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문화 침략은 이제 대세가 되었다
경복궁에 한푸가 등장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자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한국을 여행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외국인이 서울에서 자기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는 것은 자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경복궁이라는 조선 왕조의 상징적 공간을 배경으로 한푸를 입은 장면이 사진과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중국 SNS를 넘어 세계의 온라인 공간으로 확산될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근 실제로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경복궁에서 한푸를 입고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SNS에 게시하는 사례가 잇따라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경덕 교수는 외국인들이 한푸를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으로 오해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특히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는 수년 전부터 한복이 한푸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중국인이 왜 경복궁에서 한푸를 입었는가?”가 아니다.
더 무서운 질문은 이것이다.
“세계인은 경복궁에서 한푸를 입은 사람을 보고 무엇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이것이 SNS 시대의 문화전쟁이다.
과거에는 역사학자가 바카라을 쓰고 박물관이 역사를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30초짜리 영상 하나가 수백만 명의 머릿속에 문화적 이미지를 심어놓는다. 사람들은 논문을 읽지 않는다. 박물관의 설명문도 길면 읽지 않는다. 대신 사진을 보고 영상을 본다. 그리고 반복해서 노출되는 이미지를 사실처럼 받아들인다.
경복궁이라는 조선의 궁궐을 배경으로 한푸를 입은 사람이 등장한다면, 한국의 전통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그 장면 자체가 하나의 설명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알고리즘은 역사적 사실을 판정하지 않는다. 무엇이 진실인가보다 무엇이 많이 소비되는가를 따라간다.
이것이 우리가 중국의 문화전략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여기서 중국 정부의 모든 한푸 콘텐츠를 하나의 조직적인 국가공작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번 경복궁 사례 역시 개별 인플루언서의 콘텐츠 생산과 중국 정부의 공식 정바카라을 동일시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개별 행위들이 온라인에서 반복되고 서로 결합하면서 하나의 문화적 이미지를 만들어낼 가능성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한복을 한푸의 영향 아래 있는 복식으로 설명하는 주장이 반복되어 왔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바이두 백과사전의 한복 관련 서술과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복과 한푸를 혼재시킨 사례도 국내에서 논란이 됐다.
문화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거짓말 하나가 아니다.
반복되는 작은 이미지다.
한 장의 사진이 “우연”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슷한 이미지가 반복되고, 특정한 설명이 붙고, SNS 알고리즘을 타고 국경을 넘어가면 그것은 어느 순간 하나의 인식이 된다.
한국은 바로 이 지점에서 너무 순진했다.
우리는 한복이 우리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경복궁이 한국의 궁궐이라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김치가 한국 음식이라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갓과 한옥과 판소리와 태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당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콘텐츠를 만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한국이 K팝과 K드라마로 세계적인 문화 영향력을 갖게 된 지금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의 한푸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다. 중국인이 자신의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세계에 알리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중국의 문화 확산과 한국 문화에 대한 잘못된 설명이 결합하는 경우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도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중국인은 경복궁에서 한푸를 입지 마라.”
이것만 외쳐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은 한푸보다 더 많은 한복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한국인의 사진만 보여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인이 한복의 역사와 구조를 30초 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Hanbok is Korean traditional clothing”이라는 단순한 문장을 세계 주요 언어로 확산시키고, 한복의 시대별 변화와 고구려 고분벽화, 고려와 조선의 복식, 현대 한복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연속성을 영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경복궁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
경복궁에 들어온 관광객이 한복과 한푸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 콘텐츠를 제공하고, QR코드 하나만 찍으면 한복의 역사와 문화적 특징을 설명하는 짧은 영상이 나오게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구글 검색에서 경쟁해야 한다.
중국의 SNS 콘텐츠가 한푸를 보여준다면 한국은 한복을 보여주면 된다. 중국이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면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 중국이 역사 콘텐츠를 영상으로 만든다면 한국도 더 정교하고 재미있는 역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도 분명히 나눠야 한다.
정부는 한복문화산업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올해 3월에는 「한복문화산업 진흥법」이 제정돼 한복 산업을 지원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법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세계화 전략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한복 디자이너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적인 패션 플랫폼에 한복을 올리고, 해외 박물관과 대학에 한복 자료를 제공하고, 세계 주요 언론과 OTT 콘텐츠 제작사에 한국 복식 관련 정확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검색전쟁이다.
세계인이 Google이나 유튜브에서 “traditional Korean clothing”을 검색했을 때 무엇이 나오는가. “Hanbok history”를 검색했을 때 어떤 영상이 상위에 등장하는가. “Hanbok vs Hanfu”를 검색했을 때 어떤 설명이 가장 많이 읽히는가.
이것이 오늘날 문화주권의 실제 현장이다.
문화주권은 국경선에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검색창에서 지켜진다.
유튜브 추천 영상에서 지켜진다.
틱톡의 30초 영상에서 지켜진다.
그리고 세계인의 머릿속에서 지켜진다.
중국이 한푸를 앞세워 한국의 한복을 실제로 ‘제압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한류의 세계적 확산으로 한복과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그러나 문화의 세계화는 영원히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다. 한국이 지금까지 쌓아놓은 문화적 성과를 앞으로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설명과 콘텐츠 생산이 필요하다.
결국 한복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중국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한복을 세계인이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국인이 한푸를 입고 경복궁에 오는 것을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인이 경복궁에서 한복을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중국의 문화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중국이 자신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을 금지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한국 역시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다.
중국이 한푸를 세계에 보여준다면 한국은 한복을 보여주면 된다.
중국이 전통문화를 콘텐츠로 만든다면 한국은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된다.
그리고 중국의 역사적 왜곡이 있다면 감정적인 맞대응이 아니라 역사적 자료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로 정확하게 반박하면 된다.
문화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는 공격받는 나라가 아니다.
자신의 문화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 나라다.
한복이 한푸에 제압당할 것인지는 중국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것은 한국이 앞으로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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