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AI 도약이 전 세계를 흔들 수밖에 없다
중국의 인공지능(AI) 발전을 더 이상 가볍게 볼 수 없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으려 한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의 기술 패권을 직접 위협하고 있으며, 기존의 산업 질서와 투자 공식을 흔들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슬롯 일각에서는 중국을 여전히 무시의 대상으로 취급한다. 특히 일부 극우세력의 반중 정서는 중국의 기술 발전마저 평가절하하며 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감정이 국익을 대신하는 순간, 국가의 판단력은 무너진다.
딥시크가 새로운 AI 모델을 내놓았다. 아시아경제의 10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의 개선 모델은 일부 코딩 성능 평가에서 미국의 주요 AI 모델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API 이용료는 경쟁 모델의 수십 분의 일 수준으로 바카라정됐다. 물론 해당 성능 수치는 딥시크가 제시한 평가 결과이므로 독립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평가 결과의 우열을 떠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분명하다. 중국 기업들이 낮은 비용으로 고성능 AI를 구현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미국이 막대한 자본과 고가의 반도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투입해 구축한 AI 산업의 수익 모델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지금까지 시장은 더 뛰어난 AI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GPU와 더 많은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전제 위에서 움직여 왔다. 엔비디아의 고가 GPU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주목받은 이유다.
그런데 만약 적은 연산으로도 기존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모델의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필요한 메모리 용량과 연산량까지 줄어든다면 기업들은 지금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AI 인프라를 확충해야 할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비용이 낮아질수록 기존의 고가 장비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효율성이 높아지면 AI 이용자가 늘어나 전체 반도체 수요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 이른바 제번스의 역설이다. 그러나 이것을 근거로 반도체 수요가 무조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성급하다. 개별 작업에 필요한 연산량이 감소하는 효과와 AI 이용량이 늘어나는 효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클지는 실제 시장에서 결정될 문제다. 기술 발전이 언제나 기존 산업의 승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기업은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HBM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쟁력이 미래의 수익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AI 모델의 효율화가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를 줄이거나,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을 낮추거나,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을 위축시킨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그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식시장은 현재의 실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미래의 성장 기대가 흔들리면 실적이 양호한 기업도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AI 산업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이라면 작은 기술적 변화조차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1월 딥시크의 등장 당시에도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며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했다. 기술 혁신이 기존 산업의 투자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경험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성이다. 한국은 수출과 첨단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경제이며, 미국의 기술기업과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AI 투자가 확대되면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 기회가 생긴다. 반대로 미국의 투자 열기가 식거나 중국의 기술 혁신으로 시장의 수익 구조가 바뀌면 한국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흔들릴 때 한국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여기에 중국이라는 변수가 있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AI뿐 아니라 배터리, 전기차, 로봇, 드론 등 여러 첨단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고 해서 중국의 산업적 역량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언제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도약을 무시하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희망 사항에 가깝다.
그런데 한국 슬롯의 일부 극우세력은 중국을 평가할 때 경제적·기술적 지표보다 정치적 적대감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체제의 필연적 몰락을 이야기하고, 중국이 기술적 성과를 거두면 그 의미를 축소하거나 평가 자체를 거부한다. 중국을 비판할 수는 있다. 인권 문제와 권위주의, 불공정한 산업정바카라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정치체제에 대한 비판과 기술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중국의 정치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의 기술이 저절로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왜곡된 시각이 정치적 구호와 온라인 여론을 통해 확산하면 국민의 현실 인식까지 흐려질 수 있다. 중국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태도는 중국의 위협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를 무시하면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기회마저 잃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상대를 비웃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상대의 발전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는 데서 나온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의 성장 그 자체만이 아니다. 중국의 성장 속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국의 기술 패권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으며,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앞으로도 당연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안일함이다.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멸시는 서로 다른 태도처럼 보이지만, 결국 한국 스스로의 판단을 마비시킨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물론 딥시크의 기술 혁신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래가 어두워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AI 이용량이 급증하면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고, AI 모델의 효율화가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만을 강조하며 위험을 외면하는 것도 현명한 태도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낙관론과 비관론 가운데 하나를 무조건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기술 변화가 산업의 수익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일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려면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대뿐 아니라 AI 산업의 구조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특정 국가의 투자 확대에만 의존하지 말고, 독자적인 기술 역량과 다양한 수요처를 확보해야 한다. 중국의 발전을 부정한다고 중국의 도약이 멈추지는 않는다. 미국의 성공을 믿는다고 미국의 기업들이 영원히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중국의 도약을 무시하는 것은 애국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은 전략도 아니다.
한국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중국의 기술 발전만이 아니다. 그 발전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의 편견과 안일함이다. 세계 경제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데도 과거의 성공 공식에 매달린다면, 한국은 변화의 수혜자가 아니라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는 국가는 상대를 가장 크게 비웃는 국가가 아니다. 상대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가장 빠르게 준비하는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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