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최고!
<2016년 9월에 쓴 글을 다시 꺼내 봅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 여름은 나에게 유독 특별한 여름이었다. 모두 다 남편과 아들 덕분이었다.
편찮으신 어머님을 돌봐드려야 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휴가라는 것이 따로 있을 리 없었다.
남편은 그것이 몹시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주말에 집을 찾은 아들에게 "엄마와 좋은 시간 보내라."라는 부탁을 종종 하곤 했다.
카드를 쥐여주며 맛집도 다니고 바람도 쐬고 오라고 했다.
솔직히 다 큰 아들이 엄마와 단둘이 하는 데이트를 그리 달가워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들은 아빠의 부탁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기까지 했다.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행복했다. 그리고 편안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편이 아들에게 조금 더 어려운 부탁을 했다. 아들의 여름휴가를 엄마와 둘이서 다녀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손사래 치며 싫다고 했지만, 남편은 반강제적으로 밀어붙였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다닐 나이의 아들에게 자꾸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아들은 아빠의 부탁을 선뜻 받아들이며 오히려 자기가 먼저 계획을 짜보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아들과의 단둘이 떠나는 휴가를 계획했다.
하지만 여러 사정이 겹쳐 결국 당일치기 여행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아들은 그리 멀지 않은 물놀이 체험장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여러 가지 물놀이 기구를 체험하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아들도 번지점프까지 타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들이 타면 신나게만 보이는 번지점프가 유독 아들이 탈 때만큼은 위험해 보여서 나는 보는 내내 아찔해하며 마음을 졸여야 했다.
우리는 사진도 찍으며 모처럼 근심 걱정에서 벗어난 시간을 오롯이 즐겼다.
며칠 뒤, 아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뀐 것을 보았다. 물놀이장에서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그런데 프로필 문구가 눈에 띄었다.
'뭘 해도 될 놈'
환하게 웃고 있는 아들의 사진 위로 보이는 글귀가 참 어울린다 싶었다.
아들의 긍정 회로는 수시로 작동한다.
하루는 자신의 인기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았다.
"오늘도 지하철에서 번호 따였잖아. 하여간, 이놈의 인기란."
"너는 어릴 때부터 그러더니 지금까지 변함이 없네. 그거 병이다, 병."
나는 너스레를 떠는 아들을 기분 좋게 놀려주었다.
자기는 늘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들.
그 밝음과 당당함이 참 고맙고 보기 좋다.
그래, 너는 진짜 뭘 해도 될 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