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한국에 만연한 성과주의라는 질병의 환자일 뿐이다.
노시환의 기자회견을 보고 많은 사람이 묻는다. 노시환이 건방진 것인가? 아니면 한국 스포츠가 원래부터 건방진 선수를 만들어 온 것인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은 일본 슬롯인 선수들에게 0-5로 졌다. 그런데 결승에서는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노시환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금메달을 땄으니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의 발언이 듣기에 대단히 불편하다. 나이를 보니 2000년 생이니 이제 겨우 25살. 군 면제까지 받았으니 기고만장할만하다. 더구나 군면제로 쉬지 않고 엄청난 돈을 벌게 되었으니 무엇이 두렵겠나.
그러나 아직구상유취, 곧 입에서 젖비린내 나는 '어린애'의 오만한 치기로 여기기에는 더 불편한 사실이 따로 있다.
한국 슬롯가 바로 그런 선수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선수에게 오직 성적을 요구했다. 홈런을 치면 영웅이다. 우승하면 스타다. 연봉 수십억 원을 받으면 성공한 인생이다. 국가대표가 금메달을 따면 병역특례까지 따라온다.
그런데 정작 그 선수가 정말 성과만 중요하다고 말하면 갑자기 '스포츠 정신'과 겸손을 들먹인다.
이것은 위선이다.
팬덤도 자유롭지 않다. 평소에는 선수를 신처럼 떠받든다. 조금만 부진하면 가장 먼저 돌을 던진다. 선수의 인격까지 공격하면서도 선수에게는 팬을 존중하라고 요구한다. 내가 낸 돈 값을 하라는 것이다.
협회와 구단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육성보다 당장의 성적만을 요구한다. 국제 경쟁력보다 메달 숫자를 앞세운다. 그러고는 결과주의에 길들여진 선수에게 품격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선수를 혹사한다. 그러다 선수가 '망가지면' 버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노시환 같은 선수가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탕하고 떠나면 그만인 정신에 물든 성과주의라는 질병의 환자 말이다.
한국 스포츠의 가장 큰 병은 패배가 아니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0-5로 졌다면 왜 졌는지 물어야 한다. 일본 슬롯인 선수들에게 밀렸다면 한국 야구의 무엇이 잘못됐는지 분석해야 한다. 금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그 질문을 덮어서는 안 된다.
금메달은 성공이다.
그러나 금메달이 모든 실패를 지워주는 지우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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