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서는 느낄 수 없는 투박한 연결의 감각
투둥-투둥——투둥-투둥——
예전에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 때면, 엇박자로 들려오는 바퀴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곤 했습니다. 출발할 때는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지만 기차의 속도가 일정하게 오르고 나면 아주 규칙적인 리듬으로 바뀌지요. 엇박자가 섞이면서 일정한 리듬으로 울려오는 바퀴 소리는 졸음을 부르는 자장가 같은 소리였습니다.
기차 한 칸에는 앞뒤로 2개씩, 총 4개의 차축에 8개의 바퀴가 달려 있습니다. 기차가 달리면, 앞 객차의 뒷바퀴 두 개와 내가 탄 객차의 앞바퀴 두 개가 연이어 철로의 이음매를 지나며 짧은 '투둥'을 만들어 냅니다. 잠시 후에는 내 객차의 뒷바퀴와 뒷 객차의 앞바퀴가 또 한 번 이음매를 밟으며 엇박자 '투둥'을 더하지요. 이 두 번의 충격이 묘한 리듬을 만들어 냈던 것입니다.
예전 철로는 20~25m 간격으로 끊겨 있었습니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극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간격이 단순한 설계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철은 온도가 오르면 늘어나고, 내려가면 줄어듭니다. 계절에 따라 최대 2cm까지 길이가 달라지는 철로를 이음매 없이 붙여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한여름의 철로는 팽창하다 못해 옆으로 휘어버립니다. 기차가 그 위를 달리다가 탈선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지요. 이음매는 불편한 소리의 원인이 아니라, 수십만 명의 승객을 지키는 안전장치였던 셈입니다. 그 간격 덕분에 바퀴가 이음매를 지날 때마다 작은 충격이 생겼고, 그것이 모여 우리가 기억하는 그 자장가 같은 엇박자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엇박자가 사라졌습니다. KTX를 타면 전혀 들을 수 없고, 웬만한 간선 철도에서도 그 리듬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방음 장치가 좋아진 걸까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생긴 걸까요?
아닙니다. 철로 자체가 바뀐 탓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부분의 철도는 장대레일을 사용합니다. 300m 단위로 생산한 레일을 현장에서 강력한 용접으로 녹여 붙여 수백 미터 이상의 장대레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에요. 이음매가 사라지니 충격도 사라지고, 충격이 사라지니 소리도 사라진 것입니다.
장대레일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KTX 건설을 시작한 약 30년 전의 일입니다. 기차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음매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심각한 위험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열차가 이음매를 지날 때 받는 충격은, 느린 통근열차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장대레일은 온도에 따른 팽창과 수축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첫째는 침목의 교체입니다. 기존의 나무 침목 대신 훨씬 무거운 콘크리트 침목을 사용해 레일을 단단히 붙들어 맵니다. 콘크리트 침목 아래에는 자갈 무더기가 받치고 있어서, 레일이 팽창하려 해도 무게와 마찰로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둘째는 레일 소재의 개선입니다. 온도가 변할 때 늘어나려는 힘이나 줄어들려는 힘을, 레일 스스로의 탄성으로 버텨내도록 합금 성분과 제조 공정을 정밀하게 설계합니다. 요즘의 장대레일은 특정 온도에서 온도 변화에 따른 힘의 균형을 이루도록 제작되어, 그보다 온도가 오르거나 내려가도 레일이 변형되지 않고 스스로 힘을 흡수해서 형태가 바뀌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 두 기술이 합쳐져, 수백 미터가 이어진 이음매 없는 철로가 사계절 내내 안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엇박자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남아 있습니다. 자갈을 깔지 못하는 철교 구간이나, 급커브 구간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곳에는 구조적 제약 때문에 장대레일을 설치하기 어렵습니다. 또, 이용량이 많지 않은 지방의 오래된 노선을 타면 간혹 그 옛 리듬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익숙한 소리인데 낯선 곳에서 듣는 느낌이랄까요?
자기 부상열차나 하이퍼루프 같은 미래 운송장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면, 이 엇박자는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바퀴 자체가 없어질 테니까요.
매일 지나는 기찻길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기술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습니다.
투둥-투둥만이 아닙니다. 종이 위에 연필이 긁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인가요? LP판을 올릴 때의 '지지직' 소리, 필름 카메라가 마지막 사진을 찍고 자동으로 되감는 소리…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사라진 소리들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어쩌면 그 소리들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다는 감각, 세상과 물리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신호들이었으니까요. 철로의 이음매가 만들어낸 엇박자처럼, 조금 거칠고 불편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던 것들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매끄럽고 조용한 세상은 분명 편리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삶이 물리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알려주던 그 투박한 엇박자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여러분의 추억을 소환하는 자그마한 소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댓글에 여러분만의 소음을 알려주세요. 함께 추억을 공유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