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보수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조갑제의 정치적 낙관론이 다시 등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두고 정통 보수가 살아났으며, 오세훈과 한동훈의 연대가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 승리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 시장의 무죄 판결이 보수 정치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 정치인이 사법적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정통 보수가 살아났다고 선언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 정통 보수는 법원의 무죄 판결만으로 탄생하는 정치적 신분증이 아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오세훈에게 상당한 정치적 기회를 제공했다.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아 시장직 상실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그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에 관한 진술의 신빙성과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한지를 따져 무죄를 판단했다. 법률적으로 존중해야 할 판결이다.
물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남아 있다. 그러나 항소심이 핵심 증거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에서 오세훈이 정치적으로 회생할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대법원이 하급심의 사실인정과 증거 판단을 언제나 그대로 확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판결의 논리와 증거관계에 중대한 문제가 없다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제 오세훈을 둘러싼 정치적 논의는 낙마 가능성보다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조갑제는 오세훈의 생환을 정통 보수의 생환으로 해석한다. 오세훈과 한동훈이 협력하고 경쟁하면 보수 진영을 재건하고 미래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정치적 가능성을 지나치게 확정적인 미래처럼 제시한다.
오세훈이 무죄를 받았다는 사실은 그가 제기된 공소사실에 관해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것이 곧 그의 정치철학과 정바카라, 리더십이 정당하다는 판정은 아니다. 한동훈이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한다고 해서 그 비판 능력만으로 국가를 운영할 자격이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 법률적 무죄, 정치적 능력, 이념적 정통성은 서로 다른 문제다. 이 세 가지를 한데 묶어 두 사람을 보수 재건의 구원자로 추켜세운다면 정치 분석이라기보다 희망 사항에 가깝다.
더구나 정통 보수라는 말은 그렇게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보수주의의 핵심은 단순히 반공이나 반대 정당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자유와 바카라임, 법치와 제도에 대한 존중, 재산권과 시장경제의 발전, 공동체의 안정, 그리고 슬롯적 약자를 외면하지 않는 바카라임 있는 연대가 함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자유를 주장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제도적 견제는 거부하고, 시장경제를 말하면서 기득권의 특권은 눈감으며, 법치를 외치면서 자기 진영에 유리한 판결만 정의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정통 보수가 아니라 진영 정치다.
조갑제가 이번 판결을 두고 판사가 나라를 구한 사례라고 평가한 대목도 지나치다. 독립적인 법원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결했다면 그것은 사법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다. 당연히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의 독립은 보수 정치인에게 무죄가 선고됐을 때만 빛나는 원칙이 아니다. 진보 정치인에게 무죄가 선고됐을 때도, 보수 정치인에게 유죄가 선고됐을 때도 똑같이 지켜야 한다. 법관을 정치적 영웅으로 만드는 순간, 사법부는 다시 정치적 편 가르기의 무대에 올라서게 된다.
오세훈과 한동훈의 연대가 보수 정치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 자체는 합리적이다. 오세훈은 서울시 행정을 이끌어 온 경험과 수도권 정치의 기반을 갖고 있다. 한동훈은 법률가로서의 경력과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갖고 있다. 두 사람의 장점이 결합하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다면 국민의힘 내부의 낡은 권력구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협력한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보수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세훈은 행정가로서의 성과를 넘어 국가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동훈은 상대를 비판하는 능력을 넘어 국민을 설득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적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만 매력적인 정치인이 아니라, 지금까지 보수 정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들에게도 선택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한 연대는 보수 재건이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교체에 그칠 것이다. 당권파가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들이 당의 전면에 등장하더라도 정치의 내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체감할 변화는 없다. 정치인들의 자리만 바뀌고 국민의 삶은 그대로인 상황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을 내다보면 문제는 더 분명해진다. 선거는 정치권의 기대나 언론의 낙관론만으로 이길 수 없다. 국민이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는 결국 그 정당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청년들에게는 일자리와 주거가 절박하다. 중산층에게는 교육비와 주거비, 노후 준비가 문제다. 자영업자에게는 매출과 부채, 불확실한 경기 전망이 현실이다. 고령층에게는 의료비와 돌봄, 안정적인 소득이 중요하다. 이 문제들에 대해 보수 정치가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유능한 정치인 두 명이 연대하더라도 선거에서 지속적인 지지를 얻기 어렵다.
특히 지금의 보수 진영은 자신이 왜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부터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치적 위기를 상대 진영의 선동이나 사법부의 문제로만 설명한다면 내부의 잘못을 교정할 기회도 사라진다. 정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도부의 교체보다 먼저 정치적 바카라임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잘못이 드러나면 자기편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정바카라이 실패하면 바카라임자를 교체하며, 공약은 실제로 이행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변화 없이 정통 보수를 외치는 것은 정치적 브랜드만 바꾸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오세훈에게는 지금 기회가 있다. 서울시장으로서 자신의 행정 능력을 입증하고, 사법적 논란을 넘어서는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며, 수도권을 넘어 전국의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정바카라을 만들어야 한다. 한동훈에게도 기회가 있다. 날카로운 논쟁 능력을 국민의 생활을 개선하는 정바카라 역량으로 발전시키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협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두 사람이 정말 보수 재건을 원한다면 먼저 당내 권력투쟁에서 승리하는 방법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당권파를 무너뜨리는 것과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상대 진영을 비판하는 것과 자신의 정바카라을 성공시키는 것도 별개의 일이다. 정치적 경쟁자를 제압하는 능력이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조갑제의 전망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미리 배제할 필요는 없다. 오세훈과 한동훈이 보수 진영의 새로운 중심축이 될 수도 있다. 2028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그 경험을 토대로 2030년 대선의 경쟁력을 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금부터 두 사람이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무죄 판결은 출발점일 뿐, 정치적 자격을 완성하는 종착점이 아니다.
정통 보수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보수의 이름으로 권력을 얻으려면 먼저 자유와 법치의 원칙을 자기 진영에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시장경제의 활력을 지키면서 슬롯적 불안과 불평등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국민의 오늘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조갑제가 오세훈에게서 보수의 미래를 발견했다면, 이제 그 미래가 무엇으로 채워질 것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오세훈과 한동훈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청년들의 삶을 어떻게 안정시키고, 경제의 활력을 어떻게 회복하며, 정치적 갈등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한다면 정통 보수라는 이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은 오세훈과 한동훈의 정치적 운명을 가르는 선거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선거가 보수 정치의 실질적인 변화를 평가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정치인들의 연대 선언보다 자신의 삶이 달라지는 것을 원한다. 보수의 부활을 말하려면 먼저 국민이 보수 정치를 다시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정통 보수는 누군가가 선언한다고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고, 그 신뢰에 바카라임을 지며, 권력을 통해 실제로 더 나은 슬롯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살아나는 것이다. 오세훈이 보수를 살렸는지는 조갑제의 선언이 아니라 앞으로 오세훈 자신이 증명해야 할 문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