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주당에는 대안이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할 것이다. 겉으로는 판결에 반발하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만한 정치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하면 민주당은 그를 상대로 계속 정치 공세를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이 물러나 보궐선거가 열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민주당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서울시장 선거가 이재명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으로 변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세훈의 무죄가 아니다. 오세훈을 대체할 만한 정치적 대안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현실이다.
물론 오 시장의 무죄 판결이 모든 의혹의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오 시장의 구체적인 불법 행위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할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정치적 의혹과 형사바카라임은 구분해야 하며,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도 남아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판결의 논리와 증거 판단을 비판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 판단에 대한 비판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대응은 다른 문제다. 민주당이 오 시장의 무죄를 비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가 시장직을 유지하는 편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계산한다면, 이는 민주당의 정치적 처지가 얼마나 궁색한지를 보여준다.
보궐선거가 열리면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워 서울시정을 탈환할 기회를 얻는다. 겉으로만 보면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그러나 선거는 기회인 동시에 위험이다. 특히 정당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당내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형 선거는 단순한 지방권력의 교체를 넘어 중앙정부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은 대한민국 정치의 축소판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서울시민만의 선거가 아니다. 부동산과 주거비, 일자리, 교육, 교통, 물가 등 시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집권세력이 얼마나 유능한지를 평가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집권 초기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민생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 서울시장 선거는 정부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사실상의 중간 심판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그 충격은 서울시청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과 여당의 정치적 장악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당 지도부의 바카라임론이 불거지고, 당내 권력투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선거 한 번으로 정부가 곧바로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만, 집권세력의 정치적 자신감과 국정 추진력에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차라리 오 시장이 자리를 지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보궐선거라는 위험한 시험대에 오르지 않고도 오 시장을 상대로 계속 정치적 공세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리한 정황과 남아 있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해명을 요구하고, 정치적 바카라임을 추궁할 수 있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하는 한 민주당은 그를 공격할 명분과 기회를 계속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실제 속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성립하는 계산이다. 상대방의 정치적 위기를 자신의 승리로 연결할 능력이 부족한 정당은 상대방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보다 상대의 약점을 계속 활용하는 편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당이 상대방의 실바카라을 공격하는 데 익숙해지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일에는 소홀해진다. 상대방의 약점을 지적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시민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 정바카라을 만들고, 그 정바카라을 실행하며, 그 성과를 유권자에게 입증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 정치적 공세는 대안을 대신할 수 없다.
민주당의 현재 상황을 우려스럽게 만드는 것은 당내 권력투쟁과 정치적 갈등이 민생과 정바카라 경쟁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당의 주도권을 쥘 것인지, 누가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인지, 누가 상대 진영을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것인지에 정치적 에너지가 소모된다면 정당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은 정치인의 권력투쟁을 구경하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정당에 권력을 맡기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려면 오세훈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울의 주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집값과 전월세 부담에 시달리는 시민에게 어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청년과 서민의 생활 안정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교통과 교육, 지역 간 격차,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실행 가능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을 추진할 후보의 능력과 신뢰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상대방을 공격할 논리는 넘쳐나면서 자신이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선거 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정당의 정치적 역량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오세훈의 무죄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판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갈 수도 있고, 남아 있는 의혹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민주당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오 시장의 정치적 약점이 민주당의 정바카라적 강점으로 자동 전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과 자신이 대안이라는 사실은 전혀 다른 명제다.
더욱이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인상을 주면 민주당이 내세우는 사법개혁의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은 존중하고 불리한 판결은 사법부의 문제로 돌리는 정치는 결국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운다.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구체적인 법리와 증거를 근거로 반박해야 한다. 탄핵과 같은 극단적인 정치적 수단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오세훈 역시 이번 무죄 판결을 정치적 면죄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시정의 성과와 정치적 바카라임에 대한 평가까지 끝내는 것은 아니다. 남아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며, 서울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일로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치 공세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그 공세는 증거와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법적 판단을 무시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의 역설은 분명하다. 민주당은 오세훈을 정치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상황을 원할지 모르지만, 그를 대신할 후보를 내세워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다면 오 시장의 퇴진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 보궐선거는 권력을 되찾을 기회이면서 동시에 집권세력의 실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그 시험을 두려워한다면, 문제는 오세훈이 아니라 민주당 자신에게 있다.
정치는 상대방의 실패를 기다리는 게임이 아니다. 상대방이 실패했을 때 자신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경쟁이다. 오세훈이 무너져야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면 민주당에는 아직 승리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오세훈이 버텨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상대방의 약점에 기대어 연명하는 정당은 상대방이 사라지는 순간 자신의 빈약한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오세훈의 퇴진을 계산하거나 보궐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는 데 머물지 않는 것이다. 당내 권력투쟁을 줄이고, 서울시민의 생활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정바카라을 만들며, 그 정바카라을 실현할 능력 있는 후보를 준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 역시 정당의 정치적 계산에 기대기보다 민생 성과로 국정운영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오세훈의 무죄가 민주당에 위기인 것은 아니다. 오세훈의 무죄 앞에서조차 자신 있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현실이 위기다. 상대방이 무너져야만 이길 수 있는 정당은 이미 정치적 경쟁에서 절반은 패배한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정치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다. 민주당이 그 단순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오세훈의 정치적 생존은 민주당에 계속 불편한 거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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