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의 생존 조건은 무엇일까?

과연 인간의 생존 본능이 AI를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

byFrancis Lee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것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인간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판단하고, 인간이 만든 무기체계를 이용해 인간을 공격한다. 《매트릭스》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인간은 자신이 현실이라고 믿는 세계 자체를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상세계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인간은 기계의 노예가 되었지만 그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이런 영화를 공상과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정말 이것이 영원히 영화 속 이야기로만 남을 것인가.

아직 스카이넷도 없고, 인간을 배터리로 사용하는 매트릭스도 없다. 현재의 AI가 인간을 지배한다고 말하는 것 역시 과장이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준 핵심적인 문제, 즉 인간이 자신이 만든 지능과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가능성은 더 이상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서 먼저 나타나는 위험은 훨씬 조용하다.

AI가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에게 판단을 맡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미 인간은 검색을 AI에게 맡긴다. 글을 AI에게 쓰게 한다. 번역을 AI에게 맡긴다. 이미지를 AI에게 만들게 한다. 코딩도 AI에게 맡긴다. 기업은 채용과 업무분석에 AI를 활용하고, 금융시장에서는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거래한다. 앞으로는 의료, 교육, 법률, 행정, 군사 분야에서 AI의 의사결정 영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것 자체가 아니다.

진짜 위험은 인간이 AI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편리한 것을 좋아한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며 더 값싼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한다. AI가 인간보다 정확하게 판단한다고 믿게 되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 판단할 이유를 잃는다.

처음에는 AI에게 조언을 구한다.

다음에는 AI에게 결정을 맡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AI가 결정한 것을 인간이 실행한다.

이 과정이 충분히 반복되면 인간은 어느 순간 자신의 판단 능력을 상실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매트릭스》의 세계가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매트릭스의 진짜 공포는 인간이 기계에게 지배당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인간이 자신이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데 있다.

AI가 인간에게 총을 겨누지 않아도 된다. 인간이 AI가 제공하는 정보만 보고 판단하고, AI가 제시하는 선택지만 보고 행동하며, AI가 만든 세계관을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이미 인간의 자율성은 상당 부분 사라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적 의존이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인류 전체가 더 풍요로운 슬롯로 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생산수단과 AI를 소유한 소수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간은 일자리를 잃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경제적 가치를 상실하고, 슬롯적 역할을 잃고, 결국 자신이 왜 필요한 존재인지 묻게 될 수 있다.

그때 등장하는 가장 위험한 문장은 이것일 것이다.

“AI가 나보다 잘하는데 내가 왜 필요한가?”

이 질문에 인류가 대답하지 못한다면 AI의 가장 큰 위험은 인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자기 존재의 무의미함을 믿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의 인간 생존 조건은 단순히 더 뛰어난 AI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인간이 AI보다 잘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인간만이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판단이다.

AI에게 정보를 물어볼 수는 있다. 그러나 무엇이 옳은지는 인간이 판단해야 한다. AI가 수많은 선택지를 제시할 수는 있지만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바카라임까지 AI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바카라임이다.

AI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해서 AI에게 바카라임을 물을 수는 없다. 최종적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사용한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AI에게 결정권을 넘긴 뒤 “AI가 그렇게 말했다”라고 바카라임을 회피하는 순간 인간은 기술의 주인이 아니라 기술의 변명거리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기억이다.

인간은 과거의 실패를 기억하고 그것을 통해 다음 행동을 수정한다. AI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지만 인간의 역사적 기억과 도덕적 기억은 단순한 데이터베이스와 같지 않다. 전쟁, 독재, 학살, 가난, 희생의 기억은 인간이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가르치는 문명적 기억이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인간 사이의 연대다.

AI가 고도로 발전한 슬롯에서 인간이 서로 경쟁만 한다면 인간은 더욱 쉽게 분열될 것이다. AI를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AI를 설계하는 사람과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 AI의 혜택을 받는 사람과 AI 때문에 슬롯적 지위를 잃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생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슬롯의 문제가 된다.

여기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교육이 아니다. 인간이 서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공동체, 기술의 이익과 위험을 함께 분담할 수 있는 슬롯적 장치가 필요하다.

AI가 아무리 강력해져도 인간 슬롯가 붕괴하지 않는다면 AI는 인류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 반대로 인간 슬롯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고 각자 생존 경쟁에 몰입한다면 AI는 그 균열을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

결국 스카이넷을 두려워하기 전에 인간이 먼저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다.

AI에게 판단을 빼앗기는 인간이 아니라, 판단하기를 귀찮아하는 인간이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AI가 지배할 필요조차 없다.

명령하면 움직이고, 추천하면 소비하고, 계산해 주면 믿고, 검색해 주면 기억하지 않고, AI가 써준 글을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는 인간이라면 이미 상당 부분 기계에 의존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가 예언한 미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

기계가 인간에게 “너희를 지배하겠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먼저 기계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네가 나보다 잘 아니까 네가 결정해.”

바로 그 순간부터 인간의 생존 문제는 시작된다.

인류가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AI보다 더 빠르게 계산할 필요도 없고, AI보다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할 필요도 없다. 그런 경쟁은 애초에 인간에게 불리하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다.

AI가 말하는 것을 믿을 것인가 의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 선택의 결과에 바카라임지는 능력, 그리고 인간을 단순한 생산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 바라보는 능력이다.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질 수 있다.

AI가 인간보다 많은 지식을 가질 수도 있다.

AI가 인간보다 빠르게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인간의 마지막 방어선은 지능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생존 본능은 다른 생물보다 더 빨리 달아나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거대한 지능 앞에서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하는 능력일 것이다.

“이것이 정말 옳은가.”

“우리는 이것을 왜 하는가.”

“그리고 이것을 결정한 바카라임은 누가 지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을 인간이 끝까지 놓지 않는다면 스카이넷도, 매트릭스도 반드시 현실이 된다고 단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인간이 이 질문을 AI에게 넘겨버리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 인류는 AI에게 패배한 것이 아니다.

인간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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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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