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도우와 별을 관통하는 우주의 법칙
지난 글에서 피자 박스가 네모난 이유를 얘기했어요. 요약하자면, 공학적, 경제학적으로 직사각형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박스를 열면 안에 있는 피자는 왜 동그랄까요? 박스가 네모라면 피자도 네모가 더 편하지 않을까요?
사실 피자가 동그란 데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빈대떡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그 이유는 까마득히 먼 우주의 별이 둥근 이유와 정확히 같습니다.
녹두 반죽을 프라이팬에 한 국자 부어보세요. 반죽은 떨어진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가요. 위도 아래도 없고, 오른쪽도 왼쪽도 없이, 모든 방향으로 똑같은 힘이 작용합니다. 액체 상태인 반죽이 수평인 평면 프라이팬 위에서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퍼져나가는 현상이죠.
물리학에서는 이걸 '등방성(等方性)'이라고 해요. 모든 방향이 동등하다는 뜻이죠. 중심에서 어떤 방향으로 재도 거리가 같아야 균형이 맞으니까,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형태는 원이 될 수밖에 없어요. 빈대떡은 일부러 동그랗게 만드는 게 아니에요. 물리 법칙이 자연스럽게 그 모양을 선택하는 거예요.
그런데 빈대떡을 부치는 프라이팬은 왜 동그랄까요? 가스버너의 불꽃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중심에서 사방으로 균일하게 퍼지는 원형이예요. 열원 자체가 등방성을 가지니까, 거기 올려놓는 그릇도 원형이어야 열을 고르게 받을 수 있어요. 빈대떡이 동그란 이유와 프라이팬이 동그란 이유가 결국 같은 데서 출발하는 거죠.
피자 장인이 도우를 공중에 던져서 돌리는 장면,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도우는 원심력 때문에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퍼져나가요. 이때도 마찬가지예요. 회전축으로부터 모든 방향의 거리가 같아야 힘의 균형이 맞으니까, 도우는 자연스럽게 원형을 찾아가요.
단, 조건이 있어요. 반죽 안에 형성된 글루텐 망이 원심력을 버텨줄 만큼 강해야 해요. 밀가루를 충분히 치대면 글루텐 단백질이 그물처럼 연결되면서 탄성이 생겨요. 원심력이 도우를 바깥으로 잡아당기는 힘과, 글루텐이 안으로 붙들고 있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도우는 원형을 유지해요. 너무 세게 돌리거나 반죽이 덜 됐다면? 글루텐이 버티지 못하고 도우는 그 자리에서 찢어지고 말죠.
원형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어요. 수학적으로 같은 둘레(같은 양의 반죽)를 써서 넓이를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는 도형이 바로 원이에요. 이걸 등주부등식이라고 하는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같은 재료로 가장 넓게 퍼지는 모양이 원이라는 뜻이에요.
불 위에 놓인 빈대떡 입장에서도 원형은 유리해요. 원의 중심에서 가장자리까지 거리가 모두 같으니까, 열원에서 고르게 익을 수 있거든요. 네모 모양이었다면 모서리 부분은 더 빨리 타고, 중심은 덜 익었을 거예요.
프라이팬 위에서는 2차원이니까 원이 돼요. 그런데 3차원 공간에서 같은 원리가 작동하면 어떻게 될까요?
비눗방울이에요. 비눗방울 속의 공기는 비누막을 사방으로 밀어내고, 비누막의 표면장력은 다시 균일하게 안으로 잡아당겨요. 이 균형이 모든 방향에서 같으니까, 비눗방울은 구(球) 모양을 이루어요. 떨어지는 빗방울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별은요?
별은 어마어마한 양의 먼지 입자가 중력으로 서로를 잡아당기면서 만들어져요. 중심을 향해 작용하는 이 중력은 방향을 가리지 않아요. 위에서도, 옆에서도, 아래서도 똑같이 당기죠. 동시에 별의 내부에서는 핵융합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바깥으로 밀어내는 힘을 만들어요. 안으로 당기는 중력과 바깥으로 미는 힘이 팽팽하게 맞서는 균형 위에서, 별은 구형을 유지해요.
피자 도우를 너무 세게 돌리면 찢어지듯, 이 균형이 무너진 별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거나 반대로 중력에 짓눌려 붕괴하고 말아요. 2차원 프라이팬 위에서는 원, 3차원 우주 공간에서는 구. 반대 방향의 힘이 균형을 이룰 때, 자연은 언제나 이 모양을 선택합니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하늘의 법칙과 땅의 법칙이 다르다고 믿었어요. 하늘은 신성한 원리로 움직이고, 땅 위에서는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고 말이죠.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달이 지구를 도는 것이 같은 힘이라는 걸 보여줬어요. 천상과 지상이 하나의 언어로 연결된 거죠.
오늘 이야기도 그래요. 빈대떡을 구울 때 쓰는 프라이팬 위에서 일어나는 일과, 피자 도우를 던져서 원판을 만드는 과정, 수억 광년 밖 우주에서 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같은 원리로 설명돼요. 등방성. 모든 방향이 동등할 때 원이나 구가 된다는 것. 무한히 펼쳐져 있는 우주와 주방의 프라이팬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 재미있지 않나요?
빈대떡을 부칠 때, 피자 박스를 열면서 한번 들여다보세요. 빈대떡과 피자의 동그란 모양 안에, 우주가 별을 만드는 법칙이 담겨 있으니까요.
이번 주말에는 어떤 음식으로 휴일을 보내실 예정인가요? 그 음식에서 어떤 우주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까요?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