃음이 절로 났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오는 길.
바닥에 버려진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발견한 손녀가 앞서 걷던 나를 불렀다.
"할머니, 쓰레기 버리면 지구가 아픈데 왜 그냥 지나가요?"
쓰레기가 있는 줄도 몰랐던 나는 아이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네가 주우면 되지."
손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자기가 버린 것도 아닌데 왜 주워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다.
"제가 버린 게 아니잖아요."
"할머니가 버린 것도 아닌데."
깔끔쟁이라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손으로 줍지 못할 줄 알았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고은이가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기꺼이 집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바닥의 쓰레기를 봐도 '누군가 치우겠지' 하며 그냥 지나치곤 했다.
그런데 그날 고은이에게 딱 걸렸다.
지구를 걱정한 사람은 다섯 살 손녀였고, 부끄러움은 온전히 내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