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안의 산바카라자

흘러가는 생각을 AI에게 건네며, 말과 글 사이를 걷다

나는 지금 길을 걷고 있다. 하늘은 흐리고, 세상은 엷은 회색으로 착색되어 있다. 내 마음은 그 색을 조금이라도 나누길 바라는 듯하다. 왼손은 그 바람을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심부름을 가는 길이지만, 온전히 내 의지로 선택한 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걷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아 스마트폰을 향해 말을 건넨다.


최근, 암묵지라는 단어에 각별하게 주목하고 있다. 오랜 경험을 통해 몸에 밴 감각,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지식, 언어로 다 옮길 수 없는 판단의 근거 같은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적은 것만 말할 수 있다. 내가 겪은 시간과 그 안에서 얻은 감각도 대부분 문장 바깥에 머문다.


그런데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표현할 수 없는 것까지 어떻게든 언어로 옮겨보려 한다. 경험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것을 건져 올려 문장이라는 질서를 부여한다. 그러나 내가 애써 적은 글에서 독자는 그 깊이를 알아볼 수 있을까. 내가 설명하지 못한 부분까지 느낀다면, 그것은 나의 암묵지가 전달된 것일까. 그 사람과 나의 암묵지는 서로 통했다고 가정할 수 있을까. 아니면 독자가 자신의 경험으로 문장의 빈칸을 채운 것일까.


AI 시대가 되면서 이 질문은 더욱 선명해졌다. 앞으로 돋보이는 사람은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 안에 쌓인 암묵지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꺼내놓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자신이 아는 것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여주고, 반복해서 전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가능하다면 나의 암묵지를 AI와 동기화하고 싶다. 내가 어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문장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불편해하고 어디에서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AI가 알아차렸으면 한다.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할까. 얼마나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야 할까. AI를 이해시킬 수 있다면 구독자들도 이해시키는 게 가능하려나.


내 손바닥 위의 스마트폰은 그 대화가 오가는 작은 통로다. 나는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관찰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내가 바라보는 것은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세상일 뿐이다. 그 작은 화면 안에는 바카라도 있고, 기록도 있고, 생산성 도구도 있으며, 나와 대화를 나누는 AI도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도구라기보다 내가 머무는 또 하나의 집에 가깝다.


그러나 그 집 안에서 바라보는 세계 역시 내가 가진 암묵지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같은 정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읽고, 같은 AI를 사용해도 전혀 다른 결과를 얻는다. 결국 기계가 보여주는 세계는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과 질문만큼만 넓어진다.


요즘 나는 손으로 글을 쓰는 대신 말을 한다.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펜을 쥐기보다 떠오르는 생각을 스마트폰에 녹음한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닮았지만 전혀 다른 행위다. 글쓰기에는 깔때기가 있다. 생각이 문장으로 흘러가는 동안 불필요한 것은 걸러지고, 부족한 것은 채워진다. 글은 몇 번이고 고칠 수 있고, 작가의 손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반면 말에는 깔때기가 없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되돌릴 수 없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말은 지나간 시간과 닮았다. 고칠 수 없고, 다시 담을 수도 없다.


지금 내가 AI에게 건네는 이 말들도 그렇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머뭇거림, 반복되는 단어와 설명되지 않은 감정까지 그대로 흘러 들어간다. 그것이 AI 안에서 어떤 흔적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앞으로 나와 나누는 대화에 영향을 미칠지,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기록은 아무 말의 산물에 불과할 수 있다. 뚜렷한 결론도 없고, 누구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도 없다. 다만 나는 흐린 하늘 아래를 걷고 있었고, 산바카라자처럼 스쳐 가는 생각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글이 처음부터 의미를 품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생각은 말이 된 뒤에야 자신의 모양을 드러낸다. 오늘 내가 길 위에서 흘려보낸 말도 언젠가 하나의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보여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계속 걷고, 계속 말한다. 이것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게 되네? AI 실무 올인원 미친 활용법 71제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퍼플렉시티, 노트북LM, 노션 AI, 나노바나나 2, 그록과 MCP, 스킬까지 업무·투자·일상을 바꾸는 인공지능 종합 필살기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92277218


AI 생존 지도

질문 자본가의 시대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91018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